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소담한 책장에 여행의 즐거움 담았어요
[성수정 기자의 공감공간] 카페 비크 & 서점 뮈르달
정성스레 커피 내리는 남편의 카페
여행의 설레임 담아낸 아내의 책방
당신의 ‘오로라’를 찾을 수 있는 공간
[고양신문] 비온 뒤 벚꽃 잎이 떨어진 4월의 오후, 여행 독립책방 ‘뮈르달’을 찾아갔다. 일산 킨텍스 원시티 근처에 지난해 9월 문을 연 책방은 카페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공간 내부는 넓지 않지만 층고가 높고, 입구 쪽 전체가 통유리여서 바깥이 시원하게 보여 답답하지 않다. 한쪽 벽면에 가지런한 책장이 있고 테이블 4개가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조금은 한산해서 책방지기 손정슬씨와 조용히 이야기 나누기 좋았다.
“육아휴직 중에 산후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원래 책을 좋아하는데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을 더 많이 찾아 읽었어요. 아기 재우고 나서 인스타그램을 많이 봤는데 우연히 ‘너의 작업실’ 책방 포스팅 사진을 봤어요. 풍경이 따듯하고 인상이 너무 좋아서 ‘내 삶에도 그런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러다 너의 작업실 책방에서 글쓰기 모임도 하게 됐고 ‘책이랑 글쓰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내 곁에 두고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해져서 서점을 해보자 구상하게 되었고요.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몇 달 후에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열게 되어 한쪽 공간에 서점을 열게 되었어요.”
아이슬란드 여행의 따듯한 기억
카페 비크와 서점 뮈르달.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간판을 보니 그 이름이 궁금해졌다.
“오로라를 보고 싶어서 아이슬란드로 신혼여행을 갔어요. 여행하면서 제일 처음 오로라를 만난 곳이 '비크이뮈르달‘이라는 아이슬란드 최남단의 작은 마을이었어요. 마치 다른 행성에 있는 느낌이었죠. 비크에 있는 작고 아늑한 공간에 온 듯한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서 카페 이름은 비크, 서점 이름은 뮈르달이라고 지었죠. ‘당신의 오로라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란 콘셉트로 구상했어요.”
여행 서점이지만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책들은 없다. 책방지기는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너무 단순해서, ‘여행의 시간’이라는 큰 주제로 그 안에 여러 키워드를 뽑아 책을 선정한다”면서 “입고는 수시로 하는데 85%는 여행에 관련된 책이고, 15%는 제가 재밌게 읽고 소개하고 싶은 책들, 그리고 계절마다 주제별 컬렉션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책장의 책들은 대부분 한 권씩 있고 지금은 ‘봄과 멜로디’란 주제로 음악 관련 도서를 한쪽에 전시해놓았다.
책방이 주는 위로 이웃에게 전해졌으면…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꼼꼼한 준비과정이 있어서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지만 매출목표는 달성하고 있다.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운 점은 육아랑 병행하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육아휴직 중인데, 책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큐레이션 일은 하지만 다른 책방처럼 문화 활동(글쓰기, 북토크 등)은 생각도 못해요. 저는 책을 소개하고 파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책 구독 서비스도 생각하고 있고요.”
책방 손님들은 주로 상가 2층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잠시 들르는 엄마들이다. 책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쉬었다 가고, 근처에 오피스텔이 있어 젊은 직장인들도 찾아온다.
기억에 남는 가족 손님이 있는데, 토요일 오후에 음료를 주문하고 1시간 동안 각자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고 한다.
5월 말에 회사로 복귀하는 책방지기는 “힘들 때 책을 통해 받은 위로가 동네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면서 “여행 책방이니까 일상과 다르게 환기시킬 수 있는 공간, 따뜻함이 있고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차별화된 향 선사하는 핸드드립커피
카페 비크를 운영하는 남편 황성찬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커피를 하게 되어 즐겁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작은 동네 카페에서 카페 사장님이 이웃 할아버지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모습이 한가롭고 좋아보였어요. 저도 그런 공간을 가져보고 싶었고요. 창업은 처음이지만 제가 생각한 대로 계획하고 진행하니까 두려움 없이 재밌게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원목트레이에 예쁘게 차려진 커피 한 잔은 먼 길 온 여행자를 환대해주는 선물 같았다. 원두의 이름과 향, 맛을 설명해주는 커피노트가 있어 커피를 즐기는 재미를 더해준다.
“핸드드립 커피만 하고 있어요. 로스팅도 제가 직접 하고요. 에스프레소머신도 있어야 한다는 손님도 있지만 전 카페만의 차별성을 고집하고 싶어요.”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핸드드립카페로 자리 잡은 거 같다고 한다. 날이 따듯해지면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어딘가로 떠나기 전에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행 책장에서 일상의 여유를 느껴보면 좋겠다.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태극로 11 (한류월드 유보라 더 스마트)
문의 0507-1486-2028
인스타그램 myrdal.books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일·월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