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각저하’ 후유증, 머리 멍하고 기억력도 떨어뜨려
명지병원 롱코비드 심포지엄 - 후유증 분석과 치료 방향 전망
후각경로 뇌 변연계·해마와 연결
기억·수면장애, 어지럼 등 유발
회복돼도 각종 합병증 위험 커
추적관찰과 다학제적 접근 중요
[고양신문]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의 하나인 ‘후각저하’가 브레인 포그(brain fog: 머리에 희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하는 상태)나 기억력 저하 등 신경학적 후유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지병원(병원장 김진구)이 22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주제로 개최한 코로나19 후유증 심포지엄 시즌2에서 정영희 명지병원 신경과 교수가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찾은 환자 총 1164명 중 연구에 적합한 440명의 신경학적 증상을 분석한 결과다.
두통·기억장애는 피로·수면장애 등과 함께
정영희 교수는 ‘명지병원 코로나19 후유증 1년의 경험 – 호흡기 후유증 중심으로’라는 발제에서 임상통계를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신경학적 후유증은 브레인 포그(38.6%), 두통(31.1%), 어지럼증(29.1%), 기억장애(23.6%) 순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브레인 포그는 후각·미각저하와 깊은 연관이 있었으며, 두통과 어지럼증, 기억장애는 피로와 수면장애 증상과 함께 복합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후각저하가 브레인 포그나 기억력 저하에 영향을 준 이유에 대해 “후각을 인지하는 경로가 해부학적으로 뇌의 변연계나 해마와 연결돼있는 점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연계는 대뇌와 간뇌의 경계를 따라 위치한 뇌의 구조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감정조절이나 의식적·지적기능, 자율 신경 기능, 기억의 저장·검색 등의 역할을 한다.
특히 해마는 기억력의 센터이기 때문에 손상되면 학습이나 기억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후 면역반응이 활성화되면서 신경염증을 유발해 이러한 후유증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이기에 앞으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상적 통계 바탕 실태분석·치료 모색
이번 심포지엄은 명지병원이 지난해 3월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개설한 이후 클리닉을 찾은 환자들의 진료경험과 임상통계를 바탕으로 후유증 실태를 분석하고 향후 치료 방향과 연구, 그리고 전망 등에 대한 견해를 제시하고자 기획됐으며 유튜브 ‘명지병원’ 채널을 통해 22일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명지병원은 코로나19 한국인 첫 환자를 치료한 이래로 지난 3년간 코로나 대응에 가장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오미크론 대 확산이 1년여 되어가는 시점에서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해 다시 한번 임상적·의학적 고찰을 공유하고 앞으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 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엔데믹에도 후유증 치료시스템 유지해야
심포지엄 첫 번째 세션(좌장: 이기덕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주제는 ‘명지병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임상연구 결과’였다. 발표를 맡은 조동호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클리닉을 찾은 환자 대부분이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과 같은 호흡기 증상을 보였고, 심한 경우 염증 반응으로 인한 폐 손상과 폐 섬유화, 혈전에 의한 손상 등 합병증이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후유증의 발생 빈도를 메타 분석한 결과 입원 환자군과 여성,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며 “합병증 호전을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법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유행이 엔데믹(endemic: 감염병의 주기적·일상적 유행이나 토착 유행)이 돼 가고 있지만, 엔데믹이라는 것은 종식과는 달리 지속해서 환자가 발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후유증에 대한 치료시스템은 유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진구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자체가 인체에 침투해 면역체계, 뇌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정신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불안 요소가 작용해 정신질환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크다”고 말했다.
또 “명지병원이 고압산소치료를 롱코비드 치료에 적용한 결과, 우울감, 인지기능 저하, 피로감 등 모든 신경 심리 검사상 지표가 호전됐으며 환자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며 “오는 3월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고압산소치료에 대한 임상적 효과성과 안전성에 관한 탐색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뇌혈관·폐렴·신부전증 등 합병증 주의
‘코로나19 후유증의 전망’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좌장: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에서는 외부 감염병 전문가들로부터 롱코비드의 전망과 연구현황 그리고 과제 등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롱코비드는 WHO의 정의 기준에 따르면 코로나19 급성기로부터 12주 이후까지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다른 대체 진단으로 설명될 수 없는 증상을 말한다.
김윤정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롱코비드는 연령이나 급성기 질병 중증도에 상관없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진단과 환자 관리에 다학제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면서 다학제 진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신경정신과적 롱코비드 증상들은 델타나 오미크론 변이에 상관없이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면서 “향후 롱코비드 환자 관리를 위해서 코로나19 감염 후 장내 미생물, 백신접종과 급성기 코로나 치료제 등이 롱코비드 발생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의 후유증 및 세포 면역 양상에 대한 장기추적 연구결과 소개를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확진 이후 1개월간 치료기록과 약제 처방기록을 조사한 결과, 미 감염자 대비 코로나19 회복 환자들이 심뇌혈관질환과 폐렴,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높게 나타났다”며 합병증 발생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또 롱코비드 발생 위험요인으로 여성, 낮은 BMI(Body Mass Index: 체질량 지수), 퇴원 1개월 후 백혈구 수, 나이 등을 꼽았다.
마지막 발제자인 장희창 국립감염병연구소장은 “코로나19 관련 초창기 연구들은 기저 질환자 수를 고려치 않은 조사로 코로나19 중증도에 편차가 컸으며, 롱코비드에 대한 서로 다른 정의와 오미크론 변이 이전의 결과들이며 소규모-단일기관 연구라는 점에서 역학·대표성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이 문제들을 극복할 대표성 있는 조사연구를 진행하면서 롱코비드에 관한 진료 지침도 지속해서 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명지병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운영결과를 토대로 대한의학회지(JKMS)에 SCI급 논문을 게재하고, EBS 다큐 ‘명의’에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이 소개되기도 했다. 또 지난 1월 말에는 원내 코로나19 대응 시스템 전략 변경에 따라 감염내과 중심의 코로나19 후유증 다학제 진료시스템으로 개편해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간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 명지병원 코로나 19 후유증 클리닉 1주년 심포지엄 다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