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 활력소 '북페이', 선심성 예산 이유로 전액삭감
만오천원 독서교환권 지급해
지역서점 이용 활성화 목적
사업효과 컸지만 올해 중단
서점 등 “중단사유 납득안돼”
[고양신문] “그동안 북페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청소년들이 난생처음 책방을 찾아 교양서적을 고르는 모습도 보였고 학교들마다 독서동아리도 활성화되고 덩달아 지역 서점들도 활기를 띄게 됐죠. 이제 3년 차를 지나면서 사업이 연착륙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예산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타까울 다름입니다.”
이동환 시장과 민주당 시의회 간의 극한의 대립으로 빚어진 준예산 사태가 지난 20일 2023년 본예산 통과로 일단락됐다. 심의 막판까지 주요 쟁점 예산 증액 여부를 놓고 민주당과 집행부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 시장의 거부로 끝내 수정요구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학생등록금 지원, 남북협력 및 평화인권증진사업 지원 등 민선 7기 주요 정책 사업예산이 올해에는 상당 부분 삭감되거나 아예 편성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예산 미편성으로 인해 중단되는 사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학교와의 연계사업을 통해 추진됐던 ‘친구야 책방가자’프로젝트(북페이 사업)다.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2021년부터 고양형 혁신교육 1호 사업으로 시작했던 이 프로젝트는 지역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1인당 1만5000원의 지역화폐 형태 도서교환권을 지급해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하는 정책이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는 데만 익숙했던 청소년들에게는 꽁돈(?)으로 읽고 싶은 교양서적을 사기 위해 직접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지역서점들에게는 매출 확대 기회를 제공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올해 예산이 전액 미편성되면서 시행 3년 만에 중단되는 상황에 놓였다. 중단 사유에 대해 시 관계자는 “민선 8기 들어 기존 정책 사업들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선심성 예산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일부 서점에서 편법사례가 발견되기도 했고 북페이 이용이 일부 대형 지역서점에 몰렸던 것도 사업중단 결정의 근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사업예산이 학교로 지급되는 만큼 필요하다면 시 예산이 아닌 교육청 예산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게 정책결정자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역서점 한 관계자는 “북페이 사업이 시작된 후 청소년들이 친구들 혹은 부모님과 함께 서점을 방문해 자신들이 사고 싶은 책을 읽고 고르는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정책 하나가 독서 문화와 지역 서점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었는데 갑자기 중단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 또한 “그동안 북페이 사업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학생들에게도 스스로 서점을 찾는 계기가 됐는데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지역서점업계 매출 또한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고양시 지역서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인 후곡문고 대표는 “작년 기준으로 북페이 예산이 약 8억원 정도 운영됐는데 평균적으로 따지면 서점별로 약 2000만원 정도 매출 상승 효과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서점 입장에서도 지난 2년간 학생들의 북페이 수요를 유치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도 새롭게 꾸미고 북큐레이션을 기획하는 등 많은 변화들이 있었는데 사업중단 소식을 들으면서 솔직히 힘이 많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가뜩이나 코로나 이후 지역 서점 경기가 어려운데 지원방안을 마련해줘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가뭄의 단비 같았던 사업마저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올해 고양시에서 독서대전 축제도 열리는데 외부 보여주기 행사만 치중할 게 아니라 그동안 고양시 독서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온 북페이 사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미수 민주당 시의회 대표는 “수정예산안을 통해 당초 전액 삭감 편성됐던 북페이 사업예산을 7억원으로 살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동환 시장이 거부한 상황”이라며 “다만 1차 추경을 앞두고 예산협상은 계속 진행할 예정인 만큼 추가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