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선배시민과 함께 나아갈 것"

국민훈장 받은 최윤정 고양시대화노인종합복지관장

2023-10-05     황혜영 인턴기자

지난달 25일 ‘국민훈장’ 수훈해
30년간 힘쓴 노인복지 전문가
디지털체험존, 봉사단 운영해
“노인이 지역사회 선배시민으로 존재하길”

최윤정 고양시대화노인종합복지관장이 '제27회 노인의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을 수훈했다. [사진제공=고양시대화노인종합복지관]

[고양신문] 지난 9월 25일 '제27회 노인의날'에는 고양시에도 큰 경사였다. 고양시대화노인종합복지관 최윤정 관장이 지난 30년간 어르신과 지역사회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민훈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 관장은 “훈장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느낌이라 어떨떨하면서도 기쁘다”며 “앞으로도 선배시민들과 밀착해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윤정 관장은 30년 동안 노인복지관에서 일한 노인복지 전문가다. 지난 1989년 처음 노인복지관이 만들어지고 5년 후인 1994년부터 노인복지관에서 일했다. 최 관장이 노인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건 조부모와 함께 보낸 유년시절 덕이다. 인간 돌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에서도 특수교육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러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노인복지관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처음 사회복지학을 공부할 때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노인복지가 아닌 다른 걸 생각할 틈도 없을 만큼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원래 노인을 좋아하기도 했고 복지관에서 마주치는 어르신들이 마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최 관장은 노인복지관을 삶의 가치를 펼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 관장은 노원노인복지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해 2000년 개관한 금천노인복지관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에 있는 금천노인복지관에서 18년간 일하며 탄탄히 경험을 쌓아온 최 관장은 2018년 5월 제3대 대화노인종합복지관장으로 취임했다. 30년간 일하며 출산휴가 4개월을 제외하곤 복지관에서 일했던 만큼 최 관장의 일생에서 노인복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두 자녀가 있지만 아이들을 시가와 친가에서 돌봐준 덕에 더욱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 최 관장은 30년 동안 노인복지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회복지사라는 원동력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직업이긴 하지만 제게 직업만은 아니었어요. 복지관은 직장을 넘어 삶의 가치를 펼치는 곳이었죠. 일요일엔 다음 날 복지관에 출근할 생각에 설레요.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았는데 저만 그렇더라고요. 그만큼 이 일을 사랑하고 몇 안 되는 노인복지 전문가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져요.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해 주니 더욱 이 일과 삶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이 되죠.”

노인복지관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최 관장은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는 노인복지관 방향성을 세우고자 힘쓰고 있다. 그가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노인 인구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노인복지관은 취약계층 어르신을 돌보는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제는 취약계층 노인뿐만 아니라 노후의 질을 높이는게 사회복지와 노인복지의 과제로 바뀌었다. 

디지털체험존에서는 노인으로 구성된 디지털 봉사단이 직접 노인에게 이용법을 알려준다. 
디지털 체험존에서는 단어맞추기, 용돈주기 등 게임으로 치매예방으로 돕는다.

고령화가 시작되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겹치면서 노인들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팬데믹 초기에는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을 찾아가야 했는데 스마트폰 사용이 미숙한 노인들은 마스크는 물론이고 커피 한 잔 사 마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인들에게 디지털 친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역량이라고 생각한 최 관장은 노인들이 디지털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먼저 노인이 직접 노인에게 키오스크, 스마트폰 조작법 등을 알려주는 블루투스 봉사단을 꾸렸다. 대화노인복지관 내에 조성된 디지털 체험존을 통해 키오스크, 기차예매 등을 미리 체험해볼 수 있고 인지로봇, 인지컴퓨터도 비치해 게임을 즐기며 치매를 예방하도록 돕고 있다. 

또 팬데믹 시기 비대면 교육을 위해 자체 개발한 온라인 플랫폼을 지금까지도 활용하며 평생교육을 비대면으로 수강할 수 있게 했다. 이를 기회 삼아 복지관 내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신청받는다. 처음엔 어려워하는 어르신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온라인 수강신청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수강신청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은 복지관으로 오시라고 해요. 그렇다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드리는 게 아니라 블루투스 봉사단과 함께 온라인 수강신청 방법을 알려드리는 거죠. 노인이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것에서 일상생활 곳곳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복지관의 정체성과 기능을 미리 모색하고 고민했어요.”

최 관장은 대화노인복지관장에 취임하면서 '선배시민'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대화노인복지관은 ‘대화선배시민복지관’이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최 관장이 취임하면서 도입한 ‘선배시민’ 개념은 복지관에서부터 노인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기 위해 시작했다. 노인이 돌봄의 대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혜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돕는 선배시민대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 수능엔 수험생들을 위한 응원메세지를 직접 복지관 어르신들에게 받아 학교 앞에서 포옹과 함께 전달했다. 

“반응이 좋아 이번 수능 때도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려고요. 선배시민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서 더 뜻깊죠. 아코디언 버스킹으로 연주활동을 하는 아코디언 봉사단, 마을 순찰활동하는 실버경찰대, 뜨개물품을 만들어 기부하는 마실봉사단 등 선배시민이 지역사회 안에서 같은 시민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에요.”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노인복지관의 방향을 잡고 주도적인 노인의 삶을 위해 전문가로서 발로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배시민이 같은 권리와 책임을 지닌, 경험과 연륜이 쌓인 존재로 인식됐으면 좋겠어요. 노인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복지관 차원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노인이 아닌 선배시민과 다정하게 인사 나누는 최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