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촉법 취지 어긋난 입지선정위 구성 “원점 재검토 필요”

30일 소각장 최종 발표 앞두고 주민대책위 절차적 하자 주장

2024-05-25     남동진 기자
25일 고양동 종합복지회관에서 진행된 시도의원 간담회에서 소각장 반대 주민이 발언하는 모습

[고양신문] 고양시가 630톤 규모의 쓰레기소각장 신설을 위한 입지선정절차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입지 후보지 5곳 중 4곳이 밀집해있는 고양동 주민들이 거센 반발에 나섰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당시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 강행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입지 선정 논의가 원점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고양시는 이달 초 입지선정위원회 7차 회의를 통해 소각장 입지 후보지를 5곳으로 압축했다. 현재 후보지는 △보광사 인근 벽제동 635-9 외 4필지 △고양동 운동장 인근 대자동 480-4 외 14필지 △고양동 운동장 인근 대자동 산85-3 외 9필지 △공릉천문화체육공원 인근 대자동 1165-1 외 16필지 △일산IC 인근 내곡동 254-9 외 49필지다. 이중 내곡동 신청후보지를 제외하면 모두 고양동과 통일로 인근에 집중되어 있다. 

입지선정위 관계자는 “최종 후보지는 마지막 평가 회의를 거쳐봐야 알 수 있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선정위원들이 매긴 점수로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특정 후보지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고양동의 한 주민은 “주민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입지선정 절차를 강행해왔는데 이제와서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후보지를 선정한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라며 “기피시설 몰아주기식 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주민과 전문가들은 애초에 소각장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다. 관련 법령인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에 따르면 고양시는 애초에 입지선정위원회를 함에 있어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를 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폐촉법 취지대로라면 소각장 입지선정은 행정에서 1차적으로 후보지를 정한 뒤 해당 지역 주민대표 다수가 포함된 입지선정위를 구성해 충분한 의견수렴과 타당성 등을 거쳐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고양시는 작년 입지선정위원회를 처음 구성할 당시 소각장 후보지 인근 주민이 아닌 덕양구·일산동구·일산서구 주민 각 1명을 주민대표 위원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관련법 취지에 어긋난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양동 범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소각장 후보지 선정 절차를 토지주 공모 방식으로 하다 보니 입지후보지를 특정할 수 없어서 고양시가 임의로 주민대표를 뽑아 입지선정위에 집어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백한 폐촉법 위반에 해당한다. 애초에 고양시의 입지선정 방식은 관련법을 지킬 수 없도록 추진된 것”이라며 “위원 구성 자체에 하자가 있는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동안 입지선정위가 진행한 모든 절차는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실제 타 지자체의 경우 소각장 후보지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고양시와 같은 100만 특례시인 용인의 경우 토지주 공모방식을 통해 신규소각장 부지선정을 추진했지만 주민 갈등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일자 작년 5월 원점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의정부의 경우 작년 5월 신규 소각장 설치를 논의하기 위한 시민 공론장을 운영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약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과정은 먼저 이해관계자인 소각장 후보지 4곳의 주민대표와 환경·시민단체, 관련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준비 회의를 구성한 뒤 △신규 소각시설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최적 규모는 얼마인지 △환경대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사전논의를 진행했다. 

이후 의정부는 60여명(권역별 15명)으로 구성된 시민공론장을 구성해 소각장 의제와 관련된 의견수렴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신규 소각장 후보지 및 시설규모, 관련 사항들에 대한 합의문을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고양시 또한 입지선정위를 통한 행정절차만 강행할 것이 아니라 의정부 사례처럼 소각시설의 필요성과 규모, 위치 등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고양동 범대책위원회는 30일 입지선정위원회 최종결정을 앞두고 시도의원 간담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대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