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에 대거 삭감된 고양시 업무추진비, 추경에서도 최대 쟁점
업무추진비 놓고 여야 격돌
각 상임위에서는 100% 통과
민주당 한 석 더 많이 차지한
예결위서는 13억중 4억 삭감
국힘 “상임위안 기준 수정안”
[고양시의회] 올해 고양시 본예산 심사에 이어 제1회 추경예산 심사에서도 고양시의회의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고양시의회의 제1회 추경예산 심사는 올해 고양시 본예산 심사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과 고양시의회 민주당 간 갈등으로 작년 말 결정됐어야 할 올해 고양시 본예산이 해를 넘겨 올해 1월 결정됐지만, 양 측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당시 이동환 시장은 복지·자치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채 본예산을 편성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당은 업무추진비를 대거 삭감하면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당초 4월 예정됐던 제1회 추경예산심사 기간을 한 달 앞당겨 3월에 진행한 것도 이처럼 ‘완전하지 못한’ 본예산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제1회 추경예산 심사에서도 갈등 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고양시의회가 열리기 전, 이동환 시장이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아 아예 심사 대상이 되지 못했던 18개 사업예산을 추경에 편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시장은 5개 사업예산의 일부만 편성했다<표 참조>.
민주당 요구 예산 18개 중
이번 추경에 5개 일부만 반영
민주당이 요구했지만 이 시장이 추경에 편성하지 않은 주요 예산은 △고양페이 할인비용 184억원(29억원은 본예산에 편성) △지방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예산 22억2800만원(16억원은 본예산에 편성) △평가제 우수 어린이집 처우개선비와 환경개선비 2억9600만원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운영예산 17억7000만원(4억4527만원은 본예산에 편성) △대안교육기관 지원 예산 2억원(5000만원은 본예산에 편성) 등이다.
반면 민주당이 요구한 예산중에 이동환 시장이 추경에 일부 반영한 예산은 △주민자치회 운영지원 예산 4억4000만원 △아동보호시설 호봉제 도입 예산 5억5600만원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지원 예산 12억1050만원 △소상공인 시설개선 지원 예산 2억원 △문화예술 정책포럼 예산 3000만원이다.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이동환 시장의 이러한 추경안 편성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민주당의원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예산편성권은 없어도 예산 삭감은 가능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추경예산 심사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형태로 이 시장을 압박하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민주 5석·민주 4석) 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추경에 편성된 업무추진비는 약 13억원 중 시장·부시장 재량의 업무추진비 중심으로 약 4억원의 업무추진비를 삭감시켰다. 앞서 각 상임위에서 100% 살린 업무추진비를 예결위에서 삭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것은 더 이상 명분이 떨어진다고 판단,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철조 고양시의회 국민의힘 대표는 “현 9대 고양시의회를 제외하고는, 업무추진비를 대거 삭감한 전례는 고양시에서도, 다른 지자체에서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이 뚜렷한 명분 없이 업무추진비를 또 다시 삭감하는 것은 사안을 다분히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힘, 수정안 제출않고 제안발언
의회규칙 어긋나도 의장은 묵살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급기야 지난 29일 열린 고양시의회 본회의에서 표출됐다. 이날 업무추진비가 삭감된 채 추경안이 통과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던 국민의힘은 기습적으로 수정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했다. 이영훈 예결위원장이 심사결과 보고를 마친 직후 질의응답 시간에 원종범 시의원은 김영식 의장으로부터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은 후 곧바로 수정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했다. 원 의원은 “예결위에서 추경안이 원만하게 합의되지 못하고 표결을 통해 결정된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따라서 지방자치법과 고양시의회 회의규칙에 정한 바에 따라 본회의에서 다시 추경안을 논의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수정예산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사전 계획했을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수정예산안이 의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원 의원이 수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수정예산안 제안설명 전에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를 얻은 수정예산안이 본회장에 제출되어야 하는 데, 이 규칙을 어긴 것이다.
이 상황에서 손동숙 의원(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정회를 요청했고, 김영식 의장(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송규근·김해련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정회 요청을 받아들인 김 의장을 향해 “무슨 회의진행을 이렇게 하느냐”며 고성을 내질렀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영식 의장은 고양시의회 회의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원종범 의원의 제안설명은 무효라고 지적하고 예결위 안을 통과시키는 절차를 진행했어야 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정회 이후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다시 들어오지 않아 이날 본회의는 결국 해산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수정예산안을 제출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업무추진비가 삭감된 제1회 추경안을 저지할 수는 있었다. 이철조 국민의힘 대표는 “상임위안 기준(업무추진비가 100% 살아난 예산안)으로 수정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협의를 통해 이 수정예산안을 보완할 여지는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성원 민주당 부대표는 “상임위안 기준으로 수정예산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예결위의 역할을 아예무시하는 처사”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향후 고양시의회는 4월 3일 하루 일정으로 임시회(원포인트 임시회)를 열기로 했는데, 수정예산안이 상정될지, 그리고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결정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편 지난 1월 기자간담회를 열면서까지 업무추진비가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동환 시장은 정작 본희의가 열린 28일 오후 고양시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동별 소통 간담회에 참석한다는 명목으로 이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시의회 여야 의원들은 업무추진비를 놓고 갈등이 격화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