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중심 교통정책에 시민은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

고 조중래 교통학자 1주기 인터뷰집 『시민교통』 북콘서트

2023-05-30     남동진 기자

 

비용편익 중심 예타제도 비판
교통정책에도 민주주의 필요


[고양신문] 전문가 중심의 사업성 논의로만 점철되는 현 교통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은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교통학자 고 조중래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담은 책 『시민교통』의 북콘서트에서 신규노선 의사결정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 평가 즉 비용편익분석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나상윤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이 사회를 맡고 조중래 선생의 첫 제자였던 김채만 현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초대손님으로 참여해 논의를 이어갔다. 국내 손꼽히는 ‘진보적’ 교통학자였던 고 조중래 선생은 과거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장과 명지대 교수 등을 지냈으며 95년 국내 첫 실증적인 교통량 조사인 ‘서울시 교통조사 데이터베이스 구축방안 연구’를 진행해 가장 대표적인 교통실태조사의 토대를 구축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조중래 선생은 작년 드라마 D.P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은 아들 조현철 배우의 수상소감에도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책의 주인공인 고 조중래 선생의 생전 일화와 주요 업적 중 하나인 국가교통량데이터(OD데이터) 구축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교통정책 관련 예비타당성조사에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BC분석에 관한 비판적 논의도 나왔다. 조중래 선생에 따르면 ‘교통시설 편익 산정 모델’은 BC분석으로 대표되는 ‘비용절감접근법’은 사전타당성조사를 통해 얻는 결과와 실제 시행 시 결과 사이에 큰 간극이 발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오히려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이용의사 여부를 확인하는 ‘소비자잉여접근법’을 통한 편익산출방식이 유용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양시를 포함해 경기도 각 지자체에서 내부교통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트램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채만 연구위원은 “현행 ‘비용절감접근법’ 방식으로는 트램 사업의 타당성이 낮게 나오지만 ‘소비자 잉여 접근법’을 통해 분석해보면 충분히 사업성이 나온다”며 “BC분석이 유용한 분석방식인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다른 요인들도 정책의사 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 조중래 선생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김상철 공공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또한 “현행 예비타당성조사가 쓸모없다는 게 아니라 이 결과조차 특정 모델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고 다른 방법론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즉 어떤 방법론과 접근방식을 가지고 교통정책을 결정할 것인가는 관료와 전문가들에게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적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