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장이 사과 종용, 밥사주며 고발 말려”

2024-06-06     김진이 전문기자

공무원노조, 고양시대응 “현실반영 못해”
특이민원대응TF, 6월 22일 첫회의 예정 

 

[고양신문] #임신한 여직원에게 전화해서 니** 죽여버린다고 욕을 했어요. 연가를 쓰면 그 옆직원 또 괴롭히고.

#전화를 하루에 50통씩 해요. 시의원, 감사과, 국회의원실까지 전화를 하는 거예요. 거의 2년 동안 그렇게 했어요.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고 서류를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경우, 무조건 호통부터 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도로 공사를 하면서 인도에 펜스를 쳤는데 민원인이 술을 먹고 펜스 사이를 넘어 무단횡단을 하다가 팔이 부러졌어요. 공사업체 보험으로 배상을 다 해줬는데 담당 공무원한테 배상을 확인하는 각서를 써달라는 거예요. 그러다가 공무원이 업체를 불법적으로 편의를 봐줬다고 하면서 담당자에 대해 계속 민원을 넣었어요. 담당자가 연가, 조퇴내면 그때마다 감사과에 민원넣겠다고 하고.


#악성민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거나 고발을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죠. 그런데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고발이 다 받아들여지지도 않아요. ‘너도 결탁했지’, ‘너도 잘못했으니 돈 달라’고 하는 정도로는 고발이 되지도 않아요.


#A구청 민원이 제기되었는데 담당 과장이 상황파악도 하지 않고 담당 직원을 불러 사과를 시켰어요. 공무원 노조에서 연락을 받고 갔는데 그 과장이 우리와는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최근 고양시가 소위 ‘악성민원’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특이민원 대응 운영계획과 시장 명의의 고발 방침 등을 발표한 것에 대해 고양시 공무원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공무원들이 느끼는 심각함에 비해 담당부서나 조사담당과 선정,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양시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악성 민원으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TF꾸리고 대응방안 논의는 매번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다. 고양시는 아직도 대응팀 첫 회의도 못했다”며 “무엇보다 사건 경위조사 부서를 감사관실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5월 2일자로 법적 대응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법적 대응에 필요한 증거수집 장비 도입, 안전장비 요원 배치 등 의무적 조치 이행 방안을 전달했다. 위법 행위 시 기관과 개인이 신고와 처벌을 요구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전담부서가 기관차원에서 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고양시는 1부시장을 단장으로, 소통협치담당관실을 총괄과로 하는 대응팀을 구성하고, 녹음시스템 운영, 특이민원 보고 체계 구축, 특이민원 발생 대비 모의 훈련 등의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대응팀 첫회의는 6월 22일이다. 

소통협치담당관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운영방안, 대응은 회의를 열고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직은 사례수집이나 현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민원이나 공무원 피해에 대한 고발, 문제제기를 상급자가 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무원 ㄱ씨는 “담당과장이 일방적으로 사과를 시키거나 심지어 민원인에게 돈을 주고, 밥을 사주는 경우도 있었다”며 “해당 과장이 퇴직을 한 다음에 민원인이 더 심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상급자들은 시끄럽지 않은 방향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ㄴ씨는 “성추행 문제도 비슷하다. 아무리 지침을 보내고 교육을 해도 상급자들이 피해자를 회유하고, 담당부서도 감사과, 행정지원과, 여성과, 보건소를 옮겨다니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고양시 대응방안 발생보고서 양식에 보면 담당자 의견과 함께 부서장 의견을 적게 했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맞지 않는다”며 “5급 이상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 자동 녹음 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