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지반조사? “빨리 대책 마련해야”

고양시 잦은 지반침하 시, 안전 대책 마련하겠다 나섰지만 진행 수준 지반조사에 머물러 전문가, “빨리 대책 마련하는 것이 중요”

2023-04-06     황혜영 인턴기자

[고양신문] 고양시가 최근 수년간 잇따라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안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석동 인근에 대한 지반조사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실제 대책수립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부터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시설물 관리자는 연 1회 이상 육안 점검과 5년마다 1회 이상 공동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 2021년부터 7월 시작된 이번 공동(空洞) 조사에서 고양시는 57개 도로 등에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이용해 노면 1.5~2m 아래 빈 공간을 조사했고, 196개 공동을 찾아내 친환경 유동성 채움재를 주입하거나 굴착 복구했다. 외에도 백석동 공사 현장 인근 보행로에 지능형 사물인터넷 감지기를 설치해 지반침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하 안전 대책을 내놨다.

고양시에서는 잦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고양시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건수는 30건이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249건) 중 약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부천(70건)과 화성(32건) 다음으로 많았다. 

2018년 온수관 파열로 백석동 요진와이시티에 지반침하가 발생해 도로 통행이 중단되고 사상자까지 나왔다. 2019년에는 백석동 알미공원 앞 5개 차로 약 50m가 내려앉아 차량 통행이 차단 됐고, 2021년에는 마두동 그랜드프라자 지반이 내려앉아 지하 기둥이 파손돼 상가 입주민과 고객 300여 명이 대피했다. 

고양시는 마두동 그랜드프라자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진행된 공동 조사에 해당 구역을 포함해 진행했다. 고양시의 잦은 지반침하 사고에 대한 원인을 두고 농경지에 조성된 일산신도시의 지반이 한강과 가까워 지하수위 영향으로 약해졌거나 땅속 지하수가 흙과 함께 빠져나가 ‘공동’이 생겨 지반이 내려앉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마두동 지반침하 사고 이후 일대의 연약지반 전수조사가 2022년 1월부터 예정되어 있었으나, 정작 1년 뒤인 2023년 1월에 실시되었다. 시 관계자는 지반조사가 미뤄진 이유에 대해 “최초로 진행하는 용역이다 보니 방향성 검토나 계획 수립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일산·화정 지역 지반조사 용역 후 이를 바탕으로 대책과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류기정 한국지하안전협회장은 “시의 행정적인 문제를 지적할 수는 없지만, 고양시의 지반침하 사고가 잦은 만큼 최대한 빨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류 회장은 “지반조사도 중요하지만, 지하 안전 평가를 강화해 일산 지역에 도로나 건물의 설계 도면이 나오는 시점부터 점검받고, 전문가의 철저한 현장 감독 시스템 등을 통해 지반침하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일산신도시에서 잇따른 지반침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로나 건물의 설계 자료가 필요하지만, 일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오래전 지어져 설계 자료가 없다 보니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류 회장은 “지하안전특별법에도 기존 건물에 대한 조치는 담고 있지 않다. 법이나 매뉴얼 등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건설안전협회 최용화 회장은 “작년 조사위원장으로 참여했을 때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아직 명확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며, “지반조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기존 건물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위해서는 조례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