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고행’… 한계 극복한 만족감에 다시 산으로
고양 스포츠를 이끄는 사람들 채희갑 고양시산악협회 부회장
2004년 고양시산악연맹 창립
2016년 등산협회와 통합돼
동호회 50개·전문산악 200명
“전문등반은 체계적 교육 필요”
[고양신문] 등산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스포츠 클라이밍이 2020년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아이스 클라이밍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문 등반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양시산악협회는 전문 산악을 주로 하는 고양시산악연맹과 생활체육을 중심으로 동호인 등산에 집중하는 고양시등산연합회가 2016년 통합되며 탄생했다. 협회에 등록된 일반·전문 등반 동호회는 40여 개와 스포츠 클라이밍 센터 7개를 더하면 50여 개의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채희갑 고양시산악협회 부회장에 따르면 고양시 내 암벽이나 릿지 등 전문 등반을 즐기는 동호인도 200여 명 정도다.
협회가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시장배, 시의장배, 협회장배 등산대회가 있고 협회장배로 스포츠클라이밍대회를 열기도 한다. 대화동에 자리한 고양인공암벽장은 전국체전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의 암벽장이다. 대부분의 대회를 고양인공암벽장에서 치르고 있지만 동호인들이 편하게 이용하긴 어렵다는 게 고양시산악협회의 지적이다. 채 부회장은 인사 사고의 우려가 있어 소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클라이밍 센터가 곳곳에 있지만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은 많지 않잖아요. 클라이밍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활발히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는 인구도 많은 만큼 고양시 대표로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거나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상비군이 된 선수들도 있다. 세계적인 클라이밍 황제 김자인 선수도 고양시 출신이다. 협회에서는 전문 스포츠 클라이밍 동호인구를 확산하기 위해 고양시 내 실외 암벽장이나 클라이밍 센터를 소개하기도 한다.
일반 등산 동호회별로 결집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 명산, 전국 100대 명산을 추천하거나 산악회별 회장들과 교류하며 일반 등산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협회는 고양시산악스키협회 발족도 준비하고 있다. 산악스키가 2025년 동계 아시안게임과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히말라야 등정 계획
고양시산악협회는 현재 채희갑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협회장 자리가 공석인데 그에 따른 애로사항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운영비다. 대회를 치를 때 고양시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총 금액의 3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 비용은 협회가 부담해야 한다. 또 대회나 행사를 운영할 때 행정 절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을 협회장 없이 처리하고 있다. 내년에는 협회장을 선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게 협회의 계획이다.
“히말라야 8000m 봉우리 하나를 선정해 등반에 나설 계획이에요. 고양시에서 전문 산악을 즐기는 동호인을 대원으로 선발해 해외 산을 등반하는 거죠.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는 협회와 체육회가 의기투합해 산악 저변확대를 도모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채희갑 부회장이 산과 인연을 맺은 건 1979년 19살 때부터다. 등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채 부회장은 아는 형의 손에 이끌려 간 인수봉에서 첫 암벽등반을 맛봤다. 그는 어린 나이에 처음 타본 암벽이었지만 두려움도 느끼지 못할 만큼 짜릿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로 암벽등반의 매력에 빠져 설악산 릿지, 히말라야까지 섭렵한 전문 산악꾼이 됐다. 유명 산악인들과 선후배를 맺을 만큼 산에 자주 올랐고 <월간마운틴>이라는 전문등반 잡지사에서도 일했다.
“산에서 아끼던 후배도 잃어봤고 저도 산에서 추락해 이식 수술도 받았었죠. 산악인들의 흥망성쇠를 모두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원로산악인이 다 됐네요. 암 수술로 3년 정도 산에 오르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산악인으로서 부끄러움 없이 살 수 있도록 산악활동에 정진하려고 해요.”
채 부회장은 등산을 ‘고행’이라고 표현했다. 등산에서 느끼는 고행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스스로 느껴야 진정한 등산의 묘미를 알 수 있다. 전문등반의 경우 죽음이 항상 따라다니는데 이를 두려워 하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산악인이다. 어느 순간 목표했던 곳에 이르면 성취감이 밀려온다. 산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설명한 채 부회장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느꼈던 만족감이 다시 산으로 돌아오게 만든다고 말했다.
일반 등산은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암벽 등반을 목표로 할 경우에는 검증된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협회는 전문 등반 입문자들을 위해 전문가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누구한테 배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산행 위험도가 달라져요. 전문 산악인이라고 하는 사람한테 배우는 것도 좋지만 등산학교라는 시스템도 있으니 등반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강사에게 배우는 게 좋죠. 산행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등반의 역사도 배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