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녕 기원 ‘불미지서낭제’
두레정신으로 잇는 토착 축제
[고양신문] 불미지두레패보존회는 지난 11일 오전 11시 덕양구 선유동 불미지마을 서낭목터에서 제17회 불미지서낭제를 개최했다. 불미지두레패와 우리소리예술단이 벚꽃 가득 핀 길을 걸어 서낭목까지 가는 동안 터울림 공연을 펼쳤고, 유중효·이영제·김영훈 3명의 헌관이 술을 올리며 서낭제를 지냈다.
고양문화원이 주최하고 불미지두레패보존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로 17회째를 이어오며 불미지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도모했다.
유진호 불미지두레패보존회장은 “불미지서낭제는 지역 향토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신념으로 마을 사람들이 두레정신을 발휘해 고양시 토착 마을축제로 일궈냈다”며 “불미지 서낭제의 발전에 힘이 되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불미지마을의 서낭제는 특이한 점이 있다. 서낭제를 지내는 느티나무를 빙돌아 붉은 흙을 한 움큼씩 뿌려놓고 나무 양옆에 맑은 물을 담은 옹기항아리 1개씩을 두고 나무 오른쪽에 쌀을 가득 담은 말에 북어 두 마리를 꽂아 놓고 북어 위에 실타래를 얹어놓는다. 그리고 나무와 제상 사이에 펴놓은 멍석에 쌀을 담은 수십 개의 작은 옹기그릇을 줄맞춰 놓고 각 그릇에 마을 사람들 이름을 적은 종이를 붙여놓는다.
고양의 동북쪽에 있는 선유동은 양주시와 인접했고 마을 남쪽으로는 공릉천이 흐르고 마을 가운데로 서울 교외선이 지나는 곳이다. ‘선학동’이었다는 선유동은 조선후기 양주군 신혈면 서리였다가 1906년 고양군으로 편입된 후 1914년 벽제면에 속했다. 1992년 고양시로 승격된 후 1996년 덕양구가 신설되면서 이에 속하게 됐다.
‘선유’라는 이름은 마을 경치가 아름다워서 신선이 내려와 놀고 가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강태공들이 낚시하며 신선놀음하던 곳이라고 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자연마을 이름은 마을 가운데 상산봉을 끼고 있다고 해 ‘상산’이라고 하고, ‘불미지’라는 지명은 이곳에 큰 절과 연못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불미지서낭제를 드리는 서낭목은 350~400여 년 된 느티나무다. 1925년 을축년 홍수가 나기 전까지 마을 주민들은 정월이면 이 나무에서 그 해의 액을 쫓고 수복강령을 빌었다고 한다. 도당산으로 불리는 앞산의 도당목은 현재는 고사돼 없어지고 지금의 서낭목만 마을을 지키고 있다.
유장수 부회장은 “수백 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던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어 마을 대동회가 나무를 보호하고자 서낭제를 부활했다”며 “마을의 변화발전을 지켜보던 이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앞으로 더 오랫동안 우리 마을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