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권력 선출해 책임과 권한 맡겨야 국민 희생 막을 수 있어”
‘윤석열 정부 폭주 어떻게 막을까’ - 이기헌 일산광장 상임대표-최강욱 의원 대담
검찰 공화국 넘어 검사의 나라
너무 많은 사람 죽어 가는데도
대통령·공무원은 희생자 ‘구경’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
생명·안전 중시하는 권력 절실
[고양신문] “고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은 내일 오전 9시 해병대장으로 엄수되며…”, “오늘 오후 서울 관악구에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세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도로가 꺼지면서 여기저기에 큰 구멍이 생겼고 레미콘 차량이 하천으로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안에서 20대 교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교제하던 여성과 여성의 어머니를 잇달아 살해하고…”
지난 21일 저녁을 먹으면서 봤던 9시 뉴스의 주요 꼭지들이다. 서너 시간 전 최강욱 의원이 한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죽어갑니다.” 이날 늦은 오후 고양 꽃전시관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권력기관의 폭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주제로 한 이기헌 일산광장 상임대표와 최강욱 국회의원의 특별대담을 딱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날 대담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 상임대표의 첫 공식일정으로 마련된 행사였다. 현장에는 정범구 전 독일대사, 김해련 고양시의원, 김영환·김경희 전 경기도의원, 이성한·백대진 일산광장 공동대표,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 배규석 강촌마을 7단지 대표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 시민모임 회원 등 15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정부, 검찰 중심 수직 계열화
이기헌 대표는 경희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민주당에서 오랜 당직 생활을 하며 총무국장과 조직국장을 지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시민참여비서관 등을 거쳐 민정비서관으로 공직을 마쳤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과 함께 청와대를 나와 법무법인 율플러스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더 살기 좋은 일산 with 일산광장’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정치와 지역 현안 그리고 각종 정책에 대해 공론의 장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며, 포럼과 특강 등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20여 년을 고양시민으로 살아온 곳에서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복안이다.
대담에서 최강욱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을 중심으로 한 수직 계열화를 들었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 검찰 출신으로 비서실을 채우고 또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하고 검찰 출신 대통령실 인사들을 각 부처 차관으로 보낸 것에서 보는 것처럼 정부는 물론 각 기관을 검찰에서 장악하고 수직 계열화함으로써 검찰 공화국을 넘어 검사의 나라가 됐다는 것.
정치권‧행정권 진입해 직접 ‘검사통치’
실제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지난 5월 발간한 『검사의 나라, 이제 1년-윤석열 정부 검찰보고서 2023』에서 “전 정부, 야권 및 비판적 인사에 대하여는 가혹할 정도의 수사방법을 동원하는 한편 검사의 상당수가 정부 곳곳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였다. 위험한 것은 그의 수사경험이 교육이라면 교육전문가로, 금융이라면 금융전문가로, 경제라면 경제전문가로, 방위산업이라면 국방전문가로 어느 날 갑자기 둔갑되어 있음을 본 사실이다”(p.17)라며 검사가 정치권‧행정권으로 진입해 직접 통치권을 행사하는 ‘검사통치’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기헌 일산광장 상임대표는 청와대를 나와 바로 법무법인을 설립한 이유도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혹독한 검찰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서였고, 한 사건당 평균 150명 정도의 공무원들이 전임 정부의 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현 정부 검찰의 실상을 전했다.
감사원의 잇따른 표적 감사, 국세청의 입시학원 세무조사, 대공수사권 유지 의도를 드러낸 국정원의 ‘간첩단’ 사건 수사, 화물연대에 대한 공정위 수사 의뢰는 물론 교육부, 환경부 등 각 정부 부처가 비상식적 업무 진행과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시간 얘기하면 본인이 59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죠. 그런데 정확히 아는 건 한 개도 없어요. 이번에 문제가 된 대입 모의고사 킬러 문항 지적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더 큰 문제는 평생 어떤 목표를 정해서 사람을 몰고 가는 대화만 해봤지 남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사라진 ‘공정과 상식’
최강욱 의원은 검사들과 우리 사회의 이른바 ‘상류층’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엘리트 의식은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겪은 여러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그리고 대선 캠페인 내내 윤 대통령이 써먹었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박정희 대통령 시대 이후의 역사적 사실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최근 붉어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현실적 맥락을 바탕으로 분석해내기도 했다.
사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가장 분노하고 가슴 아파했던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지난해 159명이나 사망한 이태원 참사와 얼마 전 폭우로 인해 오송 지하차도에서 14명이 죽은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현 정부 들어 부쩍 늘어나는 사망사고의 원인과 정부의 대응 태도에 대한 이기헌 대표와 최강욱 의원의 분석과 설명이었다.
“민주 정부 하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사고 예방 조치나 대책 마련을 잘하고 또 최선을 다하는 공무원을 승진시켰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공무원도 그에 맞춰 일하고 행동하면서 어떻게 하면 윗선에 줄을 잘 댈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씁니다. 사회 전체의 질서와 분위기도 흐트러져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과 공무원들은 그 희생자들을 ‘구경’합니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기는커녕 아직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그 밑의 고위 공무원들은 나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합니다. 올바른 권력을 선출해 책임과 권한을 맡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절감한다는 시민들이 더욱 늘어난 것도 바로 그 때문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