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오롯이 재즈선율에 귀기울여주세요

[김찬미의 공감공간] LP재즈카페 '콰이어트라이트'

2024-01-18     김찬미 객원기자
'오로지 재즈를 위한 공간' LP 재즈카페 콰이어트라이트.

[고양신문] “클래식에 쇼팽이 있다면 재즈엔 빌 에반스가 있죠.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에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껴보세요.”

붉은 조명 아래 재즈 선율을 느낄 수 있는 곳. 향긋한 커피 향, 공간을 채우며 울려 퍼지는 음악, 고요하게 스며드는 빛. 지친 일상에 재즈라는 매개로 쉼이 될 수 있는 ‘오로지 재즈를 위한 공간’. 파주 운정신도시 한적한 주택가 가운데에 LP 재즈카페 '콰이어트라이트'가 있다.

두 달 뒤인 3월, 1주년을 맞이하는 콰이어트라이트는 이미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날 만큼 지역 안 숨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통유리와 간유리에 비치는 이국적 풍경, 체리목의 우드계열 인테리어, 진열장 곳곳 세심함이 돋보이는 유럽풍의 소품들. 존재감의 무게를 뿜어내는 원목 출입문을 열고 카페 입구를 들어서면 바 테이블 옆으로 선반에 가지런히 진열된 LP가 먼저 눈에 띈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의 전면부 턴테이블과 스피커가 먼저 눈에 띈다.

벽면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콰이어트라이트 김보라 대표는 “처음 기획할 때, 공간이 갖는 의미를 꽤 많이 생각했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거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 도란도란 나란히 앉아 내 옆사람의 이야기가 소곤소곤 다정히 들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라며 “가끔 대화는 안 되고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오해들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곳곳에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클래식한 소품들이 공간을 채운다.

턴테이블 스피커가 놓인 홀 스테이지, 원두를 비롯한 LP 앨범, 클래식한 소품들로 디테일을 살린 커피 바,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는 통유리의 창가 바. 크게 세 구조로 나뉘는 실내 내부는 각각의 자리에서 느껴지는 저마다의 분위기가 있다. 
통유리 창가 자리를 제외한 2인용 좌석 6개의 테이블은 턴테이블과 스피커 쪽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공간 특성을 잘 드러내는 전면부 방향을 향한 좌석 배치는 음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김 대표의 생각이다.

공간을 채우는 재즈의 선율은 모두 LP로 재생해 준다.

“원래부터 빌 에반스 연주를 좋아했지만, 카페를 준비하면서 재즈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알게 되다 보니 더 좋아졌어요. 특히 빌 에반스 음악 중에 콰이어트 라이트라는 곡을 좋아합니다.” 빌 에반스의 I WILL SAY GOODBYE 앨범에 수록된 콰이어트 라이트(QUIET LIGHT)는 평소 김 대표가 좋아해서 자주 즐겨 듣는 곡이기도 하지만, 카페 안 창 너머 공간 안에 잔잔히 들어오는 빛을 보며 의미를 더해 이름까지 짓게 됐다며 상호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빌 에반스 음반에 수록된 곡명을 딴 콰이어트라이트, 조용한 빛.

콰이어트라이트가 갖는 차별성은 흘러나오는 선율이 오로지 재즈라는 것과 무겁고 엄숙하지 않으면서 차분함 속 편안한 분위기라는 것에 있다. 커피와 디저트의 맛은 또 어떠한가. 입장료를 내고 오로지 음악만 감상할 수 있는 여느 LP 감상실과는 달리 음악과 커피, 직접 구운 프랑스 수제 디저트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다. 디저트 만드는 일에 진심이라는 김 대표는 베이킹도 직접 한다. 땅콩이 곁들여진 촉촉한 브라우니, 파삭파삭 식감에 달콤한 부드러움 사브레 브루통, 직접 로스팅한 원두의 스페셜한 티까지 귀와 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프랑스 수제 쿠키를 스페셜 티와 함께 맛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선 주문 후, 좌석에 앉아 있으면 물과 함께 주문한 음료와 디저트를 가져다준다. 커피 한 잔을 시켜도 마찬가지다. 진동벨이 울리면 직접 가져가야 하는 여타 카페와는 다른 이곳만의 철학이 있다. “물 한 잔의 의미는 찾아오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멀리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공간 안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는 인상이 친근하고 다정했으면 해서요. 기분 좋은 서비스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꼭 물을 한 잔씩 내드립니다.”

김 대표의 운영철학은 통했다. 공간 안, 편안하고 따듯한 분위기에 매료된 고객들이 서울과 지방 멀리서 찾아오면서 반가운 얼굴의 단골들이 생겼다. 1000여 장의 재즈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모든 음악을 LP로 재생해 준다. 음악이 끝날 때마다 턴테이블 앞에 서서 앞, 뒤판을 바꿔가며 음반을 교체하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가는 일이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의 향수를 자극하며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은은한 조명의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른 재즈카페 콰이어트라이트.

“음향에 신경을 쓰다 보니 오디오 장비에 관심이 많이 가요. 현재 스피커는 JBL 4344를 쓰고 있어요. 파워앰프와 프리앰프는 매킨토시의 MC7300/ C34V, 턴테이블은 린 손덱으로 재즈의 울림과 선율을 표현하는 데 꽤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콰이어트라이트는 음악감상 위주의 차분함 속 잔잔한 분위기를 지향하나 반려동물과 아이 모두를 환영한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으라면 20대의 젊은 분들이 아이를 데리고 먼저 방문하셨다가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오신 경우였는데,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재즈라는 공통분모 아래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다는 걸 보니 마음에 몽글몽글한 벅참이 올라오더라고요.” 

전면부를 향해 좌석이 배치된, 음악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홀 스테이지의 2인용 좌석.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의 선율이 추운 겨울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듯, 공간 안 음악으로  마음을 채우는 곳. “이곳에서만큼은 찾아오시는 분들이 일상을 탈피하는 기분으로 잠시나마 여행하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으로 끝인사를 전하는 콰이어트라이트 김보라 대표가 이끄는 이 공간이, 울림 있는 재즈의 선율처럼 지역 안에서 잔잔히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콰이어트라이트

주소 : 파주시 가람로 21번길 61-16 1층
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라스트 오더 오후 9시) 
휴무 : 매주 화요일, 매월 첫 번째 월요일
전화 : 0507-1400-0364
주차 : 주차 가능
기타 : 아이, 반려동물 동반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