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되어
[박미숙의 그림책으로 본 세상]
[고양신문]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어느 날 시끄럽게 초인종이 들려 문을 열었더니 낯선 공룡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난 춤추는 공룡이오.’ 자신을 소개한 공룡은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음악을 틀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난 생각이 많을 뿐이야. 우울 따윈 하지 않아!’라고 외치던 주인공도 어느새 몸을 흔들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한참 그렇게 춤을 추고 나서야 ‘반갑소. 마이클이오.’ ‘내 이름은 달보네.’ 하고 서로를 소개한다. 마이클은 말한다. “함께하지 않겠소?”
그림책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전미화 지음, 웅진주니어)는 누군가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는 것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도 ‘딩동’ 누군가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이클 혼자가 아니다. 셋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아주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엇으로 사는지 모르겠으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 직이 생긴 나라가 있다. 영국이다. 일본도 코로나19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2021년 2월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관저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문제’라 치부되던 외로움과 우울을 해결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울과 외로움이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줄이는 일이 의료비는 물론 교통사고와 범죄, 극단적인 선택을 줄이는 것과 직결된다는 것이 이 두 나라가 갖고 있는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외로움’이라는 사회문제는 코로나 19 상황 이후 더욱 심각해졌는데, 지난 7월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에 따르면(2022년 7월 2일 자 중앙일보 ‘日선 고독장관 등장… 외로움 덮친 한국, 그마저도 혼자 푼다’ 인용) 한국 성인의 87.7%가 ‘우리 사회는 외롭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젊은 세대일수록 SNS 등을 통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 역시 개인적이어서 TV를 시청하거나, 그냥 자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음악을 감상하거나, 산책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함께 모여 수다 떨고 노는 것.’
누군가들에게 하찮아 보이는 이런 것들이 결국은 사람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유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게 본다면 ‘함께 모여 노는 것’에 국가나 지자체가 세금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량이나 액수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하다. ‘모여서 활동을 하는 것’뿐 아니라, ‘모여서 먹는 것, 이야기 나누는 것’ 다시 말하면 ‘모이는 것 자체’에도 사용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연말이다.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를 결산하면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는지 생각하고 이야기 나눈다. 또한, 새해 계획을 세울 때도 계발과 성장 중심으로 사고하기 마련이다. 이번엔 좀 바꿔보면 어떨까? ‘마이클’이 되어보는 거다. 내가 마이클이 되어 누군가 집에 초인종을 누른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춘다.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말한다.
“함께하지 않겠소?”
사람들 안에서 행복한 계획을 만드는 2023년이 되길. 해피 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