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랐던 이가순·이원재 이야기… 안방시청자들 ‘감동’

KBS ‘다큐 온’ <어느 독립운동가의 부전자전기>

2023-06-23     유경종 기자

평전 쓰고 다큐까지 만든 신기식 목사
“고양시 지역농협의 든든한 지원 덕분” 
업적 기리는 기념공간 만들어졌으면 

고양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이가순, 이원재 부자의 이야기가 방송에 소개돼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다. [KBS 화면 캡쳐]

[고양신문] 배고픈 행주벌판 농민들을 위해 곡괭이를 든 아버지 이가순 애국지사,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농수로를 완성한 아들 이원재 의사. 고양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부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드라마 <어느 독립운동가의 부전자전기>가 17일 밤 KBS 1TV ‘다큐 온’을 통해 방영돼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다.   

영상은 연해주와 하얼빈, 원산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의연한 기개로 독립운동을 펼친 이가순 지사의 행적, 그리고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떨어졌지만 의사로 성장해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음으로 양으로 도운 이원재 의사의 삶을 다큐영상과 인터뷰, 그리고 스토리텔링 드라마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몰입도 높게 담아냈다. 

영상에는 이원재 의사의 손녀와 며느리 등 후손들이 등장해 집안에 전해오는 생생한 이야기를 증언했고, 잊혀진 독립운동사를 발굴하는 연구자들이 출연해 이가순·이원재 부자의 행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KBS 화면 캡쳐]

고양의 시청자들에게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것은 이가순·이원재 부자가 고양 땅 능곡에 정착해 펼친 관개(灌漑)사업의 과정과 의의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짚어냈다는 점이다. 피폐한 농촌을 살려내기 위해 한강변에 제방을 쌓고, 바위산을 뚫어 농수로를 만들고, 한강물을 퍼올려 황무지를 드넓은 옥토로 바꿔낸 이가순·이원재 부자의 헌신이 지역 농업인들에게 어떤 열매로 이어졌는지가 이영찬 전 고양시씨족협회장(고인), 오영석 농협중앙회 고양시지부장 등 지역인사들의 목소리로 전해졌다.

다큐멘터리가 지상파 방송에 방영되기까지 오랜 시간 열정을 바친 이는 바로 이가순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는 신기식 목사(신생감리교회, 덕은동)다. 지난해 신기식 목사가 집필한 이가순·이원재 부자의 평전 『영웅은 열매를 팔지 않아』가 디딤돌이 되어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신 목사의 역할은 단순히 평전 집필에 그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발굴해낸 부자의 스토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상물 제작을 구상하고,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 발품을 판 장본인 역시 그였다. 

이가순 평전을 집필하고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추진해낸 신기식 목사. (이가순 기념사업회 회장)

하지만 신기식 목사는 영상 제작의 가장 큰 공을 김진의 일산농협조합장에게 돌렸다. 
“고양YMCA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김진의 조합장이 제 책을 보고는 ‘고양의 농촌을 지켜내신 이가순·이원재 부자에게 당연한 예우를 돌려드려야 한다’면서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에 흔쾌히 앞장서 주셨어요. 덕분에 고양의 7개 지역농협(고양축협, 벽제농협, 송포농협, 신도농협,원당농협, 일산농협, 지도농협)에서 십시일반 적지 않은 금액을 희사해주셨고, 감리교본부의 지원도 보태져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제작비가 마련됐다 해도 적합한 제작자를 찾아내는 것은 또다른 숙제였고, 더군다나 엄격한 평가기준을 통과해 지상파 방영 편성을 따내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관문이었다. 이 힘든 과정들을 하나하나 추진한 것 역시 신 목사의 묵직한 뚝심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사람 저사람에게 적임자 추천을 요청했고, 무작정 방송국을 찾아가 아무라도 좋으니 PD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이 닿은 이는 외주제작사인 스토리윤 이소윤 대표였다. 고맙게도 이 대표는 이가순·이원재 이야기의 가치에 깊이 공감했고, 넓게 흩어져있는 이야기들을 ‘아버지와 아들의 부전자전’이라는 포커스로 요령 있게 압축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신기식 목사. [KBS 화면 캡쳐]

신 목사는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이곳저곳에서 ‘너무 감동적이다’ ‘저런 분들이 계셨다는 걸 여태 몰랐다’며 잔잔한 반향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번 방영이 이가순·이원재 조명작업의 새로운 전기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 많은 이들에게 두 분의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무척 소중하지요. 방송은 일회성으로 끝났지만 이가순기념사업회, 고양의 지역농협, 고양YMCA 등에서 영상물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구상들을 얘기하는 신기식 목사에게 이가순기념사업의 궁극적인 바람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고양에 작게라도 두 분의 위대하고 감동적인 업적을 기리는 기념공간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영상을 시청하신 분들은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한 분들이라는 걸 공감하셨을 겁니다. 조국을 위해, 그리고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으시고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으신 두 분의 삶은 고양사람들이 자랑스럽게 기려야 할 모습이니까요.”

신기식 목사가 지난해 출간한 이가순, 이원재 평전. [KBS 화면 캡쳐]
다큐멘터리에는 최근 고인이 된 이영찬 전 고양시씨족협의회장의 모습도 등장했다. [KBS 화면 캡쳐]
[KBS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