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날에도 양말 2켤레 신고 봉사해요

이규상 해병대 이북도민 중앙회장

2024-01-24     박영선 기자
이규상 회장이 설날을 앞두고 동화경모공원에서 교통질서 봉사를 연습 중에 있다

[고양신문] "이번 설날에도 양말 2켤레 신고 핫팩 붙이고 동화경모공원에서 교통질서 봉사할 겁니다."
해병대 군복에 빨간 모자, 흰 장갑을 낀 이규상 회장이 다부진 표정으로 말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그에겐 '한번 시작한 봉사활동도 끝까지'다.
포항지역에서 해병대로 30개월 군복무를 마친 그는 제대 후 실향민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 구기동 이북 5도청 내 장단군민회 청년회에 가입했다. 2008년 3월 ‘해병대 이북도민 전우회’가 창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이후 전우회 대원들과 함께 해병대 빨간모자를 쓰고, 정복을 입고 서울 장충동 3‧1탑 추모행사, 1천만 이산가족의 날(9월), 10월에 열리는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를 비롯해 각도 도민회 행사의 교통질서 봉사를 했다. 
그는 “대원들과 함께한 많은 봉사 중에 동화경모공원 교통질서 봉사가 가장 의미가 크다”고 한다. 
동화경모공원은 이북 실향민들의 추모의 장으로 1995년 9월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인근에 개원했다. 이북 도민회 중앙연합회 주축으로 출자를 한 추모공원이다. 이곳은 이북 실향민들의 70년 망향의 한을 위로하고, 설날·한식·추석에 이북 도민 1세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면서 통일 안보교육의 산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로 4년 차 해병대 이북도민 중앙회장인 그는 “공원 설립 때부터 대원들과 3대 명절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교통질서 봉사를 해왔다"라며 "설날 한파 속에서도 해병대의 패기와 정신으로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해병대 정신도 중요하지만 13년 전 작고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잠들어 계신 곳이어서 더 애정이 간다”고 했다.
명절이면 이곳 동화경모공원에는 추모관과 묘소를 찾는 성묘객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차도지원은 경찰들이 하지만 공원 내 차량 질서유지는 이규상 회장과 대원들이 담당한다.
“대형 주차장도 있는데 묘소 바로 앞에 차량을 세우는 이들로 인해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성묘객들끼리 고성이 오갈 때도 있지만, 신속한 교통정리로 차량정체가 풀릴 때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된다”고 한다.
1년 내내 봉사하느라 정작 자신은 집안일이나 명절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편이다. 명절 땐 가족들이 형님댁에 가서 차례를 지낸 후 동화경모공원으로 와서 그와 함께 부모님 묘소에 성묘를 한다.
미수복 경기도민회 운영위원과 장단군민회 감사도 맡고 있는 이규상 회장은 “명절에 의미있는 봉사를 한 후 대원들과 국밥 한그릇으로 추위를 녹이고 끈끈한 정을 나누면 그보다 보람된 일이 없다"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이규상 회장이 설날이 되면 입구부터 성묘객들이 탑승한 수만대의 차량을 교통질서 봉사 하는 것을 설명했다
이규상 회장이 부모님이 잠든 묘소인 경기도 팻말 앞에 잠시 멈춰있다
설날이면 성묘객들이 공원에 꽉 찬다고 설명하는 이규상 회장
국가보전묘지 2호로 지정된 노태우 전 대통령 묘역에 취재하는 날에도 추모객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