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수목건강, 이제 나무의사가 책임집니다”
고양나무의사협의회 박정식 회장·조영호 부회장
6월 28일 나무의사제도 시행
고양시 전국 첫 협의회 설립
35명 참여. 역량강화 활동 등
아파트·공원 나무 생태적 치료
[고양신문] “나무나 식물들도 이제 생태적 관점에서 전문성을 갖고 관리·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바로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우리 ‘나무의사’들이죠. 이제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나무가 아프거나 병들 때, 건강 상태를 진단·처방하고 예방과 치료까지 책임지는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 5년 만에 오는 6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에 앞서 기초지자체 중 전국 최초로 지역 내 나무의사 협의회 만든 박정식 회장과 조영호 부회장을 만나봤다.
“그전에도 수목보호기술자 자격증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좀 더 수목치료에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나무의사라는 제도를 도입하게 됐죠. 하는 일은 사람 치료하는 전문의사와 같아요. 직접 왕진해서 진단·처방도 하고 수액을 주거나 가지치기, 병해충 예방조치 등 진료행위도 담당하고 있죠.”
나무의사 제도 도입은 2015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아파트와 학교 등에서 나무 치료를 위해 농약이 오남용 되는 문제가 전사회적 이슈가 됐고 국민 절반 이상이 이제 수목진료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여론을 보이면서 나무의사 제도 도입을 위한 법 제정이 이뤄졌다. 2018년 자격증 첫 도입 이후 5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6월 말 정식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존 수목보호기사 등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제2의 직장을 준비하며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도 있다.
박정식 회장과 조영호 부회장 또한 원래 젊은 시절 다른 직종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관심을 갖고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케이스다. 박정식 회장은 “전부터 환경이나 수목분야에 대한 관심은 많았는데 마침 나무의사 제도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며 “시험응시 자격부터 무척 까다롭고 시험 난이도도 높아서 쉽진 않았지만 막상 자격증을 얻고 나니 뿌듯함도 있고 앞으로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조영호 부회장 또한 “농업관련 석사학위를 비롯해 다양한 자격증이 있는데 나무의사 자격증에 특히 더 애착이 간다”고 이야기했다.
박정식 회장의 설명처럼 나무의사 자격증은 관련 전공 석사학위 이상이거나 해당 분야 실무경력이 5년 이상 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춰야 시험응시 조건이 부여된다. 시험 과정도 만만치 않다. 먼저 나무의사 양성 교육을 15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고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 및 논술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나무의사는 전국적으로 1154명에 불과한데 이중 고양시에 대략 50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협의회 참여 인원 35명). 이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자격증을 취득한 나무의사들은 나무병원을 설립해 실질적인 수목 진료와 예방·치료 활동 등을 펼칠 수 있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다 보니 기존 업계종사자들과 새롭게 진입한 이들 간의 이해충돌 문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고양나무의사협의회는 이러한 갈등을 사전에 조정·방지하는 한편 나무의사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했고 볼 수 있다.
조영호 부회장은 “나무의사 도입 목적이 수목관리에 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함인 만큼 앞으로 협의회를 통해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고양시 나무는 우리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활동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월 13일 고양나무의사협의회는 호수공원에서 병해충 방지를 위한 생태적 접근과 진단처방전 작성요령 등을 실습해보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수목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을 치료하는 수목진료센터 설립도 준비중이다. 일명 반려식물병원이라고 불리는 수목진료센터는 최근 서울 서초구 등에 문을 연 뒤 소위 ‘식집사(식물을 애지중지 키우는 사람이라는 뜻)’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박정식 회장은 “올해 하반기 가을꽃축제를 시작으로 고양시 꽃박람회 등 주요 행사에 부스 참여를 통해 반려식물에 관한 전문지식도 공유하고 홍보활동에 나설 예정”이라며 “전국 최고의 나무의사들이 활동하는 고양시가 되도록 협의회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