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불면증, 수승화강으로 극복하자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가을엔 기온이 떨어지면서 불면증 때문에 밤에 잠을 설치고 낮에는 잠이 쏟아진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을 날씨로 인해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인은 급격한 일조량 감소다. 햇볕을 쬐는 양이 감소하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수면이란 낮의 활동량에 비례하는 회복 활동인데, 기온이 낮아지면 바깥 활동량이 줄면서 밤에 수면 욕구도 줄게 된다.
둘째, 추위로 인한 몸의 긴장이다. 몸의 긴장은 두 가지 방향으로 드러난다. 하나는 피부의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모공이 닫히는데, 이로 인해 오히려 체열 방출이 어려워지면서 숙면을 방해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몸이 긴장되면 수면 시 몸이 이완되지 않아 숙면하기 어렵게 된다.
셋째, 산소농도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추운 날 난방을 하면 건조해지면서 산소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우리 몸은 호흡량이 늘어나면서 호흡기 점막에 부담을 주며 코가 건조해지고 막히고 목도 말라 잠에서 깨게 된다.
이처럼 가을에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결국 온도가 낮아짐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그 요인들을 해소하지 못하면 수면이 얇아져 불면에 이르게 된다. 불면증은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도 해친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활동에 비례하는 휴식이 필요하다. 잠을 자는 시간은 지친 몸을 쉬게 해주는 동시에 뇌를 회복하는 시간이다. 인체는 낮에 활동하며 소비한 에너지와 손상을 밤에 휴식을 취하며 왕성하게 복구한다. 특히 정신적인 피로의 유일한 해결책은 숙면이다.
뇌는 낮에 입력된 오만가지 정보들을 잠자는 동안 정리해준다. 정보들을 정제해서 취할 것은 기억하고 버릴 것은 버려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따라서 인체가 몸과 정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수적이다.
우리 몸의 수면에 관여하는 여러 요소 중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수면 주기를 포함한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낮에는 분비를 멈추고 밤에 잘 분비돼야 숙면할 수 있는데, 멜라토닌 분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햇빛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야외 활동을 늘려서 적은 일조량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이 햇볕을 쬘 필요가 있다. 밤에도 혈관에 빛이 투과되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변하므로 잘 때는 수면 안대나 암막 커튼 등을 통해 작은 빛도 차단하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이 온전하게 생리 활동을 이루는 상태를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고 표현한다. 머리는 시원할수록 잘 돌아가고 몸통과 다리는 따뜻할수록 활발하게 작용한다. 특히, 잠을 잘 때는 수승화강이 꼭 필요하다.
머리를 차갑게 한다는 것은 정신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는 것이기에 향나무 목침이나 메밀 베개가 도움이 된다. 발은 심장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항상 온도가 낮고 혈액순환이 더딘 곳이다. 따라서 발을 따뜻하게 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내장을 따뜻하게 해주고 머리 쪽으로 쏠려있던 열과 기운을 순환시켜 준다. 따라서 최소한 배꼽 아래는 이불을 덮어주는 것이 좋고 수면 양말이나 덧신을 신고 자는 것도 좋다.
숙면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활기와 마음의 안정이다. 아침에 30분 정도 햇볕을 쬐도록 하자. 날씨가 너무 춥다면 창문가에서 지내도 좋다. 수시로 스트레칭이나 걷기 등 신체 활동을 통해 몸에 활기를 불어넣자. 그렇게 낮에 일상생활을 활기차게 보내고 밤에는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수승화강의 수면 환경을 조성한다면 누구나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