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사 논란은 민주주의 문제, 이전강행 시 시민행동 나서야

고양신문 정책토론회 신청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2023-06-19     남동진 기자

<최인훈 밑줄축제-고양민주주의 광장 토론회>

민주적 의사결정 배제로 이전 정당성 상실
전문가·주민 모두 “납득 어려워”
기존 건립사업 시민편익 3천억원 이상 
이전하려면 행정절차 새로 밟아야


[고양신문] 올 초 이동환 시장의 기습 발표로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시청사 백석 이전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시청 문제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추진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편법적 요소들과 시의회 논의과정 배제, 주민 소통 없는 일방적 행정절차는 단순히 시청사 입지선정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덕양과 일산,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간의 문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자치 관점에서 이번 사태의 근원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2일 고양신문이 주최한 ‘고양시 신청사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단순히 시청부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를 논하는 수준을 넘어 민선 8기 이후 1년간 펼쳐진 신청사 논란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했다. 정책전문가이자 현재 행신2동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고 있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이 발제를 맡은 이날 토론회는 현장에 약 100여 명의 시민과 주민자치 활동가, 지역정치인 등이 참석했으며 고양팟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서도 1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참여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1년간 백석 이전 절차 ‘마이웨이’
“일반 가정도 집을 이사가려면 가장 혼자서 결정하지 않고 가족회의를 거쳐야 합니다. 하물며 100만 도시의 중심인 시청을 이전하는 큰 사안이라면 더더욱 많은 절차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 민선 8기의 백석동 시청 이전 추진과정에는 이러한 민주적 절차가 안 보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발제를 맡은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행신2동 주민자치위원)

오건호 정책위원장의 말처럼 고양시는 작년 6월 기존 원당 신청사 건립사업에 대한 중단발표 이후 6개월간 밀실논의를 거듭해왔다. 그 결과는 올해 1월 초에 나온 백석동 시청 이전 기습발표였다.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던 이날 발표는 시의회와 지역 정치인들은 물론 담당부서 공무원조차 몰랐던 내용이었다. 이는 앞서 민선 7기에서 4년간 관련 조례와 건립기금확보,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부지를 선정했던 기존 원당 신청사 입지선정 절차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동환 시장의 독단적 행보는 시청사 백석 이전 발표 이후에도 계속됐다. 며칠 뒤 고양시 홈페이지에 걸린 ‘신청사 결정에 대한 설명문’에는 새로운 시청사가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으로 ‘결정’되었다는 문구가 포함됐으며 이후 3월 시정소식지인 <고양소식지>는 백석 이전과 원당재창조프로젝트 관련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다. 오 위원장은 “심지어 이정형 부시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시민, 시의원과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업CEO도 아닌 공직자가 저런 발언을 공공연하게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고양시에 살고 있는 시민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화가 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된 ‘시장실 원당 존치’ 발언 해프닝에 대해서도 “시청 이전 추진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부서협의조차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다보니 내부적으로 갈팡질팡하는 것 아니냐”고 바라봤다. 


예산절감은 허상, 원안추진 효과 3000억 이상
오건호 정책위원장은 시청 백석이전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의사결정 민주주의’ 문제를 들었다. 오 위원장은 “시청사 위치는 인근 상권과 부동산 가격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모든 시민들이 100% 만족하는 입지는 존재할 수 없다”며 “따라서 입지선정의 정당성은 오직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만 확보할 수 있고 여기에서 경제성, 균형성, 미래성 등 다양한 가치를 놓고 사업타당성을 검토하는 숙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바로 신청사 논란에서 계속 언급되어 왔던 ‘지방자치법 9조’와 ‘고양시 시청사 입지 조례’다. 해당 법에 따르면 시청 소재는 시의회 재적인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있는데 풀이하자면 이는 시청 이전과 관련된 일련의 절차에서 시의회, 나아가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 위원장은 “시장과 부시장이 해당 조례를 마치 전입신고처럼 시청 이전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진행하면 되는 절차로 이해하고 있는데 이는 법의 취지를 전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이전 절차를 강행한 뒤 시의회가 어쩔 수 없이 승인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이동환 시장이 굳이 시청사를 백석으로 이전해야 한다면 ①기존 원당 신청사 입지선정의 ‘(위법요소를 포함한)부적합성’을 증명하고 ②이에 대한 시민과 시의회의 동의를 받은 뒤, 재검토 필요성이 인정되면 ③입지선정절차와 동일한 수준의 이전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위원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하는 백석 이전활동은 신청사 입지 선정을 위한 민주주의 절차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경제성, 사회성 측면에서 비교한 원당 신청사 vs 백석 요진빌딩(출처: 오건호 정책위원장 발제자료)

