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2024-04-01     이영아 발행인

[고양신문] 선거가 다가옵니다. 선거는 국민에게 주어진 최대의 권리입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헌법에 비추어 보면, 선거는 우리의 권력을 대신해 국가를 통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대리 권력을 선택하는 권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을 선택할 수 있는 막중한 권리를 앞에 두고도 막막하기만 합니다. 내 권력을 위임할 후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빈약합니다. 후보자의 역량과 품성, 소신을 알기 어렵습니다. 언론에 나오는 후보자 정보는 상대편을 공략하는 ‘말잔치’일 때가 많습니다. 선거홍보물은 온갖 꾸밈으로 가득합니다. 공약도 표를 얻는데 급급한 것들이 많습니다. 말과 삶, 공약과 실천이 연결될지 알 수 없습니다.

권력을 위임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채 후보를 선택해야 합니다. 운이 좋아야 합니다. 운이 나쁘면 괴로운 일의 연속입니다. 이동환 시장처럼, 108만 고양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협의도 절차도 없이 독선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임기동안 제어하기 힘듭니다. “저럴 줄 누가 알았냐”고 한들, 소용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또 다시 권력을 위임하게 됩니다. 총선을 앞두고, 다시 운에 기대기에는 참혹한 마음이 앞섭니다. 알권리를 막고, 말잔치에 현혹되게 만드는 1등 공신이 언론이라는 자괴감도 큽니다. 그래도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던 끝에, 후보자에 대한 알권리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했습니다. 애썼지만, 일부 후보자들의 반응은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후보자 토론회는 고양병, 고양정만 진행됐습니다. 고양갑은 토론회 홍보까지 한 상태에서 국민의힘 한창섭 후보가 불참을 통보했고, 이어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후보도 불참을 통보해 무산됐습니다. 고양을은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후보가 아예 시작부터 불참 의사를 밝혀 준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토론회가 후보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나름 계산을 했겠지요. 이 계산에 시민의 알권리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살벌한 선거판에서 ‘유권자의 알권리라는 기본권’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우리 정치는 유불리를 계산하는데만 치열합니다. 같은 당 국회의원을 내보내 위성정당을 만들고 비례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국민을 속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헌법상 국민의 권한은 찬란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답니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하기만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헌법이 국가의 근간이며 다른 어떤 법보다 우선한다면,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의 집행이 문제입니다. 헌법의 근원적 집행자는 권력의 주체인 국민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력을 제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대리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민의 힘이 필요합니다.

지난 3월 18일 고양시민사회 정책제안 포럼에서 분야별 정책제안을 설명하고 있는 시민들.

다음 주 총선을 앞두고 고양시민사회는 권력을 위임할 후보들에게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100여개에 이르는 단체와 관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흩어진 요구는 힘이 없지만, 협업과 연대를 통한 요구는 힘이 있습니다. 시민의 권력은 모아질 때 발현될 수 있습니다. 

고양시민사회 정책포럼을 마무리하며 ‘고양만민공동회’를 꿈꿔 봅니다. 만약, 1만 명의 시민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고 제안한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시민권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유불리를 계산하는 일을 멈추고 권력의 주체들이 모여든 시민사회로부터 권력을 위임받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선거는 최대의 권리가 아니라, 최소의 권리 일수 있습니다. 선거 때가 아니라 시시때때로 모이고 참여하고 요구하는 권리, 헌법은 선거권 외에도 모든 권력의 주체로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이제 해달라고 하지 말고, 시켜야 합니다. 잘 하라고 하지 말고, 잘 다스려야 합니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발행인 이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