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공공재인가? 공공의 적인가?
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고양신문] 높은 대출금리로 인해 모두가 먹고 살기가 힘든 시기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돈의 힘이 세지다 보니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쉽지 않지만 빌린다 해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은행들은 또 다시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했다는 둥,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억대의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뉴스에 국민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불행(부담)이 은행의 행복(이익)이었다니…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은행들의 작년 한해 당기순이익은 18.5조원으로 전년(16.9조원) 대비 1.6조원 증가하였습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10조원정도 증가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전력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전력요금 동결에 따른 영향으로 2022년 영업손실 33조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론에서 은행을 비난하고 나섰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은행들이 공공적 책임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은행이 경제 위기를 등에 업고 약탈적 영업을 하고 있다’, ‘돈놀이 장사로 쉽게 벌어서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등등. 모두 어려운 상황에 혼자 너무 잘 나가다 보니 은행은 본의 아니게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급기야 연초 대통령이 은행의 공공재 측면을 강조하며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하면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배당금 지급 규모, 사회공헌은 물론 지배구조까지 관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요. 은행은 엄연히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인데 왜 이런 참견을 받아야 할까요?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은행들은 왜 관치(官治)의 대상이 되는 걸까요?
우선 은행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업은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업(業)이 아니라 엄격한 정부의 인·허가를 통과해야만 누릴 수 있는 사업입니다. 경쟁자가 적단 얘기인데요. 일단 인허가를 받기만 하면 어느 정도 독과점적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은 늘 넘치니까요.
그리고 은행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과거 금융위기시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세금)을 투입해서 구조조정을 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말 IMF 외환위기 당시 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부실화되자 정부는 168조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살려놓은 기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정부가 과연 은행들의 경영에 간섭할 권한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는 외국인지분율이 70%를 넘고, 신한금융지주도 60%가 넘습니다. 은행은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민간 주식회사이고, 따라서 은행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기업이 실적이 좋으면 성과급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정유사들만 봐도 연말에 실적에 연동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적이 안 좋으면 감독당국의 엄격한 건전성 관리를 받아야 하고, 실적이 좋으면 고금리 장사를 했다고 비판의 대상이 되니 다소 억울할만 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일반 주식회사와 다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은행은 예금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재합니다. 은행의 주요 영업인 대출의 자금원은 주주들의 돈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예금자의 돈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은행도 예금자의 신뢰를 잃는 순간 순식간에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달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의 40년 역사를 가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 14시간 만에 파산하여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은행의 서비스는 공공재도 아니고, 은행이 공공의 적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은행은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며 국민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재입니다. 은행은 결국 국민이 뽑은 정부의 허가증과 국민(예금주)의 돈과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국민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은행도 없으니까요.
조수현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