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홍콩 가서 밀크티 한잔 어때?

[조문주 기자의 공감공간] 홍콩감성 카페 ‘청킹에쏘’

2024-04-12     조문주 시민기자

80~90년대 홍콩영화 감성 물씬
홍콩 티레스토랑 메뉴 그대로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영화속 한장면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특별한 메뉴로 남녀노소의 많은 사랑을 받는 청킹에쏘.

[고양신문] ‘별들이 쏟아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노랫말로 유명한 홍콩은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느낌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매력의 도시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특히 한때 크게 유행했던 홍콩영화를 보며 성장한 세대들에게는 왠지 낯설면서도 친근한 양면을 가진 도시로 다가온다. 여권이 없어도 단숨에 80~90년대 홍콩영화 속 골목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카페 ‘청킹에쏘’가 SNS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중경삼림>을 사랑한 홍콩키드 

‘청킹에쏘’의 김효태 대표는 오랜 시간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도 언젠가는 나만의 카페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꾸어왔다. 네온사인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몽환적 미학을 보여주는 왕가위 감독의 홍콩영화 <중경삼림>을 사랑했던 그는 커피 공부로 실력을 다진 후 마침내 재작년 11월, 좋아하는 영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카페를 열었다. 상호인 ‘청킹에쏘’는 <중경삼림>의 영어 제목 ‘청킹 익스프레스’와 ‘에스프레소’에서 따온 이름이다.

청킹에쏘 카페는 나만의 숨겨진 아지트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은색의 철문만 봐서는 카페인지 의문이 들지만, 입구를 열면 타임머신을 타고 홍콩으로 이동한 것 같다.

청킹에쏘는 일산동구 정발산동의 한 건물에 숨은 듯 자리하고 있어 초행자에게는 찾기가 조금 어렵지만, 덕분에 나만의 아지트를 찾는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홍콩의 유명 식당과 카페들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땅값 때문에 빽빽한 건물 사이 미로 속에 숨겨져 있다. 

복도에서는 홍콩을 상징하는 녹색의 창살과 붉은 네온사인 하나만 보인다. 이곳이 카페가 맞나 싶지만, 은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80~90년대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한 멋진 풍경이 반겨준다.

붉은 타일 벽돌과 네온사인 조명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하다. 익숙한 홍콩영화 속 배우들의 모습들이 오래된 TV 브라운관 화면에서 상영되고 있고, 카메라와 비디오 플레이어들이 향수를 자극한다. 카페의 모든 소품들과 인테리어는 김 대표가 4개월간 발품을 팔며 구해온 것이다. 최근 레트로 열풍으로 홍콩영화를 모르던 MZ세대들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하며 SNS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맛도 분위기도 색다른 메뉴들

홍콩의 차 문화는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으로 홍콩섬이 영국령이 되면서 탄생했다. 서양 문화와 중국문화가 합쳐져 만들어진 홍콩 디저트 음식들은 서양의 요리법과 현지의 재료가 조화를 이룬 메뉴들이다. 식전과 식후에 차와 맛있는 디저트 음식을 즐기는 홍콩의 티 레스토랑 차찬탱(茶餐廳)을 그대로 가져온 청킹에쏘의 메뉴들은 일산에서도 홍콩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어서 인기다. 

홍콩식 토스트는 주문 즉시 기름에 한번 튀겨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땅콩버터를 발라 부드럽고 촉촉하다. 메이플 시럽과 버터를 올려 고소하고 달콤한 토스트는 세 종류의 우유가 들어간 청킹라테와 잘 어울린다. 

홍콩에서는 밀크티에 연유를 넣어 먹는데, 달콤하면서도 진한 우유의 풍미가 높은 홍콩식 밀크티도 청킹에쏘의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달콤한 계란푸딩 필링이 가득 차 묵직한 홍콩식 에그타르트는 매장에서 직접 만든다. 에그타르트와 어울리는 동윤영은 홍콩식 밀크티에 최고급 원두에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넣어 만든다. 찻잎을 우려 상큼하게 마시는 홍콩식 아이스티인 동링차는 많이 달지 않고 개운해 홍콩에서는 물 대신 많이 마시는 여름메뉴다. 

청킹에쏘에서는 생강즙으로 만든 우유푸딩과 기름에 튀겨 바삭하고 촉촉한 홍콩식 토스트, 연유가 들어간 밀크티 등 색다른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청킹에쏘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인 생강푸딩은 즉석에서 만든 생강청에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든다. 생강의 향긋함과 고소한 우유가 만나 탱글탱글한 연두부의 식감이 느껴지는 생강푸딩은 차갑게 보관했다 먹는데, 운이 좋으면 방금 만든 뜨거운 푸딩을 만날 수 있다. 

청킹에쏘에서 만나는 메뉴들은 하나같이 홍콩의 차와 디저트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킨 작품들이다. 김효태 대표는 “얼마 전 홍콩에서 토스트와 밀크티를 먹고 돌아온 손님이 청킹에쏘의 맛이 더 훌륭하다고 평해주셨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홍콩감성 카페  청킹에쏘
주소
  일산동구 정발산로 43-7. 메리트윈 111호
개장시간  낮 12시~오후 10시(목·금 휴무)
문의  0507-1403-3998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청킹에쏘 김효태 대표. "80~90년대의 홍콩영화를 사랑했던 세대들과 세련된 레트로를 즐기는 세대들 모두에게 특별한 맛과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