고양시 생산 학교급식 쌀, 시 “추가보조금 못 준다”

2022-12-16     이성오 기자
고양시청

추경예산 확보해 놓고 불용처리
“보조금 지원근거 명확지 않아”

농가 “추경 약속 해놓고는 뒤통수”
친환경쌀 낮은 가격엔 생산 못 해
농민과 학생들 모두 피해 입을 것 

[고양신문] 고양시 학교급식 쌀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고양시가 최근 ‘납품 금액에 대한 추가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양시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쌀은 모두 고양시에서 생산된 친환경(유기농·무농약) 쌀과 GAP인증(농산물 우수관리제도)을 받은 고품질의 쌀로 지역농협 등 5개 단체에서 매년 생산·납품하고 있다. 올해에도 170여 초중고에 877톤의 쌀을 제공 중이다.

그런데 쌀 생산 농가는 이런 고품질에 쌀을 공급하면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민보 송포농업경영인영농조합 대표는 “학교(교육청)는 정부미 쌀값만으로 아주 저렴하게 쌀을 납품받기 때문에 지자체가 농가에 그 차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런데 그 차액도 전국 쌀값 평균을 상한가로 정해 놓아 고양시 업체들은 손해를 감수하고 쌀을 납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불합리함을 없애기 위해 고양시가 추경을 통해 추가보조금을 지원해 줬는데, 갑자기 올해부터 추가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확인해 보니 고양시는 올해 9월 추경을 통해 1억7000만원의 ‘학교급식 쌀 추가보조금’을 세워 시의회 심의까지 통과했음에도 보조금 추가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지급 거부에 대해 시 담당자는 ‘지급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시 농산유통과의 안진선 팀장은 “계약 내용(약정서)에 추가지원금에 대한 규정이 명확지 않다”며 “지난해 지원됐던 추가지원금까지 환수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서에서 추경예산안을 세운 것 자체가 문제인가’라는 질문에는 “예산을 세울 당시에는 세세히 관여하지 못해서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심의를 통과한 예산이라도 문제점이 보이면 나중에라도 불용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 담당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추가보조금을 지급한 행위도 모두 잘못된 행정이라 판단하는 것인라’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그분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감사부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고양시의 이런 결정에 학교급식 쌀을 생산·납품하고 있는 단체들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심민보 송포농업경영인영농조합 대표는 “일단은 추가보조금 지급이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긴 저희 측 변호사의 법률자문서를 담당 부서에 전달했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고품질의 쌀을 저렴하게 납품하려는 농민들의 노력에 대해 이런 식으로 고양시가 대응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 변호사는 법률자문서를 통해 “예산 보정에 대한 소급적용이 불가하다는 고양시의 주장은 사인과의 계약과 지자체의 행정행위를 혼동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 협의 당시 공급가격으로는 납품이 어려워 ‘공익적 차원’에서 일단 계약 후 선납품 하고 추후 추경을 통해 추가보조금을 요청하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추경도 편성이 되어 확정된 사항이다”라며 “고양시의 논리인 ‘소급 금지의 원칙’은 추가적인 예산을 편성하는 추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는 밝혔다.

심 영농조합 대표는 “만약 보조금에 결손이 생기면 농민들은 손해를 보면서 쌀농사를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어떤 농민이 손해 보는 쌀농사에 정성을 들일 수 있겠냐”며 “결과적으로는 고양쌀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학교납품 쌀의 품질에도 문제가 생겨 최종 피해자는 우리 학생들이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그림을 보고 고양시가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