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빵집에서 지역대표 제빵기업으로..."좋은 먹거리로 보답할 것"
제5회 아름다운시민상 경제인분야 신영이 (주)디엔비 대표
[고양신문] “아는 사람 하나 없던 고양시에서 빵집을 차리고, 어느새 많은 식구를 책임지는 제조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간 사업확장에 집중하느라 이윤 창출에 힘써왔다면, 이제는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싶어요.”
올해로 창업 25년 차인 제빵기업 (주)디엔비는 어느새 고양을 대표하는 어엿한 중견 규모의 식품제조업체로 자리 잡았다. 업체 이름을 모르더라도 디엔비의 효자상품인 피자, 소시지빵 등은 누구나 ‘아, 매점에서 먹던 그 빵?’이라며 알아차릴 정도로 고양시 곳곳의 슈퍼마켓, 학교 매점, 군부대 등에서 사랑받고 있다.
작은 규모의 동네빵집에서 40여 종의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으로 일군 대장정, 그 중심에는 신영이 대표가 있었다. 현재는 중소기업 대표뿐 아니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장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신 대표. 고양신문 창간 34주년을 맞아, 그간 지역사회에서 일군 노력으로 ‘아름다운 시민상’을 수상한 그에게 지난 여정을 들었다.
맨주먹으로 내딛은 타향에서
매출 3백억대 제빵기업 키워내
신영이 대표는 제빵 사업이나 고양시와의 인연 모두 ‘우연’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결혼 이전 간호사로 일하던 그가 지인으로부터 ‘프랜차이즈 빵집’을 넘겨받아 얼떨결에 사업에 뛰어든 것이 계기였다. 빵집 운영 첫 몇 년 동안은 본사에서 완제품을 보내주면 그의 매장에서 판매만 맡는 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빵집을 관리하는 3년 동안 신 대표는 장사에 매력을 느꼈고, 마침내 자신만의 제빵 브랜드를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자신만의 가게를 내기로 결정했다. 당시 서울 근처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임대료가 싼 곳이었다. 신 대표는 “사실 빵보다는 장사가 제 가슴을 뛰게 했어요. 결혼 전까지는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오다가, 처음으로 제가 스스로 수익을 냈을 때의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해 수도권 도시 중 서울과 가까우며 임대료가 가장 쌌던 고양시를 선택했어요”라고 말했다.
신 대표의 말을 빌리면, 그는 처음 이곳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좋은 ‘동네빵집’이 목표였다. 대규모 연구·생산·유통까지 하는 오늘날 디엔비의 모습을 꿈꾸지는 못했다. 그렇게 시작된 빵집 ‘디엔비’는 상가 1층에 작은 공간을 얻은 뒤 신 대표가 직접 운영을 맡고, 제빵 기술자 두 명을 추가로 고용해 6~7개월 정도 꾸준히 단골들을 모으며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이 된 롯데마트 행신점의 구매담당자가 마트 입점 제안을 해왔다. 반응이 좋아지자 시화점·은평점 등 타지역 마트에도 작은 부스를 차려 빵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네빵집 규모로는 마트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출 수가 없어 자체 생산공장을 차리게 됐다. 오늘날 주식회사 디엔비의 시작이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국군복지단, 초등학교 등 여러 곳에 납품할 기회가 찾아오며 사업은 가속도가 붙었다. 이때 확보한 고객들을 바탕으로 오늘날 디엔비는 임직원 120명과 생산공장 두 곳, 판매 상품만 40여 종인 튼튼한 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
입지·사람 좋은 고양…사업확장은 글쎄
신 대표는 “고양시는 단순 생산뿐 아니라 물류·유통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그날 생산한 빵을 그날 출고하는 1일 1배 출고 시스템을 채택한 우리 사업 특성상 당일 내로 전국에 제품을 운송해야 하는데, 좋은 입지 조건 덕에 기흥·용인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이용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파주 같은 지역의 산업단지와 달리 고양시는 대중교통이 활성화돼 인력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여러 제도적 제한 탓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가장 큰 제한은 그린벨트로 인해 확장할 수 있는 공장용지가 적다는 것. 이 밖에도 공장총량제 등 급성장한 도농복합시의 규제들이 신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 대표는 “시도 공무원분들이 이러한 규제를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절하며 도와주고 계시지만, 고양시의 경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등 규제가 많아 사업확장을 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다른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수도 있겠지만 지난 30년간 이곳에서 사업을 해오다 보니 정든 고향을 떠나는 것 같아 떠나기가 쉽지 않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노인·여성 돕는 지역기업 될 것
오늘날 제조업 분야에서 여성기업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영이 대표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적으로는 가정을 책임지고, 바깥으로는 유리천장에 부딪힌 여성 경제인들이 아직도 많다”라며 “나름 안정적인 사업을 일군만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 경제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교육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 대표는 지역사회와 이웃들을 위한 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가 일군 (주)디엔비는 직원 채용에 있어 고양시민을 우선한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고양시를 위해 숙련된 노인 제빵 노동자들이 계속 일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시니어 친화 기업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제빵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