예산부담 없는 신청사 이전이라는 시의 주장 또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원당 신청사 건립비용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시는 백석 업무빌딩으로 이전할 경우 해당 공사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무빌딩은 현재 자산가치로만 약 2000억원 이상인 데다가 공공청사 용도로 리모델링 할 경우 최소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추가 비용이 예상돼 사실상 백석 업무빌딩 이전을 통한 예산절감효과는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신청사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자산가치 상승 등을 고려하면 기존 건립계획을 통한 기대이익은 훨씬 크다는 게 오건호 위원장의 주장이다. 오 위원장은 “신청사 타당성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신청사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3622억원(생산유발 2743억원+부가가치유발 879억원)으로 추정되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3000억원 이상의 추정가치를 더하면 원당 신청사를 통해 약 6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며 “시민들을 위한 편익 측면에서도 기존 신청사 건립이 훨씬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학자, 시의회, 주민 등 “이전 정당성 없어” 한목소리 
발제에 이어 토론자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적 절차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짚었다. 박영신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민관거버넌스 기구에서 활동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관료조직은 본질적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는 속성을 가진 것 같다”며 “특히 선출직 공무원들은 항상 자신들은 객관적이고 완전무결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하고 시민들은 마치 편견에 가득한 존재로 취급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즉 정책결정권자일수록 어떠한 중대한 결정을 함에 있어 더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남겼다. 박영신 명예교수는 “모든 행정절차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나아가 정책 입안단계부터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신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의회 입장에서 본 그간 신청사 논란의 문제점과 향후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해련 위원장은 “지난 시의회 당시 4년 동안 치열한 토론을 거쳐 진행된 절차들이 새로운 시장의 말 한마디에 한순간에 뒤집히는 모습을 보면서 상실감이 매우 컸다”며 “기존 절차에서 집행된 67억원의 예산문제와 GB해제 취소에 따른 배임문제, 신청사 실시설계 중단으로 인한 민형사상 소송문제 등 당면한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시의회 동의없이 추진 중인 시청사 이전 타당성 용역예산 7500만원의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앞으로 진행될 행정절차에 대해 시의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해련 위원장은 “시청 소재지를 변경하려면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필요하고 이 경우 공유재산관리계획에 대한 시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계속 강조되고 있는 지방자치법 9조에 따른 소재지 변경 조례 개정 또한 남아있는 만큼 이동환 시장이 독단적인 행정을 강행할 경우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장

이바다 마두1동 주민자치회장은 “개인적으로 신청사 위치가 원당으로 결정됐을 때 100%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간 주민자치회 운영경험 등을 돌이켜볼 때 입지정당성의 핵심은 의사결정 민주주의에 달렸다는 발제자의 발표에 적극 동감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이바다 회장은 “민주적 의사절차를 거쳐 결정이 된 사안을 뒤늦게 논란으로 만드는 것은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며 “더이상 소모적 갈등으로 지역을 가르지 말고 이제 생산적인 정책의제를 가지고 시정을 이끌어 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바다 마두1동 주민자치회장

김현준 도래울마을연합회 회장 또한 “그간 아파트연합회장을 맡아 지역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오면서 깨달은 점은 어떤 사안을 추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합리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고양시의 백석 이전 추진과정은 이러한 점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아파트연합회 내에서도 어떠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민주적 절차가 가장 중요한데 하물며 100만 도시의 시장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것 아니냐”며 이동환 시장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 다뤄야” 지적도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참석자 자유발언 순서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지역구 안중돈 시의원(국민의힘)은 “발표에서 나온 것처럼 원당 신청사는 지난 4년간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안인 만큼 시장님과 극소수 공직자가 일방적으로 이전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며 “신청사 원안건립을 위해 국민의힘 고양갑 지역위원회 차원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신청사 문제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임홍열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실시계획 절차까지 진행된 신청사 원안의 조감도 등을 보여주며 “100만 도시의 공공청사는 주변이 개방되고 누구나 접근가능한 넓은 부지에 자리해야 하고 건축설계 또한 미래적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며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고양시의 미래자산인 원당 신청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균형발전과 역사성 측면에서 청사위치는 원당에 그대로 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진흥원장은 “600년 전 고양군청이 원당에 자리잡은 뒤 대부분의 세월을 이곳에서 함께 해왔다”며 “고양의 정체성과 정통성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봐도 백석으로의 청사 이전은 전혀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명준 신청사 원안건립추진위 주민 또한 “신원당마을에 거주한 뒤 지난 수십년간 고양시에 사는 게 가장 큰 자랑거리였는데 최근 신청사 논란을 겪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며 “일방적으로 발표된 백석이전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앞서 결정된 원당 신청사 입지선정 또한 논의과정이 부족했던 만큼 시청사 입지선정을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규 고양자치발전시민연합 사무총장은 “현재 백석 이전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만 민선 7기 당시 신청사 원당 입지선정 결정과정에서도 시민들과의 공론화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만희 행주동 주민자치회장은 “오늘 토론 자리가 의미있긴 했지만 한편으로 백석이전에 찬성하는 입장의 목소리는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다양한 목소리가 참여하는 공론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 토론회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