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목표물 ‘탕 탕’… 스트레스도 산산조각
고양 스포츠를 이끄는 사람들 최강식 고양시사격연맹 회장
사격 명문 ‘한수중·주엽고’
작년 각종 대회 휩쓸어
연습장 마련 어렵고 비용부담
“한번 경험하면 매력에 빠져”
[고양신문] 6명이 한 조가 돼 자리를 옮겨가며 목표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소리가 나며 눈앞에서 목표 클레이가 산산이 부서진다. 공중에서 분해돼 먼지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다. 고양시에도 골프·승마를 잇는 고급 스포츠라는 클레이사격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고양시사격연맹은 2005년 고양시사격연합회로 시작해 2018년 연맹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고양시 사격의 대표주자는 한수중학교와 주엽고의 유소년 사격부다. 사격 명문으로 자리잡은 두 학교 모두 지난해 각종 대회에서 쾌거를 이뤘다. 한수중의 경우 작년 3월 열린 경기도교육감기 사격대회에서 여자공기소총 단체전과 남자공기소총 단체전에서 각각 1, 3위를 차지했다. 주엽고는 동대회에서 남자공기소총 단체전 1위, 여자공기소총 단체전 2위를 거뒀고 김시우가 복사에서 1위에 올랐다. 2023년까지 2년 연속 청소년 대표로 나섰던 전승호는 2022년 전국경찰청장기 공기소총 개인에서 3위에 올랐다.
클레이사격장 조성 쉽지 않아
고양시사격연맹 소속 동호인들은 클레이 사격을 즐긴다. 클레이사격 동호인원은 20여명, 경기도민체전 출전을 준비하는 동호인 선수는 4명 정도다. 동호인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연맹에서 직접 대회를 주최·주관하지는 않고 경기도대회나 전국대회에 출전한다. 최강식 고양시사격연맹 회장은 “대회 출전 동호인을 지원하는 보조금이 있긴 하지만 매달 받던 지원금이 도민체전 성적순 지급으로 바뀐 건 아쉬운 행정”이라고 짚었다.
“국가대표 출신의 전문 선수를 영입해 출전시키는 시·군도 있지만 고양시사격연맹 선수들은 순수 동호인이라는 점에서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순위권을 두고 경쟁하기엔 힘든 상황이죠. 작년부터 지원금 지급이 성적순으로 바뀌면서 동호인들의 사기가 꺾인 느낌이에요.”
고양시사격연맹이 주최·주관하는 대회는 없지만 동호인 연습은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한 달에 한 번은 필수로 모여 화성시 ‘경기도 사격테마파크’로 향한다. 태릉에 있던 국제종합사격장이 철거되면서 고양시 동호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격장이 화성시 사격장이다. 클레이사격을 위해서는 넓은 부지를 사용해야 하고 안전에 대한 민원도 발생하기 때문에 사격장 조성이 쉽지 않다.
클레이사격은 산탄총을 이용해 클레이피전을 타깃으로 하는 사격을 말한다. 점토를 구워 만들어 낸 클레이피전은 지름 11㎝, 두께 25㎜, 무게 100g의 접시 모양 표적이다. 국제경기 종목으로는 트랩(trap), 더블 트랩(double trap), 스키트(skeet)가 등록돼 있고 입문자나 초보자들이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칸 트랩(american trap)도 있다.
클레이피전에서 피전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클레이사격의 역사와 연관성을 갖는다. 클레이사격은 18세기 야생조수가 영국 국왕의 전유물로 규제를 받자 수렵 대신 사격을 즐길 방법을 고안하면서 만들었다. 살아있는 비둘기를 날려 보내면 이를 사격하는 경기였는데 이후 비인간적이라는 논란과 대중화 등을 계기로 비둘기를 대체해 유리구슬이 이용됐고 1980년 미국에서 지금과 같은 경기 방식을 갖추게 됐다.
동호인들이 주로 즐기는 종목은 ‘트랩’으로 땅밑에 있는 5개의 방출기에서 쏘아 올린 클레이피전을 사격한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강한 집중력을 요한다.
첫 도전에 “내가 원하던 스포츠”
최강식 고양시사격연맹 회장이 클레이사격을 시작하게 된 건 고양시에서 처음 경기도체육대회가 열렸던 2006년도부터다. 클레이사격 종목에 출전할 선수가 없었고 개최 지자체의 본보기로서 출전할 동호인을 찾았다. 얼떨결에 시작한 클레이사격이지만 4개월의 맹연습 끝에 첫 출전임에도 100명 중 5등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처음 해본 경험이었지만 첫 시도에서 ‘내가 원하던 스포츠’라고 느꼈다는 최 회장은 18년째 방아쇠를 당기고 있다.
고양시사격연맹 회장으로 연맹을 이끌게 된 건 2018년부터다. 2006년 당시 함께 출전했던 동호인이 회장을 맡으면서 수석부회장으로 일했다. 초대 회장이 12년간 맡았던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최 회장에게 회장직을 권했고 총회를 거쳐 연맹을 이끌 인물로 추대받았다.
“올해 12월에 회장 임기가 끝나요. 고양시사격연맹의 저변 확대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으로서 다음 회장도 사격과 동호인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어요.”
클레이사격은 사격장이 흔하지 않은 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사격장에서 연습 한 번에 30만원씩 써야 한다는 점도 클레이사격의 접근 장벽을 높였다. 본격적으로 클레이사격을 즐기려면 총을 비롯해 옷, 안경 등 각종 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연습 때마다 실탄을 수십 발을 쓰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말하는 클레이사격은 스릴, 쾌감, 스트레스 해소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종목이다. 또 체력 소모가 크지 않아 시력과 집중력만 지킬 수 있다면 노년에 즐기기 좋은 운동이다. 그는 쉽게 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클레이사격을 18년간 이어온 이유를 설명했다.
“클레이사격은 단번에 자신에게 맞는 스포츠인지 느낄 수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스포츠라고 느끼면 이만큼 매력적인 스포츠가 없죠. 특히 고정된 타깃이 아닌 움직이는 목표물을 맞혀 눈 아에서 산산조각 날 때 엄청난 쾌감이 있어요. 사격은 골프, 승마와 함께 고급스포츠로 꼽혀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