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신도시 편입, 올해가 마지막 농사
박관순 엄주화 ‘들마루농원’ 대표
[고양신문] 박관순 엄주화 부부는 덕양구 창릉천 옆 서오릉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다. 창릉신도시 발표로 함께 농사를 짓던 이웃들이 하나둘 떠나간 뒤에도 부부는 이곳을 지키고 있다.
부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스산했다. 찢어진 비닐하우스 안엔 농작물 대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가득 차 있었고 울퉁불퉁한 농로를 30여 분 헤맨 끝에야 부부의 농장에 닿았다.
"여기 찾느라 엄청 힘들었죠? 우리 포함해 맨 안쪽에 서너 군데만 남아있다"며 기자를 맞은 부부는 "창릉신도시로 편입될 농지의 마지막 농사라 그런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심란하다"고 말했다.
남편 박관순 대표는 1988년 군 제대 후 가을부터 이 일대에서 부친이 하시던 농업을 이어왔다. 처음엔 부친의 농업기술을 전수받아 꽈리고추를 10여 년간 재배하다가 독립해서 얼갈이, 고수, 엽채류 등을 키웠다. 많이 재배할 때는 비닐하우스가 37동(임대 포함)이나 됐다.
박 대표는 “창릉천 옆 용두동에서 태어나 평생 농업 하느라 이 일대를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라고 한다. 어른들 중매로 2살 차이 나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아들과 딸 유치원 때까지 11명의 인부들 밥을 해주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간 이후부터 아내는 남편이 하는 농업을 도왔다.
부부는 땀 흘린만큼 정직하게 수확되는 농산물을 판매해 남매를 키우고 결혼시켜서 손주까지 보고 집도 마련했다. 예전 장맛비에 창릉천 범람으로 비닐하우스 꼭대기까지 물이 차서 경제적 손실을 입은 적도 있지만, 바로 옆이 조선왕릉이 있는 명당이어서인지 좋은 기운으로 이제껏 성실하게 농사를 이어왔다. 박 대표는 신도농협 조합원으로 새농민상(2020년 10월)을 수상했고, 농촌지도자 신도지구 회원으로 있다.
올 2월초 파종한 얼갈이 수확으로 분주한 부부는 “작년에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업인 선배로 많은 농업기술을 전수해주신 아버지가 그립다"라며 "36년간 땀방울을 쏟은 이곳 농지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