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대·고양시, 지역경제 발전과 대학문화 활성화 ‘맞손’
항공대, 캠퍼스 이전 60주년 지역사회와 공존‧상생 선언
고양시‧동문·학생·주민 한자리에
지역발전 견인할 대학 역할 공유
이동환 시장 특강·소통 시간 함께
화전역 주변 시설 개보수 약속도
[고양신문] 189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개교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오늘날 팰로앨토는 실리콘밸리의 경제 중심지로, 테슬라, 아마존, 구글, 휴렛팩커드, 제록스 등 7000개 이상의 기업 본사와 연구소가 있는 도시다. 상점과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수천 명의 관광객으로 거리는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사실 팰로앨토는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주변이 과수원 농장뿐인 ‘깡촌’중 하나였다.
스탠퍼드 대학과 지역 혁신
그런 시골 마을이 오늘날과 같은 도시로 변모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레드릭 터먼 교수가 공대 학장으로 부임한 이후였다. 그는 스탠퍼드대학교 부근 지역의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가정신 캠페인을 전개하며 ‘너희가 회사를 만들어라. 학교가 돕겠다’라며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유했다. 또 대학이 대학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축제나 각종 행사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의 문을 지역사회를 위해 활짝 열어놨다.
이후 스탠퍼드대학교 옆에 인텔과 AMD의 모태가 되는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1957년에 설립됐고, 학교 주변으로 실리콘 밸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회사 설립 초기인 1976년 무렵 사용하던 사무실 역시 스탠퍼드 캠퍼스 부지 내에 있었다. 1990년대 구글로 대표되는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스탠퍼드 대학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우주항공 시대 항공대 새 역할
서울 용산에서 고양시로 캠퍼스를 이전한 지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한국항공대학교가 20일 고양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지역상권과 대학문화 활성화 사업발표회’를 열고, 이동환 고양시장의 특강을 함께 진행한 것도 본격적인 우주항공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항공대 비전홀에서 열린 발표회에는 항공대 교수와 학생, 동문은 물론 이동환 고양시장과 고양시 관계자, 덕양구 화전동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함께해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대학의 역할을 모색하고 지역사회와의 공존‧상생을 선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올해 우주항공청이 신설되고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항공우주 산업이 활짝 열리게 될 시대를 맞아 항공대가 경기 북부지역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겠다”며 “항공대는 고양시 대표 대학으로서 앞으로 스탠퍼드대학교처럼 지역 혁신의 주체로서 지역사회에 문을 열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 쏟겠다”고 밝혔다.
지역상권 활성화 대학이 앞장
송미경 항공대 교수는 지난 5월 ‘2023년 경기도 역사‧문화‧생태 관광융합콘텐츠’ 최우수 과제로 선정된 ‘비행청년과 화전에서 막걸리 한잔’ 사업내용을 소개하고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비행청년과 화전에서 막걸리 한잔은 화전동의 랜드마크가 될 고양드론앵커센터를 중심으로 한국항공대를 도보로 연결하는 지역특화관광 콘텐츠다. 한국항공대 학생들이 첨단 미래 산업과 관련된 독특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화전동을 테마가 있는 마을로 만들어 교육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신설된 고양드론앵커센터와 항공우주박물관을 품은 한국항공대를 연계해 관광객들에게 드론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체험 활동도 제공한다. 한국항공대는 대학의 특화 콘텐츠가 마을로 전이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침체한 화전동 지역상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양시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고양시도 캠퍼스 타운 조성 협력
행사에 참석한 이동환 고양시장도 이러한 항공대의 변화를 위한 노력에 화답했다. 이 시장은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대학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통해 “쇠퇴한 화전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역에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한국항공대의 사례는 지역사회를 바꾸는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대학의 저력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고양시와 서울시의 경계이자 경의중앙선 역세권에 있는 화전동은 항공우주 종합대학인 한국항공대와 고양시 드론특화산업 생태계의 핵심역할을 수행할 고양드론앵커센터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청년 인구 비율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동환 시장은 “이런 장점에도 화전동이 아직도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지 같은 낙후된 환경을 갖게 된 것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개발제한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활주로로 인한 고도 제한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성장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고양시도 비행청년과 화전에서 막걸리 한잔 사업과 같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화전역’을 ‘한국항공대역’으로
이동환 시장은 지난해 인구 108만의 특례시로 새 출발을 한 고양시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학과 동반 성장하면서 인재 유치를 통해 고양시를 젊은 도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청년층을 유치해 고양시의 미래를 바꿀 세 가지 힘으로 ‘대학, 기업, 교육’을 꼽으며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선정과 드림스쿨캠퍼스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전동 지역주민들은 경의중앙선 ‘화전역’을 ‘한국항공대역’으로 변경하는 등 지역상권과 대학문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건의사항을 직접 전했으며, 이 시장은 특히 이정식 한국항공대 총학생회장이 요청한 노후화된 화전역 주변 시설 개보수를 즉시 추진하겠다고 답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