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동·서구 총선 ‘사전투표’가 승부 갈랐다

고양병·정 선거구 사전투표 지지율 분석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압승 예측 뚜껑 열어보니 3%p차 열세 지속 밤 10시 사전투표함 열자 뒤집기 "정권심판 선거일까지 못기다려"

2024-04-13     박경만 전문기자
지난 10일 밤 일산서구 주엽고 강당에서 제 22대 총선 고양정 선거구의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양신문] 고양시정 선거구에서 9.8%p 차로 낙승을 거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지지자들이 활짝 웃은 건 개표가 시작된 지 4시간 반이 지난 10일 밤 11시30분께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16%p 차로 압승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상대 후보에게 3%p 차로 줄곧 뒤져 4시간 동안 가슴을 졸이던 참이었다. 선거방송에서 처음 역전 소식을 전하자 주엽동 선거사무실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가 개표장에서 김용태 국민의힘 후보를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한 시간쯤 이른 밤 10시30분께다. 밤 10시께 고양정 사전투표 개표가 시작되자 개표 이후 줄곧 3~4%p 뒤지던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개표장에 나가 있던 참관인으로부터 “당선 확실”이란 메시지가 전달됐다. 
 

선거당일 투표는 국민의힘 약간 우세

김영환 당선인이 받은 이번 총선에서 받은 총 득표수는 8만5660표다. 김 당선인은 이 중 49.7%에 해당하는 4만2551표를 사전투표를 통해 받았다. 김 당선인은 관외(주소지 밖) 사전투표에서 1만139표를 얻어 6158표에 그친 김용태 후보를 3981표 차로 앞섰다. 관내(주소지 안) 사전투표에서는 3만2412표를 얻어 1만9698표에 그친 김용태 후보를 1만2714표 앞섰다. 
김 당선인이 사전투표에서 받은 총 득표수는 4만2551표로, 김용태 후보(2만5856표)에 1만6695표 앞섰다. 이런 수치는 김용태 후보와의 총 득표차인 1만5273표를 넘어선 것으로, 선거 당일 투표만 놓고 보면 김영환 후보는 김용태 후보에게 1422표를 뒤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영환 후보가 개표 초반 근소하게 뒤진 이유는 일산서구 선관위가 사전투표용지 보다 선거 당일 투표함을 먼저 열었기 때문이다. 

특수봉인 상태로 개표장으로 옮겨진 사전투표함.

이 같은 양상은 고양병(일산동구) 선거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이기헌 당선인은 총 득표수 8만5134표 가운데 51.4%인 4만3772표를 사전투표를 통해 받았다. 이 당선인은 관외 사전투표에서 1만1034표를 얻어 6663표에 그친 김종혁 후보에게 4371표 앞섰다. 관내 사전투표에서는 3만2738표를 얻어 2만809표를 얻은 김 후보를 압도했다. 이 당선인과 김 후보 사이 사전투표 득표 차는 1만6300표로, 총 득표수 차이인 1만2802표를 크게 웃돌았다. 이 후보도 개표 초반 3%p 차로 끌려가다가 밤 11시께야 뒤집었다. 김 후보는 이후 격차를 계속 늘려가 9%p차로 낙승했다. 

민주당 지지자 "선거일까지 못기다려"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유독 많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김영환 당선인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40·50대 유권자가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에 대해 심판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선거일까지 기다리지 못해 사전투표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서구 성저마을의 한 주민은 “투표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다고 생각하니 선거일까지 기다릴 수 없어 사전투표 첫날 아침 일찍 투표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