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고양시 도서관정책, 이동환 “중앙도서관 왜 필요하나”
신인선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 시정질의
[고양신문] 작년 전국 독서대전 개최와 ‘책의 도시’ 선포식 등 화려한 겉면과 달리 민선8기 이후 고양시 도서관 정책은 계속 후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을 위한 주요 도서관 문화사업이 사라졌으며 작은도서관 운영비 등 전반적인 예산이 모두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9일 신인선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의 시정질문을 통해 지적됐다. 신인선 의원에 따르면 민선8기 이후 고양시 도서관정책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도서관 당 사서 수(2018년 기준 2.8명, 전국 평균 4.4명)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19개 시립도서관 중 14곳의 관장을 사서가 아닌 행정직렬이 맡는 등 사서중심의 도서관 정책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2020년 독서문화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해 해마다 운영돼온 독서진흥위원회 또한 2022년 12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독서 관련 사업도 대폭 축소됐다. 대표적으로 2016년부터 추진된 고양시 대표 도서관 문화사업인 북스타트 사업의 경우 올해부터 예산 미편성으로 인해 중단돼 시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신 의원은 “이 사업은 영유아나 임산부에게 그림책 꾸러미를 선물하는 사업으로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고 도서관을 찾는 경험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올해 예산부서 조정을 통해 2500만원 운영비가 전액 삭감돼 8년 만에 폐지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환 시장은 “이번 1차 추경안에 북스타트 사업 예산을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양시는 올해부터 아파트 단지 내 운영되는 공립 작은도서관 5개소에 대해 보조금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해당 작은도서관들은 그동안 주민들의 마을공동체와 독서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왔는데 작년까지 연간 5000만원에 가깝게 지급되던 보조금 지원이 올해부터는 10분의 1 규모로 줄어든 것이다(관련기사 '고양시 작은도서관 보조금 10분의 1로 감소'). 작년 11월 2000명이 넘는 주민들의 탄원서가 제출되는 등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고양시는 “시립도서관과 역할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예산삭감을 강행했다.
신인선 의원은 “시와 공립 작은도서관과의 업무협약서에 따르면 ‘별도의 협의가 없는 한 계속 유지한다’고 되어 있고 내용변경 요청시에는 시와 입주자대표회의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한다고 명시했다”며 “이처럼 작은도서관을 입대위가 공립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해 놓고 일방적으로 협약을 파기한 것은 전적으로 고양시 책임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근 지자체인 파주시의 도서관 정책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파주시는 금촌동에 자리한 파주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지역서점과의 상생협력과 문화프로그램 지원, 지역별 특화사업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앞서 문제가 된 작은도서관 운영과 관련해서도 파주시는 별도 운영 매뉴얼을 200쪽가량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환 시장은 공공도서관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중앙도서관 추진계획을 묻는 질의에 대해 “역으로 제가 묻고 싶다. 중앙도서관이 왜 필요하나”라고 반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시장은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관리부서도 별도로 있고 관리체제에 대해서도 그리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중앙도서관이 정말 필요하다면 내부적으로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중앙도서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2022년 연구용역을 통해 이미 내부검토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문체부 기준에 따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는 중앙도서관 1개소가 필요하다는 점 △지역사회와 공공도서관 간의 협력망 구축 및 운영체계 확립이 필요하다는 점 △기존 시립도서관들의 면적이 작아 중앙도서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중앙도서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다수의 도서관센터 관계자들은 “시장님이 도서관 정책에 관심이 적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중앙도서관 추진 자체를 마치 금시초문인 것처럼 답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정말 답답하고 기운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