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편과 돌아온 DMZ국제다큐영화제, 9월 14일 개막

코로나종식, 풍성한 볼거리·체험 국제경쟁·비경쟁 부문 개편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 주목

2023-08-30     윤시영 기자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마이테 알베르디 감독의 '이터널 메모리'. [사진제공=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고양신문] 전쟁 상흔을 간직한 고양·파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다큐인들의 축제,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조직위원장 김동연, 조직위원장 장해랑, 이하 DMZ다큐영화제)가 올가을 돌아온다. 

올해 15돌을 맞는 DMZ다큐영화제는 이번 달 14일부터 21일까지 총 7일간 개최되며, 총 54개국에서 찾아온 147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영화제가 코로나 종식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맞는 첫 행사인 만큼, 그간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화도 눈에 띈다.

DMZ다큐영화제는 2009년 첫 장을 연 이후, 현재까지 1500편이 넘는 작품들을 소개하며 아시아 대표 다큐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분단 아픔부터 북적이는 생태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DMZ는 영화제가 가진 개성 있는 매력 중 하나다. ‘생명, 평화, 소통’이라는 주제 속에서 다큐멘터리로 우리네 삶과 미래를 바라보는 DMZ다큐영화제가 올해 어떻게 찾아올지 미리 들여다본다.
 

‘안전한 영화제에서 ‘북적이는 영화제

DMZ다큐영화제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대면 상호작용이 최소화된 ‘안전한 영화제’였다면, 코로나 종식 후 맞은 첫해인 올해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한 ‘활기찬 영화제’로 돌아온다. 다소 주춤했던 코로나 기간 DMZ다큐영화제가 한편에서 꾸준히 발전시켜 온 온-오프라인 플랫폼 연계, 창작지원 또한 많은 볼거리·놀거리 가득한 이번 영화제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고양·파주 일부 장소에서 제한적으로 열린 지난 2년과 달리 이번 영화제는 개성 가득한 다채로운 장소에서 펼쳐진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개막식을 개최하고 대부분의 상영이 고양 CGV백석과 메가박스 백석벨라시타에서 이뤄지는 것은 같지만, 주목할 만한 새로운 공간이 추가됐다. 바로 ‘캠프그리브스’.

미군이 주둔했던 유휴공간을 개조해 전시공간으로 사용 중인 캠프그리브스. [사진제공=경기도청]

미군들의 유휴공간으로 사용된, 민통선 안에 자리한 캠프그리브스에서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체험하는 다큐멘터리’인 ‘비(非) 극장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첫 테이프를 끊는 DMZ다큐영화제의 비 극장 프로그램은 비경쟁 부문 상영작들 일부를 ‘무빙 이미지’, ‘아티스트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으로 무장해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귀신을 본 적 있나요?’라는 주제로 모인 국내외 일곱 작품이 완성한 새로운 체험형 다큐멘터리들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되는 ‘놀거리’ 중 하나다.

DMZ다큐영화제가 자랑하는 ‘볼거리’ 즉, 상영작 부문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우선, 경쟁 부문의 경우 기존 하나였던 ‘국제경쟁’을 기록·관찰 등의 기성 규칙에 충실한 ‘국제경쟁’과 실험적인 작품을 위한 ‘프런티어’ 두 가지로 세분화했다. 반면 비경쟁 부문은 기존 지역별 구분이 아닌 ‘형식과 주제’에 따라 △연출자의 개입이 돋보이는 ‘베리테’ △현실을 ‘허구’로 재구성한 ‘다큐픽션’ △스토리텔링식 작품이 모인 ‘에세이’ △다중스크린 등 공간적 제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보여주는 ‘익스팬디스’ 네 개 부문으로 개편됐다.

이와 관련해 주최 측은 “최근 다큐멘터리의 개념, 제작 방식, 스타일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주목할 만한 현상들이 나타났다”라며 “DMZ영화제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오늘날 다큐멘터리 영화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신인감독-투자자 만나는 ‘다큐멘터리 마켓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인 동시에, 신진 감독들에게는 작품소개를 선보이는 ‘무대’, 투자자에게는 기회를 사고파는 ‘시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진감독, 투자자·바이어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인 ‘다큐멘터리 마켓’은 영화관계자들에겐 주목할 만한 기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우수 작품을 발굴·지원·육성하는 다큐멘터리 마켓은 이번 달 10일부터 13일까지 사전워크숍을 거쳐 15일부터 19일까지 본 행사를 진행한다. 기획개발 및 초기 제작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를 위한 DMZ Docs 펀드, 편집 단계의 프로젝트를 위한 DMZ Docs 피치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품들을 한데 만나볼 수 있다.

 

국내외 이슈 주목한 기획전도

기획전 '뉴스타파: 카메라를 든 목격자들'에 소개된 송원근 감독의 '판문점'. [사진제공=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좋은 다큐멘터리는 우리 주변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담백하게 그려내느냐에 달려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픽션 작품들이 영화관에서 폭발적인 몰입도를 자랑하는 반면, 다큐는 영화관을 나선 후에 진한 고민거리와 여운을 남긴다. DMZ영화제는 이러한 ‘다큐’ 특성을 활용해, 다큐로 담아낸 국내외 현안과 이슈를 이번 기획전에서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세계 경제와 국제질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목하는 특별기획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이 대표적이다. 영화제는 해당 기획전을 통해 전쟁의 영토 안에서 폐허가 된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하염없는 길을 떠나는 이들을 기록하고, 전쟁을 비판하는 영화 12편을 상영한다.

이 밖에도 ‘뉴스타파’라는 독립언론의 시점을 통해 한국의 이슈도 주목한다. 총 9편의 작품이 모인 ‘뉴스타파: 카메라를 든 목격자들’은 세 편의 장편과 독립피디·감독들이 협업해 제작한 뉴스타파의 〈목격자들〉 시리즈 중 대표작과 신작이 포함됐다. 우선 영화제의 취지에 걸맞은 〈판문점〉은 판문점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편, 소통의 공간으로서 판문점의 의미를 강조한다. 원전 시설이 밀집한 월성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월성〉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사건을 다룬 〈자백〉도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