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책방이 위로가 되어 줄게
[성수정 기자의 공감공간] 책방&디저트카페 ‘단향’
책방지기의 소소한 취향 실현된 공간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책 한 권의 여유
[고양신문] 삼송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지축역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상가 건물이 나온다. ‘단향(旦香, 아침 향기)’이라는 이름의 개성 있는 책방이다.
외부에서 연결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복도식 공간에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 있고 화사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책방 입구에 장식되어 있어 방문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아담한 규모의 책방은 한식디저트를 만들어 판매하는 카페를 겸하고 있다. 한쪽 벽면은 사진들과 엽서로 꾸며져 있고 눈높이에 맞춰진 책장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오밀조밀 꽂혀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경험
오랫동안 입시 수학강사로 일했던 책방지기 이지영 대표는 “언제까지 강사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고, 또 그만두게 되면 어떤 일을 하나 고민이 되면서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책방을 열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수업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취미들을 하나둘 늘려가기 시작했어요. 십자수, 보석십자수, 태팅레이스, 페이퍼 커팅, 코바늘뜨기, 대바늘뜨기, 그리고 한식디저트까지 섭렵하는 문어발식 취미러가 되었죠. 어린 시절에는 활자중독이다 싶게 독서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3년 동안 독서토론동아리를 거치면서 책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눠보는 것에 대한 재미도 알게 됐어요. 이런 두 가지가 공존하다 보니 공간에 대한 열망이 뭉게뭉게 피어났고, 10년 넘게 서점에서 일을 하던 언니와 뜻을 모아 지난 4월에 ‘책방+한식디저트공방’을 열게 됐습니다.”
그런데 책방 일을 맡기로 한 언니에게 집안사정이 생겨 혼자 시작을 했고, 모든 일을 꾸려나가느라 고군분투하던 중에 책방에 온 손님이 경기서점학교를 알려줘 강의도 듣고 다른 책방을 탐방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저는 디저트 담당이라 책방운영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요. 덕분에 운영방법이라든지, ‘너의 작업실’ 책방지기도 알게 되어 정보를 많이 얻었어요.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통해 좋은 일이 계속 되는 경험도 했고요. 혼자 와서 책을 읽는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들어오면 책방에 사람들이 자꾸 들어오거나,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툭 말을 던지면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들이 신기했어요.”
읽고, 필사하고, 작가와 만나고
책방지기가 문학 분야를 좋아해서 책장에는 소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사심 큐레이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책방을 열고 난 이후 그림책에도 관심이 생겨 조금씩 채워가고 있고, 대형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1인 출판물인 독립출판물 서가도 꾸미는 중이다.
책방에서는 현재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일독일몽(一讀一夢, 한권의 책으로 열리는 하나의 세상)’ 2기가 진행 중이다. 첫 책은 욘 포세의 『멜랑콜리아』로, 혼자서는 읽기 힘든 책을 같이 읽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온라인 같이 읽기 모임’이다. 또한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시를 필사하고 함께 감상을 나누는 필사모임을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작가와의 대화도 마련해 지난 17일에는 『이후의 숲』의 윤탐 작가와 북토크가 열렸고, 새해 1월 27일에는 『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를 쓴 김민 작가와의 만남이 열릴 예정이다.
한명의 손님, 작은 책방엔 큰 힘
현재 운영 수익은 책보다는 디저트 판매가 더 높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원데이 클래스도 열리고 주문판매도 받는다. 시그니처 메뉴는 개성주악이고 양갱, 유자증편, 아이스월병, 커피뿐만 아니라 차와 에이드, 하이볼도 맛볼 수 있다. 책 판매로만 운영되는 책방은 정말 보기 드물다고 말하는 책방지기는 “주변에 동네 책방이 있으면 한 번씩 들러 인사도 하고 행사에 참여하며 보석 같은 공간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책 한 권 구매가 작은 책방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을 만나며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을 구상하는 일이 재밌다는 책방지기는 “내년에는 책방 공간을 활용한 대관도 계획하고 있고 좀 더 특색 있는 디저트 메뉴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책방은 위로의 장소인 것 같아요. 책방에 오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저도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책방을 찾았던 기억이 있고요. 책을 고르고 바라보는 일에서 오는 위로, 달콤한 디저트를 맛보고 배우며 받을 수 있는 위로, 극 I성향의 수다 만랩 탑재한 책방지기와의 대화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 햇살 가득한 공간에서 잠시 멍때림으로 받을 수 있는 위로 등…. 오시는 분들이 누릴 수 있는 위로와 힐링의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주소 덕양구 삼송로 240, 힐스테이트삼송역스칸센 202동 264호
영업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10시(쉬는시간 오후 4시30분~7시45분) /토·일 오전 11시~오후 8시(월 휴무)
문의 010-820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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