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몰두하는 시간, 행복해요"
발달장애인 작가 동호회 ‘아트어스’
지난 12월 8명 함께 전시 열어
취미·치료용 아닌 전문미술 교육
“작가로 당당히 평가받게 도울 것”
[고양신문] “그림 그릴 때 가장 즐거워요. 다른 친구들과 모여서 그림 그리는 것도 재밌어요. 이번 전시에 제 작품이 걸린 걸 보면서 다음 전시에도 멋진 작품을 그려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트어스(ArtUs)’ 작가들의 ‘나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아요’ 전시가 지난 12월 토당문화플랫폼 능곡1904 전시장에서 열렸다. 아트어스는 양현집·김동연·서명수·백유경·임희찬·최예진·한지우·민준호 등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소속된 미술동호회다. 전시 기간 중엔 전시회를 자축하며 8명의 작가들과 몇몇 친구들이 모여 함께 그림 그리는 시간도 가졌다.
아트어스는 매주 양현집(25세) 작가 집에 모여 미술 수업을 진행한다. 두 달 정도 한 단체의 미술 수업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미술에 재능을 보이자 부모들이 모여 동아리를 구성했다. 당시 수업을 맡았던 조아영(37세) 지도자를 따로 초청해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발달장애인은 잦은 돌발행동을 할 것이란 편견과 달리 아트어스 작가들은 3시간 내내 그림 그리는 데에만 몰두한다.
“처음 두 달 정도 아이들을 보니까 그림 완성도가 높았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미술에 재능이 있다는 건 그때 알았죠. 아이들이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는 양현집 작가의 엄마이자 아트어스의 운영을 담당하는 박미숙 대표가 도맡아 기획했다. 수업과 동호회 활동 중 그려둔 작품을 집에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전시를 기획했다는 그는 몇몇 작가가 그린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작품을 보고 연말 전시를 계획했다. 마침 능곡1904의 전시장도 이용할 수 있어 여러모로 적절한 시기였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수많은 그림 중 각자 대표작 두 개를 꼽았고 그 외에 몇 작품을 작가들이 직접 선정해 걸었다.
전시를 성공적으로 열기까지 작가 부모들의 역할도 컸다. 부모들의 협조 덕에 순조롭게 전시를 준비할 수 있었다. 지난 23일 전시를 자축하는 날에는 공유주방을 빌려 각자 역할을 분담해 음식을 준비했다.
최예진(27) 작가는 이번 전시에 <Dream house>와 <화려한 외출>을 걸었다. 대표작은 <Dream house>인데 들어가기만 하면 행복해지는 집을 상상해 그렸다. <화려한 외출>처럼 꽃을 그린 작품이 많은데 이번 전시엔 노란 배경과 화병이 특징인 <별이 빛나는 시간에>도 함께 걸었다.
최 작가는 교통사고 전에도 따로 미술학원에 다녔을 만큼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다. 복지관에서 하는 미술 수업에도 참여하곤 했지만 여럿이 모여 그리다 보니 세세한 코칭을 받긴 어려웠다. 아트어스에 동호회원 작가로 참여하면서는 매주 모임에서 소규모로 작품을 그리고 피드백 받는다.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편해진다는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설명했다.
“전시에 그림이 걸린 걸 보고 뿌듯하기도 했고 함께 모여 그림 그렸던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빠도 보시곤 웅장해서 좋다고 해주셨죠. 열심히 그린 멋진 작품을 많은 분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특색 살려 전문작가로 성장
조아영 지도자는 발달장애인이 미술을 접하는 경우가 대부분 치료나 스트레스 해소를 목적 취미용 미술이다. 초등 미술 정도의 색칠하기, 만들기를 주로 한다. 한정된 재료와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색을 살리는 작품을 내놓기 어렵다. 같은 방법으로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틀도 비슷해진다. 복지관 미술 수업에서는 물감보다는 색연필로 채색한다. 손가락 미세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다 보니 물감으로 채색하며 그림이 흐트러질까하는 걱정 때문에 물감을 채색도구로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첫 수업에서 자유롭게 그리라고 했는데도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그리더라고요. 결과물도 비슷한 느낌이었죠. 배려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한계를 정해버렸다고 생각해요. 처음 물감으로 채색했을 때는 낯설어했지만 지금은 능수능란하게 원하는 채색법을 선택해 작업해요.
조아영 지도자는 아트어스 작가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 작품에 대한 해석력, 맞는 채색법 등 각각의 작가 세계관에 맞는 채색법과 표현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전문작가로 성장해 누구와 경쟁해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그의 목표다.
양현집 작가는 지난 10월 ‘제2회 국민일보 아르브뤼 미술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다른 작가들도 공모전이나 개인전,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한다. 조아영 지도자는 아트어스 작가들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나 전시 외에도 비장애인 작가들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트어스 수업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작가의 세계관과 잘 어우러지게 하죠. ‘발달장애인이니까 이 정도면 잘한 거지’에 그치지 않도록요. 작가로서 미술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작가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