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 칼럼]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림책으로 본 세상 『달라도 친구』(허은미 글, 정현지 그림. 웅진주니어)
[고양신문]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5월 한 달에는 무슨 기념일이 너무 많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날이 하루 더 있다. 5월 21일. 문화다양성의 날이다.
2001년 유네스코는 ‘모든 문화는 차이가 있으나 그 차이에는 우월함이나 열등함이 없다’는 취지로 문화다양성 선언을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발맞추어 2010년 ‘문화 다양성 협약’을 체결하고 2014년에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법률’을 제정한다. 그리고, 5월 21일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정하고, 이날로부터 1주간을 문화 다양성 주간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다르지.’ ‘다 다른 건 당연한 거고 좋은 거지.’
‘다르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2022년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의뢰하여 전 세계 28개국 시민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모두 7개 항목에서 ‘심각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소속 30개 나라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갈등 관리 능력은 27위로 분석했다(2022년 3월 18일 자 MBC 뉴스데스크 인용).
이른바, ‘갈등국가’라는 것이다. 갈등이 많은 나라 국민들이 행복할 리 없다. 우리나라 국민 행복지수가 점점 더 낮아지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해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진행했던 ‘지역 내 문화다양성 확산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물론, 정부 예산이 있어야만 문화다양성 감수성이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갈등국가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 정부가 지역 안에서 일상 속 다양성 감수성을 확산하는 사업 예산을 없애버린 일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림책 『달라도 친구』(허은미 글, 정현지 그림. 웅진주니어)는 제목 그대로 ‘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은하는 말이 없고, 준이는 키가 작고, 찬이는 장애가 있다. 슬기는 거미를 좋아하고 미누는 결혼이주 가족이고 리향이는 일본에서 살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친구다. ‘다르다는 것’은 친구가 되는데 아무 영향이 되지 않는다.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아니니까.
머리로는 아는데, 잘 안 되는 것들이다.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고, 나와 다른 성정체성을 갖고 있고, 나와 다른 피부색이거나, 나와 다른 세대인 사람들, 나와 다른 지역에 살고, 나와 다른 언어를 쓰고, 나와 다른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 이들과 차이를 즐기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문화다양성의 날도 정하고, 지역 안에서 일상의 문화다양성 감수성 확산을 위한 예산도 필요한 것이리라.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유난히 사람에 대한 기념일이 많은 5월이다. 이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으로 시작해 나와 다른 모두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으로 5월을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5월 21일은 문화다양성의 날이고, 27일까지 일주일은 문화다양성 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