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가는 척추’…그동안 몰랐던 요통의 비밀

고양경제포럼-서울대학교병원 정선근 교수

2023-05-15     윤시영 기자
소노캄 고양에서 10일 열린 고양경제포럼 5월 모임 참석자들이 정선근 교수의 발제를 듣고 있다.

디스크, 치료보다 관리가 중요
허리통증 원인 미리 알아놓기
일상 중 '요추전만' 유지해야 

[고양신문]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가 고양경제포럼(회장 이상헌) 5월 정례모임 강사로 초청돼 ‘백 년 허리 위한 바른자세 찾기’라는 제목으로 의학특강을 진행했다. 10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이날 강연에는 문명순 위원장, 김운남 시의원 등 지역정치인과 허희영 항공대 총장, 지역경제인들과 의료종사자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진료예약대기만 3년이 걸린다는 정선근 교수는 ‘정선근 TV’라는 구독자 100만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며, 시민들에게 올바른 의학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미디어 일선에서 헌신 중이다. 이 밖에도 국민허리 사용설명서로 유명한 ‘백년허리’, ‘요통과 디스크’ 등의 책을 펴내는 등 저술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정교수는 “최근 들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옛날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80년대까지만 해도 기대수명이 50년에 불과해 50살 이후의 척추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백세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에는 50살의 척추가 아닌 100살 때의 척추까지 고려해 꾸준한 관리에 힘써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

 

허리통증, 무엇이 원인인가?

허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허리의 근육, 장기, 골격 등의 무게를 받쳐주는 ‘디스크’이다. 디스크 안에는 젤리같이 말캉거리는 수핵이 차 있어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을 골고루 분산시켜 준다. 수핵 바깥쪽에는 수핵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양파껍질 같은 결합조직인 ‘섬유륜’이 있다. 두 기관 모두 허리 부담을 해소해 허리 안정성 유지에 필수적이다.

대부분 환자가 호소하는 허리 통증은 ‘섬유륜’이 찢어져 생긴 경우가 많다. 요통은 섬유륜이 찢어진 정도에 따라 ‘디스크성 통증’과 ‘좌골신경통’으로 나뉜다. 섬유륜이 조금 찢어질 경우 허리 부근만 아픈 ‘디스크성 통증’이, 많이 찢어질 경우 허리를 비롯한 다리 전체에 ‘좌골신경통’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명확한 원인을 모른 상태에서 부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허리 상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라며 “통증과 허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서 관리·치료를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밝혔다.

 

허리만 아픈 ‘디스크성 통증’

‘디스크성 통증’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수핵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이를 감싸는 섬유륜이 손상돼 발생한다. 허리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기에 허리 부위만 아프지만, 종종 같은 신경으로 연결된 심장, 명치 등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섬유륜은 서서히 찢어지기 때문에 초반에는 갑자기 아팠다가 좋아지는 증상이 반복된다. 하지만 이를 방치해 장기간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허리와 꼬리뼈 사이의 ‘천골’ 통증을 시작으로 조금만 허리를 틀어도 대못을 박는 듯한 고통을 겪게 된다.

정 교수는 “디스크성 요통을 해결하기 위해 마사지, 신경치료를 받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찢어진 섬유륜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적으로 붙는다. 지나친 자극을 주는 치료를 받을 경우 오히려 상처 부위를 덧나게 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니, 자가 회복할 수 있도록 놔두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즉, 자연치유될 수 있도록 ‘관리와 재활’에 집중해 야 한다는 것.

 

다리까지 아픈 ‘좌골신경통’

허리에 국한된 ‘디스크성 통증’과 달리 ‘좌골신경통’은 허리나 엉덩이에서 시작하여 다리로 뻗치는 듯한 통증이 있다. 어딘가에 앉을 때 엉덩이가 바로 닿는 부위가 좌골인데, 이 좌골 주변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좌골신경통’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 밖에도 통증과 함께 화끈거리는 느낌이나, 감각이 둔해져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도 동반한다.

좌골신경통의 가장 큰 원인은 ‘디스크 탈출증’이다. 섬유륜 손상이 진행되며 수핵이 흘러나와 척추에 압박이 가해지고, 수핵의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신경에 작용하며 큰 통증이 생 기는 것이다. 대부분 환자는 탈출된 덩어리가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잘못 알 고 있지만, 실제로는 수핵이 흘러나오며 생긴 염증을 덩어리가 압박해 아픈 것이다. 좌골신경통 역시 앞서 언급한 ‘디스크성 통증’처럼 자연치유가 가능해 직접적인 수술보다는 꾸준 한 관리가 중요하다.

 

손상된 디스크, 어떻게 회복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허리를 쭉 펴 요추전만 곡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루 내내 허리를 꼿꼿이 펴기는 어렵지만, 의식적으로 일상생활 중 허리를 펴줄 필요가 있다. 또한 허리를 꼭 구부려야 할 경우 천천히 행동하는 편이 좋다. 필라테스의 척추 분절 운동처럼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 있는 운동은 자극을 줄 수 있으니 지양하는 것이 좋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구기 운동, 걷기 등도 큰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24시간 요추전만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이면 허리디스크는 저절로 회복된다. 이에 적절한 운동 등을 통해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라며 “그것이 바로 척추위생이고, 100세까지 건강한 허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