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7일 출근하며 정성 쏟은 농업인의 큰 스승 퇴임

농협대 김영명 교수 정년 퇴임 농업CEO과정 등 24과정 총괄 7000여 명의 농업전문가 양성 고양 농업인의 미래 함께 개척

2023-05-02     황혜영 인턴기자
김영명 교수는 수많은 농업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농협대와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이 인생 최고의 직장이었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김영명 농협대학교 교수는 34년의 교수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퇴임했다. 김 교수는 1989년부터 강의를 시작해, 산학협력단 농업경영교육센터의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주임교수까지 맡아 오랜 시간 농업인들과 함께 했다. 토요일 일요일까지, 주말 과정이 필수였던 농업인 교육을 위해 주 7일 출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 교수는 농업인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존중했다. 최고농업경영자과정 등 24개 과정의 농업인 교육을 도맡으며 그가 꾸렸던 강사팀은 600명이 넘는다. 

수강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점이 답답한지 세밀하게 묻고 이 질문에 답해줄 수 있는 현장 전문가를 두루 찾았다. 덕분에 수많은 농업전문가들이 강단에 설 수 있었고 수강생들은 생생한 현장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농협대 교육과정을 거친 농업인들은 김영명 교수를 잊지 못한다. 어찌나 꼼꼼하고 성실한지, 그 정성에 감동해 힘들어도 공부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영명 교수가 총괄한 농업교육과정을 수료한 농업인들은 7000명이 넘는다. 지역농협 조합장부터 원로 농업인, 청년 도시농부까지, 웬만한 고양의 농업인들은 대부분 농협대 교육과정을 거쳤다. 이 많은 과정 중 김영명 교수가 가장 애정을 담은 과정은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이었다. 교수로 부임한 지 3년 만에 맡은 막중한 직책이기도 했고 농업들의 삶을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 계기였다. 

30년 동안 줄기차게 이 과정을 맡으면서 김 교수가 강조한 점은 “이론도 배우고 현장도 배우지만 무엇보다 서로 교류하고 연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김 교수의 뜻은 잘 실현됐다.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수료생들은 업종별 모임과 취미별 모임도 만들고, 기수별 동창회와 총동문회도 만들어 졸업후에도 활발하게 모이고 있다. 김 교수는 농업인들이 공부를 넘어 연대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되고 행복하다고 한다.


“농협대학교는 최고의 직장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다 해봤고, 먹고 살게 된 생활 기반이기도 하죠.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어요.”

퇴임 소감을 묻자 김 교수는 “후련하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10만 평 학교 구석구석에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텐데, 이제는 마음 놓고 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학교 교정이야 언제든 밟을 수 있겠지만, 농업인들과 함께 했던 수많은 시간들은 이제 추억이자 역사로 내려놓아야 한다는 아쉬움이 전해졌다.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치유농업전공의 견학 현장.

김 교수는 아침 8시 전 학교에 도착해 일과를 정리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자신의 성격을 내성적이지만 그만큼 꼼꼼하고 치밀하다고 설명한 그는 점심 먹기 전 30분을 확보해 오후 일과를 다시 정리한다고 한다.  “최근 10년간은 일주일 내내 출근해 교육과정을 관리했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학교에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재직기간 동안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의 현장 견학이었다.

“학생들과 다 같이 현장 견학을 가면 학교에서 배운 걸 어떻게 적용했고, 개선했는지 등 자신의 농사 경험에 대해 얘기해줘요. 경험을 공유하면서 제가 기획한 수업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최고농업경영자과정에서는 농사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다. 농업경영인,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농사하며 생겼던 고민을 해소하고, 쌓아온 경험을 체계화하는 시간이다. 김 교수는 최고농업경영자과정에 대해 “생산부터 유통, 경영까지 배우면서 정예 농업인이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100명 내외를 모집하는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은 소양 고사와 면접 등 다른 교육과정보다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친다. 지원 단계에서 김 교수가 직접 지원자 모두에게 연락해 교육과정의 기본 계획을 설명하고, 지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듣는다. 지원자 모두에게 일일이 연락하는 이유에 대해 “교육 전부터 소통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기억에 남는 교육생으로 최고농업경영자과정 18기 차영성씨를 꼽았다.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던 차씨는 농업에 대한 의지가 있어 최고농업경영자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차씨가 쓴 논문이 인상 깊었어요. 태풍과 비닐하우스에 대한 거였는데, 태풍 경로를 파악해 비닐이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인부 5명을 고용했죠. 다행히 태풍은 비껴갔어요. 인부를 고용한 비용과 태풍에 대비해 얻은 이득 등을 정리했어요. 또 고양파주지역의 종묘가게에서 팔린 종묘의 양을 조사해 상대적으로 적게 팔린 종묘 품목을 선택해 농사를 지으면 더 안전하다는 논문도 썼어요. 열의가 넘치는 학생이었어요.”

또 다른 교육생으로는 파주 비무장지대(DMZ)에 거주하는 송영철씨를 꼽았다, 송씨는 DMZ에서 목련을 재배했고, 한 해에 1000세트를 한정해 목련 꽃차를 만든다고 한다. 외국인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세트당 30만원에 판매한다. 김 교수는 “마케팅도 열심히 하고, 상도 많이 받았던 학생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면서 ‘농업에 눈을 떴다’고 전한 사람도 있었다. 김 교수는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강사 섭외를 위해 농촌진흥청에 직접 방문하거나 한 품목의 강사진 12명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했다. 모든 강사의 수업을 모니터링해 강의 밸런스를 맞춰 강사진을 배치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우리랑 똑같은 교육을 무료로 진행해요. 농협대학교도 경기도에서 지원받아 교육비를 보조해주긴 하지만, 어쨌든 자부담 비용이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 체계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하려고 했죠.”

34년을 지내던 교정을 떠나는 김영명 교수는 당분간 생활의 변화에 적응하며 휴식을 갖는다고 한다. 김 교수는 교직을 내려놓지만, 우리 농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많은 농업 분야 인재들이 양성돼 농업을 지켜나갔으면 좋겠어요. 생산농업뿐 아니라 도시와 공감·공생할 수 있는 치유농업도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또, 우리 농업인들에게 사회는 늘 변하고 있으니 부단히 노력해야 변화에 맞춰나갈 수 있다고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