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코앞 ‘데이터센터 취소해야’

시민단체 고발로 수면 위로 내부 문건서 주민반발 예상 현장방문·의견청취도 없어 파주시 반대, 전설매설 중단

2024-01-20     윤시영 기자
덕이동 309-56 일원 데이터센터 공사현장. 해당 부지는 총 2599세대의 탄현큰마을 아파트와는 40m, 총 3316세대의 하이파크시티일산 아파트와는 320m 떨어져 자리해있다.

[고양신문] 탄현큰마을과 하이파크시티일산 등 아파트가 밀집한 일산서구 덕이동에 기피시설인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져 논란이다. 특히 시가 데이터센터 착공에 따른 반발을 예상했음에도 허가 이후 별다른 해결 책을 제시하지 않아 이른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덕이동 309-56 일원에 들어설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총 1만6945㎡에 지하2층·지상3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총 건물 높이만 50m에 달하는 대규모 센터이다 보니 △전력 사용 중 발생하는 전자파와 △냉각 장비 가동으로 인한 열섬현상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주로 거론된다. 데이터센터가 총 2599세대의 탄현큰마을 아파트와는 40m, 총 3316세대의 하이파크시티일산 아파트와는 320m만큼 인접해 있어 인근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시는 작년 3월 덕이동 데이터센터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렸다. 허가 전 공사에 대해 주민들은 사전에 안내받지 못했으나 최근 한 지역시민단체의 고발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탄현동·덕이동 주민들과 지역정치인들이 적극 반대를 외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축허가 반대 기자회견 중인 일산서구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일동. (왼쪽에서부터) 김미수·김학영 시의원, 고은정 도의원, 이용우 국회의원, 김운남 시의원,

대표적으로 지난 16일 이용우 국회의원(고양시정)과 고은정 도의원, 김미수·김학영·김운남 시의원 등 일산서구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센터는 고용 창출 효과도 없고 전력 수급 과부하, 전자파 유해 등 주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라고 규탄했다.

허가과정 문제없었나
건축허가 과정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표하는 것은 ‘소통부재’다. 이라희솜 덕이동 주민자치회장은 “전자파의 유해성 유무를 떠나서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한 여러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일절 안내와 의견 청취 없이 허가를 내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주민들 몰래 공사를 강행하려 했던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시가 이미 주민 반대를 예상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 내부보고서에는 “현재까지 해당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자파 피해 우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민원은 제기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 착공 등으로 사업이 가시화되면 민원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명기돼 있다. 관계부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축허가 관련 민원은 현재까지 250건 접수됐지만, 현재까지 시장 직권 건축허가 취소를 비롯한 유의미한 해결책은 전무하다.

시 내부보고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축 현황’ 발췌.

고양시 건축정책과 건축허가 담당자는 “해당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덕양구 향동동에서도 에퀴닉스 제2데이터센터의 착공 과정에서 강력한 주민 저항이 있었다. 내부보고서에는 단순히 이곳 덕이동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예상된다고 보고했을 뿐”이라며 “정식 심의를 거쳤고 절차에 맞게 허가를 처리했기에 문제의 소지가 없어, 미리 조치를 취할 이유도 없었다”라고 답변했다. 

담당부서의 조치에 대해 이용우 국회의원은 “덕이동 데이터센터 허가 결정을 내린 고양시 건축정책과는 최근 신천지 건물을 종교시설로 용도변경 해주는 등 무책임한 건축허가를 남발하고 있다. 해당 부서는 대체 누구를 믿고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인가”라는 비판과 함께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허가에 대해서는 주민반발을 이유로 시장이 직권 취소를 검토하면서도,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건축시행사에 대한 시의 특혜의혹 또한 제기했다.

전선매설 문제로 ‘사실상 중단’
변전소 자리한 파주시는 ‘반대’

덕이동·탄현동 주민 반발과는 무관하게 현재 공사는 전선매설 공사문제로 중단된 상태다. 데이터센터의 전기 공급용량이 20㎿급이기에 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파주시 소재의 ‘신파주 변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에 센터 공사를 총괄하는 GS건설 계열사 마그나PFV는 파주 구간 4.6㎞, 일산서구 구간 540m를 지나는 전선매설공사의 허가를 작년 말 파주시와 일산서구청에 요청했다.

덕이동 데이터센터 조감도. 데이터센터의 전기 공급용량이 20㎿급이기에 파주시 소재의 ‘신파주 변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전선매설 공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구간의 대부분이 자리한 파주시에서 작년 12월 20일 불허가 조치를 내려 앞으로의 공사 진행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파주시 지하안전관리팀 관계자는 “부서 검토 결과 교통 및 보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서 불허가 조치를 내렸다”라며 “해당 불허가 조치에 대해 시공사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이에 파주시가 패소한다면 허가가 이뤄질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전선매설 경로나 공법을 바꿔서 시공사가 다시 허가 요청을 하기에는 너무 늦은 만큼 덕이동 데이터센터가 건립될 가능성은 작다”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파주시는 공식적인 불허가 조치 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경의로’다. 마그나PFV에서 제출한 최초 공사계획에서 해당 전선이 경의로를 따라서 매설되다 보니 공사가 대규모 교통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러한 주민 불편을 고려한 허가의 신중성을 두고 고양시와 파주시의 조치가 엇갈려 눈길을 끈다.

일산서구청 안전건설과장은 “현재까지 경의로 지하에 전선을 매설했던 사례는 없었지만, 야간굴착을 하더라도 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자명한 상황이다. 이에 마그나PFV에 대안 노선을 찾으라는 제안을 했고 11월 말에 수정안을 전달받았지만, 전선 대부분이 매설될 파주시가 불허가 조치를 내린 상황이라 일산서구청 또한 현재는 허가를 내주는 것이 아닌 그 앞으로의 진행 경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