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건강 지킴이 ‘미네랄’
[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소량이지만, 인체에 중요한 역할 담당
현대의 식생활 습관, 미네랄 부족 불러
결핍되면 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 원인
[고양신문] 필자가 어려서는 동네가 지금처럼 아파트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아서 아이들의 주요 놀이터는 흙이 깔린 골목길이었다.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당시에는 흙바닥에서 놀던 아이들이 흙을 먹는 일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지금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아이 엄마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병원에 데려갈 수도 있는 사건이겠지만 예전에는 아이들을 잠깐 혼내고 입안과 손을 씻기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아이들은 왜 그런 행동을 하였을까?
실제로 자연에서는 원숭이, 돼지, 새 등 많은 동물에게서 흙을 섭취하는 토식증(geophagy)이 자주 관찰된다고 한다. 자신이 사는 먹이 환경에서의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흙을 먹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인 여성들이 일부 영양분을 얻기 위해 먹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흙에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조성은 다르지만 천연의 미네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미네랄이 부족해지면 본능적으로 흙을 먹는 것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심지어 육식동물인 호랑이도 미네랄이 부족해지면 가끔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Linus Pauling) 박사가 인간의 질병은 한두 가지 미네랄의 결핍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고, 실제로 질병의 대부분이 미네랄 결핍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였을 정도로 미네랄은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미네랄은 체세포의 내액과 외액에 존재하면서 산·알카리성 조절, 각종 호르몬의 분비, 신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물질로, 우리 몸의 골격을 유지해 주고 혈액과 각종 체액 생산에 관여한다. 또한 혈압을 조절하고 신경계의 조화를 담당하는 등 각종 조절작용을 통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 준다. 우리 몸의 뼈와 피부를 단단하게 하듯이 야채나 과일에서도 껍질을 단단하게 해준다.
자연에서 미네랄 조성이 좋은 물은 심해수, 깊은 산골의 암반수 등인데 신기하게 산모의 양수도 미네랄의 조성이 완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천일염과 죽염에는 미량 미네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전통 식단에도 야채식이 많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미네랄의 부족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환경과 식단은 미네랄의 부족을 가져온다! 대다수의 가정에 보급되어 있는 정수기를 통과한 물은 미네랄이 걸러진 물이다. 정수기로 걸러진 물에서는 열대어들도 살지 못한다. 환경과 비료의 사용으로 땅이 산성화되고 농약의 사용으로 식품에서의 미네랄 함량은 점점 떨어진다. 비닐하우스에서 인공적인 빛, 온도, 습도, 영양 등으로 재배되는 제철이 아닌 과일이나 야채들은 제철 식품들보다 각종 영양소들의 함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곡류와 과일을 섭취할 때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껍질조차 제거하고 먹는 것이 현대인의 일반적인 식습관이 되었다. 또한 육류나 인스턴트식품,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은 우리 몸에서 미네랄 부족 현상을 가중시킨다. 현대인의 실내 생활로 인한 햇볕 노출 시간의 부족은 미네랄 흡수에 필요한 비타민 D의 결핍을 일으킨다.
미네랄의 부족으로 체질은 점점 산성화되고, 이는 다양한 만성질환의 발생으로 이어진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자가면역질환, 암, 각종 염증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증상들은 심각한 미네랄 결핍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칼슘결핍이 가장 문제인데, 어떤 특정 미네랄의 혈중 농도가 높아져 있는 것은 세포 내 미네랄 균형이 깨져있는 것을 말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은 ‘칼슘 패러독스’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칼슘이 체내에 부족해지면 체액이 산성화되므로 인체는 이를 막으려고 뼈에서 칼슘을 ‘와장창’ 뽑아오게 된다. 인체는 특정 성분이 부족해지는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해당 성분을 필요 이상으로 공급하는 비상사태의 몸을 만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뼈에는 골다공증이 유발되고, 빠져나온 칼슘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므로 혈액에서의 잉여의 칼슘이 석회화, 결석 등을 유발하게 된다. 약국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골다공증 환자에게서 석회침착으로 인한 어깨 통증과 신장결석, 요로결석 등이 의외로 많이 관찰된다.
미네랄은 피부나 소화관에도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부족해지면 세포의 ‘메마름증’이 생긴다. 메마름증은 요즘 많이 발견되는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궤양성 대장염, 위축성 방광염 등의 원인이 된다. 특히 체액에서의 미네랄 부족은 암발생의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세포의 적절한 전압을 유지하는데 미네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압이 낮아질수록 pH는 낮아지고, 산성화되며, 산소 수준이 낮아지는 것인데 이는 결국 건강한 세포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세포의 전압은 90밀리볼트이고 암세포의 전압은 30~45밀리볼트이다.
주요 미네랄의 결핍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은 다음과 같다.
△칼슘 뼈 기형, 성장저해, 골다공증, 고혈압
△칼륨 신경과민, 갈증, 불면증
△마그네슘 피로, 우울증, 근육경련, 고혈압
△철 빈혈, 탈모, 손톱 연화, 면역력 저하
△셀레늄 항산화효소의 저활성, 탈모, 면역력 저하
△아연 식욕감퇴, 빈혈, 야맹증, 탈모, 호르몬 이상, 조직 재생과 면역력 이상
△크롬 당대사 이상, 피부염, 동맥경화
미네랄 부족 증상은 일상생활에서 주로 갈증으로 나타나는데, 물을 먹어도 갈증이 자주 나타난다면 미네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겠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