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매 멈춘 ‘고양아이스워리어스’...“다시 달릴 수 있을까”
감독 징계 집행정지 후 훈련 시작 예산 지원 끊겨 팀 운영에 타격 식비·대관료·장비교체 등 미해결 “동계체전 출전할 수 있었으면”
[고양신문] 경기도내 유일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 고양아이스워리어스가 이달들어 아이스링크장 대관료를 내지못하는 등 한치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경기도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의 지원이 중단된 채 선수들과 고양시장애인체육회 등이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위태로운 팀 운영...‘동계 체전 참가하고파’
경기도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이하 협회)는 지난해 5월 12일 고양아이스워리어스에 한 달에 30만원 지급되는 지원금을 끊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사성근 고양아이스워리어스 감독은 “월 30만원의 지원금마저 끊어버려 식비는 각자 부담하고 대관비는 연체돼있는 상황”이라며 “협회에서 지원이 없으니 운영이 어려워 팀을 해체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고양아이스워리어스는 올해 4월, 5월, 6월 초, 8월까지의 아이스링크장 대관료를 연체했다. 1~3월 대관료는 선수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해결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7월까지의 대관료는 고양시장애인체육회가 지원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8월부터는 다시 대관료를 연체하게 됐다. 사 감독은 “9월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대관료 외에도 식비부터 장비 구입비까지 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현재 고양아이스워리어스 선수들의 식비는 선수 개인이 직접 돈을 모아 해결하고 있다. 이지아 선수 아버지가 보낸 50만원도 식비에 보태 쓰고 있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장비는 소모품이어서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2~3년에 한 번씩 교체해줘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협회의 장비 교체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 감독은 “2019년도에 쓰던 장비를 아직까지 쓰고 있다. 유니폼도 냄새가 나거나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가 오래돼 제역할을 못 한다고 설명한 이지아 선수는 “지난주엔 훈련 중 퍽에 다리를 맞아 멍이 들었다”며 “몸을 보호해야 하는 보호대를 차도 부착 부분이 헐렁하거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아이스하키는 빙상에서 고무로 된 원판인 퍽을 스틱로 골대에 넣는 경기다. 퍽을 얼음에서 세게 밀거나 치는 동작이 많아 퍽에 맞을 위험이 있어 선수들은 목, 가슴, 어깨, 팔꿈치, 정강이 보호대와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징계 후 1년 지났지만....
사성근 감독 겸 선수와 이용민 선수가 협회로부터 최초 징계 통보를 받은 지 일 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가 내려졌지만, 협회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고양아이스워리어스는 지난해 5월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 협회 사무국장 교체와 팀 지원 강화를 요구하는 간담회를 신청했다. 아이스링크장 대관 문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경기도 유일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이기 때문에 시흥, 안산 등 타 지역에서 온 선수가 절반 정도다. 타 지역에 거주하는 선수들은 대관 시간인 오전 7시까지 아이스링크장이 있는 고양시로 이동하기 위해서 새벽 4~5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때문에 대관 시간 변경 논의는 필수적이었고, 아이스링크장을 이용하는 다른 감독들에게 설명하고 변경을 논의하고자 공청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청회가 세 번 열리는 동안 협회 사무국장이 알리지 않아 사성근 감독을 비롯해 고양아이스워리어스 측은 공청회 일정을 알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사무국장 교체와 팀 지원 강화 요구 간담회를 요청하게 됐고, 간담회에서 2년 동안 협회에 쌓인 선수들의 불만을 전달해 개선을 요구했다.
간담회 이후 지난해 6월 10일 협회는 사성근 감독과 이용민 선수를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7월 29일 사 감독은 자격정지 2년, 이 선수는 출전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통보받았다. 직권남용, 명예훼손, 횡령, 대회 기간 중 음주 등이 징계 사유였다.
사 감독과 이 선수는 서면으로 해당 내용을 소명했다. 사 감독은 개인적으로 결제한 포장 음식을 ‘횡령’이라 하거나 술을 한 모금도 못 하는 이 선수에게 ‘대회 기간 중 음주’라는 사유로 징계한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1일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경기도장애인체육회에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법제상벌위를 열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11월 14일 사 감독은 자격정지 6개월, 이 선수는 견책의 최종 징계를 통보받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29일에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사성근 감독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6개월 처분에 집행정지를 내리면서 고양아이스워리어스는 올해 1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협회는 고양아이스워리어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현재 경기도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의 상급 기관인 경기도장애인체육회는 협회 운영을 평가해 조치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어서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종목육성팀 관계자는 “새로운 팀을 꾸리겠다는 협회의 계획이나 현재 운영 상태 등 협회가 정상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지 7월 말까지 기간을 두고 확인했다”며 “협회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어서 결정된 사항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연체된 대관료나 팀 지원 예산은 협회 조치 방향이 결되면 순차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팀 살리려는 도움의 손길 이어져
고양아이스워리어스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회(김종혁 위원장)가 (사)위캔잡과 공동 기획한 바자회를 통해 후원금을 마련했다. ‘킨텍스 썸머 나이트 마켓’에서 이뤄진 바자회에는 김원길 바이네르 회장이 구두 100켤레를, 김종혁 당협위원장이 유선태 화가와 오수환 화가의 그림, 골프채 등을 기증했다. 이 외에도 당원들의 물품과 옷, 좋은 뜻에 동참하고자 구매한 이들의 마음이 모여 250만원 가량의 후원금을 마련했다.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 7월 아이스링크장을 방문해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경기도와 체육회에 문제해결을 위한 선수단 정상화를 요청하고 예산지원이 재개될 때까지 빙상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양시에 당부했다”고 전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10년 넘게 썰매를 탄 사성근 감독, 사고 이후 8년간 은둔생활을 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동메달리스트로 거듭난 이용민 선수, 파라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지 6개월 된 박세욱 선수, 4년째 썰매를 타며 여자 국가대표를 꿈꾸는 이지아 선수 등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썰매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은 “썰매를 탈 때 가장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2월에 열리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사 감독은 “동계체전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