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는?
[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박카스 우루사 등 60년대 첫 등장
최근에는 고함량 비타민B군 제품 인기
과용하면 불면증 등 부작용 유의해야
최고의 피로회복제는 '휴식과 명상'
[고양신문] 봄이 되면 약국에는 피로회복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다. 봄에는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인체의 활동량이 많아지고, 신진대사도 활발해지며,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는 등 많은 변화들이 생기는데, 이러한 변화에 생체 시계가 금세 적응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춘곤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피로회복제’는 말 그대로 인체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나른한 봄날의 춘곤증을 이기게도 도와주지만 현대인에게는 과도한 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피로가 누적되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약국에서 취급하는 피로회복제하면 각성작용으로 피로를 잊게 해주는 카페인함유 드링크제를 우선 떠올리겠지만, 비타민, 아미노산, 간기능 개선제 등이 함유된 여러 제형의 제품들이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성분의 건강기능식품, 한약제제 등이 판매되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가정에서 흔한 피로회복제는 설탕물이었다. 어머님이 가끔씩 아버님께 설탕물을 타드렸던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지금은 다양한 성분과 제형의 피로회복제가 개발되어 넘쳐나는 시대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 약국에서 꾸준히 인기 있게 소비되는 피로회복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이 한창이었던 196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되는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그 비결이 알싸한 맛에 있는데 이 맛 때문에 동남아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박카스는 1961년 출시 당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고작이던 시대에 신화 속 신의 이름을 가져와 붙이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바커스(Bacchus)’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술과 추수의 신(神) 이름이다. 처음에는 정제 형태로 선보였으나 당시 알약을 만드는 기술이 미숙하여 녹아내리는 문제가 발생해서 앰플제제로 바뀌었다가 다시 현재 드링크의 형태로 바뀌었다.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은 당시 자장면과 같은 40원이었다고 한다.
마늘 성분으로 유명한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은 1963년 발매됐다. 당시 일반 비타민과 비교하면 장에서 잘 흡수되는 활성비타민인 점이 특징이었다. 이는 원래 일본에서 발매된, 마늘성분 중 하나인 알리신과 비타민 B1(티아민)의 화합물에서 유도한 푸르설티아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아리나민(한국명 액티넘Ⓡ)이라는 제품에서 유래한다. 1963년에 일동제약은 이 성분의 독자개발에 성공하면서 이름을 아로나민Ⓡ으로 정했고, 현재는 일동제약이 만든 푸르설티아민 원료가 오히려 일본에 수출되어 시장의 1/4을 점유하고 있다.
1961년 발매돼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루사Ⓡ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주성분으로 하는 간기능 개선제로 대웅제약의 대표 일반의약품이다. 원개발사는 일본 미쓰비시 다나베제약으로 UDCA는 흔히 웅담의 주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처음 북극곰의 쓸개에서 발견된 후 대량생산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라틴어로 곰을 뜻하는 우르사(ursa)에서 이름을 따왔다.
요즈음에 피로회복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들은 주로 고함량의 비타민 B군인 제품으로서 임팩타민Ⓡ, 비맥스Ⓡ, 벤포벨Ⓡ 등이 있다. 이러한 제품들이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광고효과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에 기인한 듯하다. 현미가 백미로, 통밀이 흰밀가루로 도정되면서 밥과 빵 등에는 비타민 B가 부족해지고, 인스턴트 식품, 설탕 많이 든 음료와 음식들,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과식 등은 인체에서 비타민 B군의 고갈을 일으킨다. 이렇게 생체에너지를 생산하는데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비타민 B군의 부족으로 인해 인체는 만성피로, 권태감, 짜증을 느끼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약국에서 근무하다 보면 피로회복제를 너무 과용하는 분들이 있다. 바쁜 생활과 과중한 업무로 인해 영양가가 풍부한 식사를 할 여유를 갖지 못한 덕분에 커피나 피로회복제로 활력을 얻으려는 듯하다. 이는 피로회복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관여되어 있는데, 피로회복제는 일반 영양제와는 다르게 일시적으로 인체의 피로를 감소시키는 약물이다.
‘피로회복제’를 복용하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피로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는 카페인, 타우린, 과라나 등의 각성 효과에서 기인한다. 또한 드링크 형태의 제품은 단순 당류를 첨가하여 단맛을 내게 되는데, 이는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열량만 늘어나게 한다. 비타민 중에서도 뇌관문을 통과하여 뇌를 자극하는 활성비타민의 잦은 복용은 인체의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따라서 이러한 피로회복제의 과용은 약의 내성이나 자율신경장애, 불면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약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잠시 사용하는 도구임을 인식하고 지나친 의존은 피해야 한다. 피로는 ‘쉼’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면 바쁜 업무 중이지만 잠시 ‘몇 분의 쉼과 명상’을 갖는 습관을 가져보자! 졸음이 오거나 몸이 너무 힘들다는 것은 ‘쉬어가라는 몸의 신호’임을 알아야 한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