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민주주의의 완성 

[높빛시론] 김범수 정치학 박사(자치도시연구소장)

2023-05-25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대한민국 정치의 국제적 수준은 높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매년 평가하는 민주주의 지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에 10점 만점에 8.03을 받았고 이는 세계 167개 나라 중 2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과정에 대한 평가는 10점 만점 중 9.58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평화적 정권 이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순위를 보면 대한민국은 2021년 16위에서 2022년 24위로 오히려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민주적 정치문화 부분의 점수가 7.50에서 6.25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민주적 정치문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국민의 수준과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기대 수준이다. 국민이 서로 합의하여 국가를 운영하면 민주적 정치문화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하지만, 국민이 합의하지 못하고 강력한 리더가 나와 분열을 일치시켜 통치하길 바란다면 민주적 정치문화 수준은 내려간다. 

최근 한국 사회의 정치문화가 합의 문화보다는 양극화 문화로 된 것, 양극화를 내 편의 강한 리더가 상대를 극복하여 통치하길 바라는 통치 문화가 득세한 것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정치인과 정당, 그리고 우리 유권자들은 선의의 정책 경쟁과 합의보다는 상대 깎아내리기 배제하기를 더 많이 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 정당을 압도하는 정치인을 상대 정당과 타협하는 정치인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2024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다. 국회의원 선출 방법이 최근 제시되었다. 올해 3월에 대한민국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 선출에 대한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1안은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 +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이고, 2안은 개방명부식 대선거구 +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3안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적용하였던 소선거구제 +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첫째, 3가지 방안 모두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 선거를 섞은 혼합 선거제이다. 둘째, 선거구 크기에서는 차이가 있다. 1안은 인구가 적고 면적이 넓은 농어촌 선거구에서는 1인을 선출하고, 도시지역은 3~5인을 선출하는 안이다. 2안은 한 선거구에서 4~7인을 선출한다. 3안은 한 선거구에서 1명을 선출하는 1인 선거구제이다.

고양시의 경우 1안이나 2안이 결정되면, 고양시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어 4인 선거구가 될 것이다. 3안이 되면 변화 없이 갑, 을, 병, 정에서 1명씩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1인 선거구제는 후보자 중심 투표 경향이 높고, 양당제로 수렴한다. 4인 선거구는 정당 중심 투표 경향이 높고 군소정당 당선 가능성이 높아 다당제로 수렴한다. 셋째, 비례대표제 방식에서 1안과 3안은 권역별 비례, 2안은 전국 비례이다. 연동 방식에서도 1안과 2안은 비연동방식인 병립형, 3안은 연동방식이다.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3가지 방안 어느 것을 적용해도 정당에게 책임을 묻는 정당정치의 흐름은 커질 것이고, 군소정당의 진출 가능성은 커진다.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는 다당제 국회가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당 지지율에 따라 유권자의 지지율을 의석률로 그대로 반영하면 다당제 국회가 된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선거에서 거대 양당이 얻은 득표율은 33.8%와 33.4%로 합하면 70%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의석률은 전체 의석의 94.3%인 283석을 차지했다. 20% 이상 보너스 의석을 누린 것이다.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의 의사가 국회에 반영되면 국회는 다당제가 된다. 

다당제는 유럽형이고, 양당제는 미국형이다. 양당제는 51%의 지지로 100%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의 제도이기에 책임성과 안정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집권당이 야당과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양당제는 양극화의 위험이 있다. 집권당과 제1당이 각각 지지자들의 입맛에 집중하면 정국이 타협 없이 얼어붙게 된다. 다당제는 집권당과 야당이 권력을 공유하는 권력 공유를 원리로 한다. 권력 공유는 제1당이 야당과 정책 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 간 정책 연합은 정치 양극화의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내선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가 양극화 정치에 동원되지 않는다면 다당제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권자인 유권자는 양극화와 혐오를 동원하는 정당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 유권자가 정책 경쟁에 최선을 다하는 정당을 선택하고 이 정당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혐오의 정치문화가 대안 경쟁의 정치문화로 바뀔 것이다. 이것이 민주적 정치문화의 완성이고, 선거 민주주의의 완성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