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이스 교통사고, 겨울의 끝자락이 더 위험한 이유
이광수의 교통안전칼럼
온화한 기온 블랙아이스 사고 위험
터널 출입구·다리·고가·산악지역 등
영상 3℃ 내외일 때 사고발생 더 많아
한번 미끄러지면 통제 자체가 불가능
일기예보·교통정보 사전파악·대처해야
[고양신문] 어느덧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아직 일교차가 영하 6.0℃에서 영상 8.0℃까지 오르내리는 겨울의 끝자락 날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저녁 9시쯤 구리포천고속도로 포천 방향 민락IC 축석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도로결빙으로 인해 차량 40여 대가 추돌하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노면 온도는 약 영하 2.0℃ 전후였다고 한다. 또한, 이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2시간 전인 저녁 7시쯤에도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 부인터사거리에서 양주 방향으로 200m 구간에서 10여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도 여러 명이 상처를 입었다. 해당 사고 역시 도로 결빙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결빙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2월과 1월에 결빙 교통사고의 73.2%가 집중됐으며, 특히 전체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치사율이 1.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 12월∼2022년 2월 기상관측 자료와 보험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연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미끄럼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때는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다. 전체 미끄럼 사고의 31.8%가 이때 집중됐다.
그리고 해외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기온과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 분석도 기온이 아주 낮을 때 보다는 영하 3℃에서 영하 4℃ 사이에서 교통사고 빈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또한, 2022년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산과 강, 하천이 많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교량 3만7078곳과 터널 3645곳이 설치돼 있다. 수치를 보더라도 실로 엄청난 수량의 교량과 터널이 전국에 산재해있음을 알 수 있다.
블랙아이스는 말 그대로 아스팔트의 검은색과 비슷하게 살짝 언 살얼음을 뜻한다. 겨울철 눈이나 비가 내릴 때 낮 동안 눈이 녹아 아스팔트 틈새로 스며들어 있다가 야간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도로의 기름이나 먼지 등과 섞여 까맣게 얼게 된다.
겨울철 날씨가 따뜻할수록 블랙아이스 교통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온도 조건은 놀랍게도 영상 3℃ 내외일 때다. 차량에 표시되는 외부 기온이 영상이라고 해서 믿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형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온도나 습도 조건이 터널 내부와 전혀 다른 터널 출입구, 도로 아래가 땅인 일반도로와 다르게 지열이 전달되지 않고 바람이 부는 다리나 온도가 빠르게 떨어져 빙판으로 돌변하기 쉬운 고가도로, 그늘진 산악지역은 대기 온도보다 3~4℃ 낮아 영상의 날씨에서도 빙판이 형성될 수 있어 특히 위험하다.
따라서 따뜻한 겨울이라도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블랙아이스가 의심되는 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그 주변에선 속도를 줄여야 한다.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는 사전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전 중에는 블랙아이스를 식별하기도 어렵고, 운전자가 발견했다 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처도 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한번 미끄러지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둘째, 운전자들은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일기예보로 그날 날씨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블랙아이스 구간을 지날 때는 네비게이션의 교통정보를 확인하면서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블랙아이스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있다고 판단되면 우회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셋째, 하지만 운전자들의 주의만으로 사고를 줄일 수는 없다고 본다. 도로에 비가 내렸거나 눈이 내려 습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음 날 기온이 낮아질 것이 예상된다면 도로관리청은 블랙아이스 사고 예상 지역을 긴급 점검하고, 운전자들에게 그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요즘처럼 아침 기온이 쌀쌀하면 사람의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우리가 계절에 따라 옷을 달리 입듯이 운전자들도 날씨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그날에 맞는 운전을 해야 한다. 이제는 겨울의 교통안전 습관을 봄의 초입에 맞게 준비해야 할 때다. 겨울 끝자락 블랙아이스에서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날씨 변화와 그에 따른 도로 상황을 확인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교통안전 수칙을 잊지 말고 꼭 실천하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