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나선 기후정책 모니터링, 제 삶까지 바꿨죠”
고양YWCA 정책 모니터링단 인터뷰
16명 참여, 정책분석·대안제시
함께 공부하며 실천도 앞장
채식활성화 위한 조례도 준비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탄소중립 실천.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고민을 넘어 함께 모여 실천방법을 공부하고 나아가 고양시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평가·모니터링과 대안까지 제시하는 시민들의 모임이 있다. 지난 11월 기후위기 정책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표한 고양YWCA 정책 모니터링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양YWCA는 작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고양시 성평등기금 지원을 받아 에코페미니즘을 주제로 고양시 주요 기후위기 관련 정책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주로 거시적 차원에서 고양시 전체 사업부서 탄소배출량 규모를 분석하고 시의 정책방향을 제안했다면 올해에는 좀 더 시민생활에 밀접한 구체적인 정책제안에 초점을 뒀다.
그 결과 총 16명의 시민들이 모니터링단에 참여한 가운데 12회에 걸쳐 생태환경에 관련된 다양한 강의와 현장탐방, 정책 모니터링 등을 진행했다. 공식 프로그램 외 참여자들의 스터디모임과 답사 등 자체적인 활동까지 포함하면 올 한해에만 벌써 40번 넘게 모였다.
참여한 면면도 다양했다. 백석동에서 통장일을 하던 중 게시물을 보고 우연히 참여하게 됐다는 50대 주부 안지원씨는 “평소 환경에 관심은 많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라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주엽1동에 살고 있는 김미경씨는 “5년 전 고양시로 이사온 뒤 고양YWCA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주제가 있어 참여”했고, 후곡마을 조지혜씨 또한 “에코페미니즘 기획 초기부터 함께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총 100페이지가 넘는 이번 기후위기 정책 모니터링 보고서에는 크게 생활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신규 소각장 문제를 비롯해 로컬푸드매장 무포장 판매, 공공행사 일회용품 줄이기 조례 등의 정책제안이 담겨 있으며 아울러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 실천방안인 채식활동 지원을 위한 조례제안도 포함됐다. 정책보고서 내용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내놓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모니터링 활동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안지원씨는 “생물다양성과 채식개념 등 다양한 내용을 배우면서 내가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깨닫게 됐다”며 “특히 쓰레기매립지 사용종료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작 신규 소각장 설치를 위한 논의는 별로 없고 행정에서도 쉬쉬하는 것 같아 심각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미경씨 또한 “3주 동안 우리 가정에서 버리는 쓰레기 양을 체크해 봤는데 깜짝 놀랐다. 특히 음식쓰레기 배출량의 경우 고양시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데 나부터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실천의 주요 방법 중 하나인 채식활동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조지혜씨는 “고양시민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대다수가 채식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선택권과 접근성 문제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개인적 실천을 넘어 정책적,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타 지역 사례도 공부하고 조례 초안도 직접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 또한 완전한 채식주의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조씨는 “함께 공부한 이들과 채식동아리도 만들었고 주민자치회를 비롯해 다른 모임에 가서도 채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책으로만 봤던 내용을 주변 분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고양YWCA 기후위기 모니터링단 활동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난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실천과 심지어 개인의 생활패턴 전환까지 이끌어내는 등 지속가능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사업을 이끈 남궁혜경 고양YWCA 국장은 “보고서 제출이 끝난 뒤에도 정기적인 스터디 모임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년에도 정책모니터링 사업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