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가 된 디지털 덴티스트리, 결국 사람 하기 나름 아닐까요”

치과계 디지털 변화 ‘맞손’ 이혜경 강사·이주엽 소장

2024-05-18     권구영 기자

소비자 중심 디지털 헬스케어 
치과계도 디지털 치의학 바람
불필요한 시간 줄여 진료 효율
디지털 이해·응용하며 학습해야

(사진 왼쪽부터) 이혜경 서울치의학교육원 전담 강사와 이주엽 에이원치과기공소(A-one Dental Lab.) 소장은 “치과 치료에서도 아날로그 방식을 대신해 디지털화된 솔루션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익숙하고 편한 아날로그에만 머물지 말고 디지털 덴티스트리라는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고 2010년대에 들어서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치료와 병원 중심’에서 ‘예방과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며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했고, 헬스케어 분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도 가속화되고 있다. 개인 건강관리, 진단, 치료 등의 분야가 변화·융합하고 있고, 끝없는 혁신을 통해 관련 기술이 고도화하고 제품도 세분화하고 있다. 

디지털 접목으로 작업환경 개선
“치과계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사실 디지털 덴티스트리(Digital Dentistry: 디지털 치의학)는 20여 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10여 년 사이에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잃어버린 치아를 대신할 보철물을 만들고 아름다운 치열을 위한 교정장치 등을 만드는 치기공학 분야에서는 석고모형 대신 구강 스캔으로 보철물을 디자인하는 CAD(Computer Aided Design)와 제작하는 CAM(Computer Aided Manufacture)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작업방식을 통해 보철물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화역 바로 앞 건물에서 20년 가까이 에이원치과기공소(A-one Dental Lab.)를 운영 중인 이주엽 소장은 치기공 분야에 디지털이 접목되면 작업환경이 개선되고 기공사들에게도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기존 치아 보철물은 기공소에서 며칠 동안 수작업공정을 통해 제작됐지만, 컴퓨터를 이용해 보철물을 제작하고 디자인하는 CAD·CAM 기술을 적용하면서 개인별 치아 형태와 치열에 따라 맞춤형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그가 디지털 덴티스트리 공부와 연구 그리고 교육을 통해 치과계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혜경 강사와 의기투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와 의료진 모두에 이득
오랫동안 일산사과나무치과병원 실장으로 일했던 이 강사는 서울치의학교육원 전담 강사이자 한국보건의료상담협회 공인 강사로서, 치과 상담·데스크교육과 치아 사보험 교육은 물론 치과병원 중간관리자과정 전문강의 등 활발한 강연을 펼쳐가고 있다. 그런 이 강사가 디지털 덴티스트리라는 화두를 끌어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치료와 관리는 환자에게 의료비용 절감과 시간 절약, 안전한 치료를 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요즘은 ‘컴퓨터 임플란트를 해달라’며 특정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3D CT와 치아 스캐너 데이터, 환자 개인 맞춤 컴퓨터 임플란트 모의 수술과 가이드 등으로 수술시간이 짧고 체력 부담도 적다 보니 좋다고 느끼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 데이터가 있는 그 병원을 믿고 다시 찾을 뿐 아니라 주변에 추천하게 될 테니 의료진과 병원에게도 당연히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아날로그·디지털 병행이 현실
최근 치과 치료에서도 아날로그 방식을 대신해 디지털화된 솔루션이나 장비를 사용하는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CT, 구강 스캔 등의 데이터 입력과정, 밀링 기기와 3D 프린트기 등 출력과정을 포함하는 CAD·CAM 등을 통해 치과의사는 빠르고 편리하게 진료할 수 있고, 치료 역시 디지털 임플란트, 디지털 투명교정, 당일 보철도 가능하게 됐다.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기존의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차를 줄여 정확도를 높이며 치료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걸리는 시간을 줄여 치과 진료의 효율도 개선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주엽 에이원치과기공소장이 여전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있었다. 

“디지털이 장점이 많지만, 한계 또한 존재합니다. 입을 벌리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치아 수복물 수가 많은 환자, 높은 각도의 치아를 가진 경우 등 사람마다 구강의 상태가 다르기에 구강 스캔 시 개별적 특수성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병행해서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의 비교 [이미지 출처 = 『디지털 덴티스트리-기초부터 임상활용까지 완벽 가이드』(김석범, 김예성 외 3명, 대한나래출판사) p.55]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치과병원에서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의사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병원장이 비용 투자에 인색해 디지털화가 늦어지는 경우, 병원장은 적극적인데 오히려 직원들이 자기가 할 일이 많아질지 모른다거나 혹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익숙함과의 결별은 누구에게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한 일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혜경 강사는 사회변화에 따라 디지털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적응하고 기술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는 학습이 중요하다고 보고 그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요즘은 △디지털 덴티스트리가 무엇일까요-기초부터 치료법, 상담법까지 △디지털 덴티스트리는 무슨 차이가 있나요-Q&A로 풀어보기 등을 주제로 한 세미나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이주엽 소장님이 흔쾌히 공간을 내주시고 자문에도 응하며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란 말이 있잖아요.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막연히 예상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치과계 역시 익숙하고 편한 아날로그에만 머물지 말고 디지털 덴티스트리라는 시대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봅니다. 디지털도 역시 결국 사람 하기 나름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