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민갈등’ 유발하는 소각장 주민공모 입지선정
시 9월까지 후보지 3~4곳 추릴 예정 주민대표 6명 위촉, '대표성' 문제 여전 객관성 시비에 원점재검토 주장까지
[고양신문] 고양시가 630톤 규모의 쓰레기소각장 신설을 위한 입지선정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가운데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을 두고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위촉된 주민대표가 관련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가 객관성 시비마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지선정 단계부터 법적 문제가 발생한 만큼 소각장 입지선정 절차에 대한 원점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3일 소각장 신설을 위한 최적의 입지선정을 위해 공모에 참여한 13개 지역을 대상으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주민공청회를 통해 벽제동(5곳), 대자동(4곳), 내유동(1곳), 내곡동(1곳), 지영동(1곳), 문봉동(1곳) 등 6개 법정동 13곳의 토지주 공모지역을 발표했다. 이번 타당성 조사는 이미 발표된 13개 지역 중 입지조건과 토지 특성에 대한 평가 등을 거쳐 소각장 부지선정의 타당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타당성조사 업체로는 ㈜동해종합기술공사가 선정됐다.
고양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입지후보지 공모에 신청받은 13곳 중 실제 소각장 부지로 타당한지 여부를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13곳 모두 적합한 것으로 나올 수도 있고 기준에 부합하는 지역이 한 군데도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실제 타당성 조사 대상지를 추려내는 과정에서 현재 13개 공모지역 중 3~4곳으로 후보지가 압축될 공산이 높다.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타당성 조사를 아무 곳에서나 할 수는 없고 후보지 주변 경계 300m내 세대주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다”며 “8월 말까지 토지주가 과반 이상의 주민동의를 확보한 지역에 한해 입지선정위에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접수받은 동의서에 대한 검증기간까지 고려해보면 9월 이후에 1차 후보지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후 각각의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전략영향환경평가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입지선정위가 소각장 부지선정을 발표하는 시기는 이르면 내년 4월 경으로 예정되어 있다.
고양시의 이번 소각장 주민공모 절차를 두고 폐기물시설촉진법(이하 폐촉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현재 고양시는 토지주 공모를 통해 소각장 후보지를 접수한 뒤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선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에 대해 반대 주민들은 “갈등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고양시가 골치 아픈 소각장 입지 선정 문제를 주민들에게 떠밀면서 주민 간 싸움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고양시와 같은 100만 특례시인 용인의 경우 당초 주민공모방식을 통해 신규소각장 부지선정을 추진했지만 주민들간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자 지난 5월 원점 재검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소각장 부지선정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주민공모 방식으로 떠밀게 아니라 행정이 직접 나서서 최적의 후보지를 마련한 뒤 충분한 타당성 검증과 주민참여, 입지선정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하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각장 필요성에 대한 타당성 용역이 아니라 후보지 발굴에 관한 타당성 용역이 선행됐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각장 부지선정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고양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정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폐촉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지선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21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주민대표와 전문가, 공무원, 시도의원 등이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주민대표 선정 기준이 ‘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주변에 거주하는’으로 되어 있는데, 올초 구성된 입지선정위는 소각장 예정부지가 발표되기 전에 주민대표를 임명했기 때문에 법률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현재 고양시는 예정후보지 발표 이후 기존 주민대표를 해촉하고 후보지 주변 거주 주민들로 새롭게 구성했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소각장 후보지가 나오기 전에 주민대표를 포함한 입지선정위가 구성됐기 때문에 이는 명백하게 폐촉법 취지에 어긋난다. 애초에 고양시의 입지선정 방식은 관련법을 지킬 수 없도록 추진된 것”이라며 “위원 구성 자체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동안 입지선정위가 진행한 모든 절차는 무효라고 봐야 한다"며 소각장 입지선정 절차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입지선정위에 새롭게 위촉된 주민대표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고양시는 13곳 후보지가 발표된 이후 각 후보지가 소재한 6개 법정동을 대상으로 입지선정위에 참여하는 주민대표를 새롭게 모집했다. 총 21명 신청자 중 각 동별로 1명씩 총 6명이 위촉됐는데 문제는 찬반입장을 가진 주민대표가 뒤섞여있어 대표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조례에 따라 전문가집단의 면접을 통해 객관적으로 선별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주민대표의 ‘대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양동에서 소각장 반대활동을 하고 있는 송보영 씨는 “위촉된 주민대표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립적인 인사 보다는 찬성입장이나 반대입장이 뚜렷한 분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찬성 입장의 주민대표가 사는 동네로 소각장 후보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 이런 식의 행정을 어느 주민이 납득하겠나”고 반발했다.
관산동 반대대책위 관계자 또한 “현재 방식으로는 주민대표의 대표성도 인정하기 어렵고 입지선정위의 결정 또한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입지선정위 구성과 역할에 대한 재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