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투심 앞두고 업무빌딩 가격 ‘반토막’ 산정
타당성 용역 당시 1500억원에서 도 투자심사에는 865억원 제출 심사통과 위한 의도적 축소 의혹 시 “지침 따라 시가표준액 적용” 도·전문가 “감정평가 반영해야”
[고양신문] 고양시가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의뢰하면서 시청 이전 대상지인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건물가액을 865억원으로 산정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요진건설로부터 기부채납 받을 당시 건물 가치로 책정된 1500억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시가 투자심사 통과를 위해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낮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양시가 지난 10일 도 투자심사 의뢰를 위해 제출한 백석 업무빌딩 시청 이전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1464억으로 산출됐다. 주요 산출 내역을 살펴보면 백석 업무빌딩을 시청사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비 493억원을 비롯해 보상비 865억원, 용역비(설계ㆍ감리) 27억원, 부대비(이사비 등) 25억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이중 보상비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비는 올 하반기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 각각 편성해 이르면 내년 6월까지 이전사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눈여겨 볼 부분은 보상비 항목으로 편성된 865억원이다. 해당 금액은 토지비와 건물비를 합산한 것으로 사실상 시청사 이전 대상지인 백석동 업무빌딩의 건물가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가 책정한 이 건물가액은 요진과의 기부채납 소송에서 법원이 판결한 건물가치(약 1500억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고양시는 지난 5월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이전 타당성 용역에서 건물가액(토지보상비)을 1500억원으로 잡았는데 불과 3개월 만에 건물가치를 반토막 낮춰 산정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이전타당성 용역에 게재된 1500억원 중 건물비는 기부채납 관련 법원 판결금액에 근거해 1085억원, 토지비는 공시지가 기준으로 415억원이 각각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달 초 제출된 도 투자심사 의뢰서에서는 건물비 책정기준이 시가표준액 기준(올해 6월)으로 변경돼 609억원으로 줄어들었으며 토지비 또한 타당성 용역 대비 150억원 이상 하락한 256억원이 산정됐다. 임홍열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업무빌딩인데 불과 몇 개월만에 건물 가치가 절반가량 하락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투자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건물가액을 낮춰잡은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양시는 관련 지침에 따라 건물비용을 산출한 것일 뿐 사업비 축소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물가액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전찬주 신청사 건립단장은 “이전타당성 용역을 제출할 당시에는 업무빌딩 등기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시가표준액이 아닌 법원판결 금액을 기준으로 했고 이번 투자심사에서는 소유권이 넘어온 덕분에 시가표준액을 적용해서 다소 차이가 있다”며 “그외 공시지가 하락 등의 영향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전찬주 단장은 “해당 건물가액은 행안부의 투자심사매뉴얼 기준에 맞춰서 책정한 것이지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축소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시의 해명은 사실일까. 행안부 투자심사매뉴얼(2022.9)에 따르면 총사업비 산출내역을 공사비, 보상비, 용역비, 예비비 등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만 나와있을 뿐 건물비용에 해당하는 보상비 산정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감정평가 수행여부’ 등 산정 근거를 제시하라는 내용만이 나와 있다.
경기도 투자심사 담당 관계자는 “2016년 이후 변경된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가 공유재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해당 공유재산을 총사업비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공유재산이 건물 형태라면 일반적으로 봤을 때 건물 매입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게 맞다”고 답변했다. 경기도의 답변에 따르면 이번 시청사 이전사업 또한 고양시 공유재산인 백석동 업무빌딩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만큼 현재 고양시가 산정한 방식이 아닌 매입가 기준으로 건물가치가 산정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굴지의 한 감정평가사 또한 “일반적으로 감정평가를 할 때 토지비와 건물비를 나눠서 평가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공시지가나 시가표준액을 적용하는 경우도 없다. 특정 건물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시청 원안 추진위 관계자는 “고양시가 경기도 투자심사 통과를 위해 사업비에 포함되는 백석 업무빌딩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게 산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예산절감 효과를 부풀리기 위한 왜곡을 즉각 중단하고 신청사 원안 건립과 백석 이전을 객관적으로 비교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는 시청사 백석이전 사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법적 절차로 오는 10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