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열의 <고양 사(史)랑방> '고양시 역사박물관'은 어디에 있나요?

2023-11-23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

[고양신문]  “이게 진짜야? 진짜면 무척 오래 되었것네? 근데 왜 ‘에밀레~~’하는 소리는 안들리지?”

  6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세 분이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 이건 진짜고요, 천 삼백년 정도 지난 겁니다. ‘에밀레종 설화’는 사실이라기 보다는 종의 신비성과 종교성을 강조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입니다”

  낯설은 중년 남자의 끼어듬에도 아주머니들은 고마워하는 소박함을 보여준다. 나는 어느 도시를 방문하든 우선 역사박물관부터 찾는다. 경주, 공주, 부여 등 고도(古都) 위주이긴 하지만 역사박물관은 그 도시를 이해하고 제대로 관광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아직 실체를 갖추지 못한 '고양시 역사박물관' 건립추진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타당성용역만도 두 번을 수행했고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는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우선, 지역 정체성의 모호함이다. 고양시는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지역의 색깔을 잃었다. 문화이건, 산업이건, 관광이건 도시의 정체성이 확실해야만 정확한 미래비전을 세울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박물관 건립도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박물관 추진 주체들의 의지 문제이다.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시장과 시의원들은 선출직이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꾸준한 준비가 필요한 문화사업보다는 당장의 성과가 나오는 사업들에 우선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담당직원들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밀어부쳐야 하는데 잦은 인사로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세 번째는, 문화인사들의 위축이다. 급격한 인구의 증가로 향토색이 점차 사라지고 전통문화나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가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역 문화인사들의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 등 공공에서 운영하는 문화인프라를 경제논리로만 따질 경우에는 건립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고양시에서 제대로 된 시설을 지으려면 부지매입비를 포함하여 적어도 500억 원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매년 3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는 40%를 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러니 재정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고양시의 여건 속에서 어찌 엄두를 내겠는가? 하지만 공공 문화시설은 경제가 아닌 그 이면의 기대효과를 봐야 한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문화적인 자긍심이다. 그 가치를 어떻게 화폐의 단위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 파리시민, 런던시민, 로마시민들이 갖는 도시에 대한 자긍심은 곧 애향심이 되어 엄청난 힘이 되고 있다. 굳이 다른 도시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으나 수원시의 경우에는 문화유산의 분야를 나누어 화성박물관, 광교박물관, 역사박물관의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성남과 용인 역시 기존의 역사박물관 운영은 물론 추가 건립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고양시 역사박물관'의 건립은 최근 30여 년간 숨쉴 틈없이 앞으로만 달려 온 고양시민들에게 잠시 쉬면서 뒤를 되돌아보는 휴식의 시간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뿌리인 ‘고양정신’과 소중한 문화유산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우리의 학생들은 박물관에 가서 전통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자존감 높은 문화시민이 될 것이다. 그러니 '고양시 역사박물관', 이제는 진짜 건립해야 한다. 

윤병열 고양문화원 고양학연구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