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음료, 시원하면 이롭지만 차가우면 해로운 이유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여름 더위가 심상찮다. 6월인데도 낮 기온이 37℃까지 올라간다. 더위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대비가 꼭 필요해 보인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체질적으로 성인보다 열이 많아서 더위를 더 타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면 쉽게 체력이 떨어진다. 나이 든 사람도 더위에 대한 조절 능력이 저하된다.
더울 때는 자연스레 시원한 음료를 찾게 된다. 수분을 보충하며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다. 한방에서는 이렇게 덥고 기운이 없을 때 음료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생맥산(生脈散)’을 처방한다. 중국 금나라의 명의 이고(李杲)가 저술한 『내외상변혹론』에 수록돼 전해지며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처방 중 하나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이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내 마시던 바로 그 음료이기도 하다.
허균은 『동의보감』에서 ‘사람의 기(氣)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차’라고 기록했다. 갈증이 느껴질 때 마시면 기운이 살아나면서 심신이 맑아지는 효과가 있으며 땀을 많이 흘려 움직이기 어렵거나 열사병 혹은 일사병이 우려될 때 마시면 좋다.
생맥산은 한방 재료인 인삼, 맥문동, 오미자 등을 잘게 썰어 넣고 푹 달인 음료다. 최근에는 여기에 체내 당분을 공급하고 맛을 좋게 하려고 꿀을 첨가한다. 인삼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세포의 활동성을 증폭시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지원하는 명약이다.
맥문동은 몸속에 진액을 생기게 해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와 폐를 촉촉하게 하면서 점막의 순환을 돕는다.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 주면서 정맥의 혈액순환을 도와 황사와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차로도 유명하다. 오미자는 기운을 안으로 수렴시켜 땀을 그치게 하며 간을 보호하고 해독이나 진통 작용을 한다.
여름철에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거나 얼음을 깨물어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고들 생각한다. 한편으론 맞고 다른 한편으론 틀리다. ‘차갑게’ 먹으면 해가 되고 ‘시원하게’ 먹으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음료를 마시건 얼음을 깨물어 먹건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느끼면 입에서부터 위장까지 소화기 점막의 혈행 흐름을 촉발해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특히 점막 흐름이 활발해지면 정맥순환도 전체적으로 활발해져 굳이 힘든 운동을 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는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이와 반대로 음료를 마시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입안이나 식도가 차갑게 느껴지면 소화기 점막이 수축하면서 점막의 혈류 흐름도 위축된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혈류 흐름이 느려지고 덩달아 호흡기 점막까지 위축돼 심하면 기침을 하기도 한다. 정도가 심하면 장염까지 발생한다. 이처럼 여름철 섭생의 기본은 ‘시원함을 취하고 차가움을 피하는 것’이다.
시원함이란 온도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감각이다. 뜨거운 매운탕을 먹었다 해도 시원함을 느낀다면 이 역시 건강에 도움이 된다. 흔히 말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의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계절의 변화와 환절기를 맞으면 이를 위한 대비를 한다. 여름의 경우 생맥산, 겨울의 경우 쌍화차가 대표적인 건강 대비 음료인데, 필자의 한의원의 경우 여름에 오감홍삼수를 준비한다.
오감홍삼수는 생맥산을 보완하는 차로, 생맥산과 발효 홍삼의 약효를 고려해 맛있고 상쾌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한방차다. 인삼이 안 맞는 사람을 위해 인삼 대신 홍삼을 넣었고, 기혈순환에도 좀 더 효과적이다. 생맥산의 효과를 그대로 지닌 채 심장과 비장의 기운을 살려주는 발효 홍삼은 새콤한 맛과 더불어 소화흡수율도 높여 준다.
오감홍삼수는 우리 몸의 활력을 증진하면서 혈액 흐름을 개선하고, 피로물질이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동시에 뇌하수체를 자극해 두뇌 활성도 촉진한다. 따라서 여름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우며 몸이 늘어지고 만사가 귀찮고 피곤한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맛에도 신경 써서 커피나 청량음료 대신 맛있게 마시도록 공을 들였다. 한방차를 맛있게 마시고 싶거나 열이 많거나 인삼이 체질에 안 맞는 분에게 여름철 건강을 위해 오감홍삼수를 권하는 이유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