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기다렸는데...” 신분당선 연장 무산에 허탈한 주민들
기재부 예타 결과 기대 높았지만 턱없이 낮은 경제성으로 좌절 주민들 대통령, 정치권 배신감 토로 ‘일산 연장’ 헛물켠 고양시 대안은?
[고양신문] “얼마전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였어요. 은평 쪽에서 기재부 예타(예비타당성조사)값이 높게 나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고, 10년 만의 숙원사업이 드디어 이뤄질 줄 알았죠. 그런데 정작 연장 무산 소식을 접하고 나니 다들 허탈감과 분노에 빠졌습니다.”
25일 만난 가영진 삼송신원마을 아파트연합회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삼송지구 북쪽에 위치한 신원마을은 국토교통부 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발표를 통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노선의 종점역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입주 이후 10년간 교통불모지였던 이곳 신원마을 주민들에게 신분당선 삼송 연장은 출퇴근 지옥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가영진 회장은 “신원마을 종점안이 발표될 때만 해도 서울시와 국토부의 사업의지가 높았고 대통령과 서울시장,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선거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예타통과는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결과적으로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의 희망고문에 놀아난 꼴이 되버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은 서울 용산에서 은평뉴타운을 거쳐 삼송지구에 이르는 약 19.4㎞ 구간의 간선 급행철도망 구축 사업이다.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연장 노선안을 제안한 뒤, 지난 10년간 해당 사업은 선거 때마다 지역의 단골 이슈로 등장했다. 그 결과 국토부는 지난 2016년 6월 제3차 국가철도망계획에 해당 사업을 처음으로 반영했고 기재부 예비타당성 대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사업성 문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예타 중간 점검 결과, 사업 경제성이 극히 낮게 분석돼 추진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이자 서울시는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 변경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21년 6월 4차 국가철도망계획에는 종점역을 신원마을로 연장하는 안이 새롭게 반영됐다. 그러나 기재부 예타 문턱을 끝내 넘어서지 못했다.
24일 국토부는 기재부 재정평가위원회 결과 경제성(B/C)은 0.36으로 기준치인 1에 한참 못 미쳤고 종합평가(AHP)도 기준치인 0.5에 미달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예타 탈락으로 인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은 획기적인 노선변경이 있지 않는 한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주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범시민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병영 삼송지구공동주택연합회장은 “KDI용역 착수 보고회 당시 서울시에서 공개한 자료에는 사업성이 0.94로 높았는데 정작 이번 기재부 발표에서는 0.36으로 한참 낮게 나왔다”며 “용역결과가 이토록 차이나는 이유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서북부 지역 교통차별 문제도 지적했다.
김병영 회장은 “사업무산 이유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최소한의 인프라가 갖춰져야 사람이 몰리고 경제성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며 “기재부 논리대로라면 강남에만 철도노선이 몰릴 수 밖에 없고 삼송을 비롯한 서북부 지역은 계속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삼송지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는 “사실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공약이라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배신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공약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후 대처에 따라 내년 총선 결과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시 또한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동환 시장은 당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 예타통과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에 더해 일산 연장안까지 추가 반영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예타 탈락발표로 인해 이 시장의 공약은 전반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서울시에서 대체노선 계획이 발표되면 거기에 따라 고양시의 후속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내부적으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김해련 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은 “지난번 광역철도 확충계획 용역 착수보고회 자리에서도 일산연장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많았는데 결국 이번 예타탈락 발표로 인해 출구전략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며 “장밋빛 미래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현실 가능한 교통망 확충계획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