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우울하지만… 하루를 살아도 멋지고 행복하게!

2023-04-27     조문주 시민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화제의 에세이집 펴낸 백세희 작가
독자들과 떡볶이집에서 수다 삼매경 

대화도서관 앞 분식점에서 진행된 백세희 작가와의 만남. [사진제공=대화도서관]

[고양신문] 화제의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대개 작가와의 만남은 주로 강연장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25일 진행된 이번 작가와의 낯선 마주침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배고픈 저녁 시간, 대화도서관 앞 푸른 섬 분식집에서 이뤄졌다. 

떡볶이가 차려진 테이블에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부터 아이 둘을 둔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낯선 사람과의 어색함도, 잠시 곧 동네 친구와 이야기 하듯 자신의 허무함과 우울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백세희 작가는 “우울감은 수용성 같아서 너무 무기력할 때 양치나 샤워를 하면 그 무기력 함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라며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힘들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일어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지키려 애쓴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도 각자 운동과 강아지와의 산책 등 다양한 우울감 해소법을 이야기하며 공감의 시간을 나누었다. 

25개국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2018년 출간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10년 넘게 기분 부전 장애(경미하게 지속되는 우울증)가 있는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치료기록 대화를 엮은 책이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아무도 치료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 아쉬웠던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 정신과 치료기록을 공유했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독립 출판으로 첫 책을 발표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모아진 후원금으로 제작된 책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고, 이후 1인 출판사 '흔'을 통해 정식 출간됐다. “나만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달라는 절실함이 있었다” 작은 외침으로 시작된 작가의 책은 25개국에 번역 출간됐고, 전 세계 100만 부가 넘게 판매되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솔직한 우울증 치료기에 독자들 공감  

우울증 치료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은 작가는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타인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이 시대 수많은 ‘나’들 과 닮았다.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이면의 어두운 모습과 아픔을 솔직하게 공유한 책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라고 적은 작가는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고 말한다. 이처럼 죽고 싶기도 하지만 배도 고픈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란 걸 인정하며 책의 제목도 그때의 감정을 담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로 짓게 되었다.

“동네 친구들과 마음 털어놓은 기분”

작가는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는 건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인데, 정신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면 왜 이상하게 보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저 지금보다 더 ‘잘’살고 싶을 뿐인 것”이라고 밝히면서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이 본인이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고, 이것 또한 나라는 것을 소중한 이들이 알아주길 바란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들려줬다.

작가는 이날 우울증, 약에 관한 이야기와 부작용 증상, 극복하는 방법을 나누며 힘들었던 시간을 이야기했다. 또한 자신과 잘 맞는 정신과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 여러 병원을 직접 방문해 보고 상담을 해보길 권유했다. 

어깨를 맞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일산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작가와 이웃으로 사는 참여자들과의 대화는 좋아하는 드라마와 책, 맛집과 카페 소개로도 이어졌다. 

백세희 작가는 저자 사인을 받으려고 내민 참가자들의 책에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 참가자는 “인기의 작가와의 만남이라기보다는 편한 동네 친구들과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수다를 즐긴 기분”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환한 모습으로 “멋지고 행복하게 살자”라는 말로 서로에게 인사를 전하며 만남을 마무리했다.

백세희 작가는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라는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도서관센터 <작가와의 낯선 마주침>  시리즈

이번 행사는 ’네 명의 작가와 네 번에 걸친 특별한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고양시도서관센터가 진행하는 <작가와의 낯선 마주침> 시리즈의 두 번째 시간이다. 3월에는 첫 시간으로 '최정화 소설가와 요가 하기'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화정도서관에서 진행됐고 ▲정지향 소설가와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상 ▲임현 소설가와 노래만들기가 각각 5월과 6월에 열릴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면 고양시도서관센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문의 031-8075-9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