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사례 평가 받았는데... 원당 마관협 쫓겨날 위기
주민거점공간 사용연장 ‘불허’, 마관협 법적대응 준비
효율적 운영관리 검토 이유로
원당 마관협 계약연장 '불허'
2년 운영 객관적 평가 결과 X
관련법 상 5년 사용연장 가능
[고양신문] “2년 동안 사업목적에 맞게 열심히 공간을 운영해 왔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하니 너무 화가 나네요. 그동안 행정을 대신해서 동네를 위해 공익활동을 해왔는데 시장 한명 바뀌었다고 지원은 커녕 계약서에 근거한 사용신청 연장 요청조차 무시하고 있으니...”
2년 전 국토부 뉴딜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원당 도시재생 지역. 사업종료 후 주민 자생조직인 원당 배다리마을관리협동조합(이하 마관협)이 거점시설인 원당 배다리사랑나눔터 일부 공간을 맡아 운영해왔다. 하지만 최근 계약연장을 앞두고 고양시가 해당 시설을 운영 중인 마관협을 내쫓고 다른 활용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원당 배다리마관협에 따르면 원당 배다리사랑나눔터 1·5층에 대한 사용기간 만료(2021년 7월 28일~2023년 7월 28일)를 앞두고 마관협이 시에 제출한 사용수익허가 기간 연장요청에 대해 고양시가 ‘불허’통보를 내렸다. 시는 공문을 통해 “도시재생 거점시설에 대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관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사용수익허가 연장요청은 수용하기 어려우며 조속한 시일 내에 새로운 운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는 민선 8기 이후 기존 도시재생 거점시설 운영을 주민조직이 아닌 민간기업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해온 바 있다.
갑작스런 운영불허 통보에 배다리마관협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신동수 이사장은 “애초에 행정의 제안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거점시설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쳐왔는데 그동안 아무 말도 없다가 계약만료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연장을 못한다고 통보했다”며 “그동안 동네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일방적 행정 아니냐”고 반발했다.
배다리마관협은 그동안 거점공간을 기반으로 각종 문화공연, 교육, 대관 등의 공익사업을 펼쳐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역기반 수익모델을 하나둘 개발해오고 있었다. 덕분에 전국적으로 마을관리협동조합의 모범 운영사례로 여러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고 바람직한 주민기반 사회적경제조직 사례로 강의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신 이사장은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계약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지난 2년간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외부에서는 모범사례로 칭송받는데 정작 고양시에서는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연장 불허를 통보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 결과 현재 고양시는 거점시설 운영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지표를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일방적인 사용수익허가 연장불허 통보가 관련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배다리사랑나눔터’ 는 도시재생 특별법에 따라 주민거점공간 목적으로 설립된 시설이다. 때문에 ‘공유재산 사용허가 조건’에 이러한 사용목적이 명시되어 있고 특히 사용허가 취소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공유재산법에 따라 5년까지 사용허가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법률전문가는 “비록 임대차 계약은 아니지만 ‘공유재산 사용허가 조건’에 따라 마관협이 1개월 전에 연장신청을 했고 시에서는 사용허가 취소사유가 없는 이상 거부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마관협 측은 관련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서를 고양시에 제출했으며 사용허가 연장을 지속적으로 불허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도시재생 거점시설 운영방안을 둘러싼 갈등은 원당 뿐만 아니라 화전, 능곡, 고양동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화전 마관협의 경우 지난 4월 드론센터 내 주민거점공간 승인이 나지 않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공모사업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작년 사업이 종료된 토당(능곡) 도시재생 마관협 또한 거점공간 승인이 미뤄지면서 수개월째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박종권 토당 마관협 사무국장은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주민공간 활용방안이 결정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써 7개월째 마냥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5월 4개 지역 마관협에서 200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 시에 전달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라고 말했다.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신규 주민거점공간에 대해서는 기존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에 따라 마관협에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고양시는 계획변경을 해서라도 민간기업에게 운영을 맡기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업목적에 위배될 경우 나중에 국비지원에 대한 배임문제가 적용될 수 있어 시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